서울지하철 - 농락당한 평화선언, 과감한 투쟁 말고 다른 길은 없다
평화선언? = 유례없는 탄압!
지난 2월 9일 서울지하철노조 정연수 집행부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손을 맞잡고 노사평화선언을 했다. 자본가언론들은 ‘격려와 찬사’를 보내며, “노동자와 자본가는 적이 아니라 동반자이며, 노동운동은 투쟁이 아니라 자본을 공유하는 새로운 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핏대를 세웠다.
이에 맞장구를 치면서 정연수 집행부는 노사화합과 평화선언이 2,088명 감원과 구조조정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평화선언 후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4월 2일, 서울시는 2010년까지로 계획된 감원을 올해 안에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공사는 집행부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특별감사팀을 현장에 투입하는 등 유례없이 잔혹한 탄압을 쏟아내고 있다. 현장 활동과 투쟁의 불씨를 근본적으로 틀어막기 위한 것이다.
도대체 노사협조주의의 끝은 어디인가?
현장은 숨이 막혀 죽을 지경임에도 정연수 집행부는 헌신짝처럼 내버려진 평화선언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더욱 노골적인 굴종의 행보를 내딛는다. 노사공동 고객만족 행사, 노사공동 해외견학, 노사공동 보신각 타종행사 등을 개최하며 이명박 정권의 바지가랑이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4월 18일에 열린 공기업선진화 추진점검 워크샵을 통해 정연수 집행부의 가망없는 노사평화염원을 아주 간단히 짓밟아버렸다. 서울지하철공사 사장도 “노사평화선언은 노동조합이 필요로 해서 한 것일 뿐이고, 이를 이유로 경영권에 간섭할 생각은 하지마라.’며 한술 거들었다. 사활을 건 투쟁이 아니고서는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에게 다른 희망의 길은 없음이 분명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사협조주의 집행부는 전국의 6개 지하철노조와 함께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전국지하철연맹을 건설하기 위한 조합원 총투표를 오는 9월에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민주노총을 탈퇴한 인천지하철, 상급단체 변경을 위한 규약개정을 마친 도시철도와는 달리 5월 대의원 선거에서 충분한 수의 반민주노총 대의원을 확보할 수 없었지만, 그들은 노사협조주의를 노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노동자들 앞에 감원과 구조조정의 칼날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이상, 어용 노사협조주의자들의 계획은 노동자에게는 재앙임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도 말이다.
어용과 사측의 공세는 민주파가 제대로 투쟁하지 않은 것에 대한 역사적 보복이다
전체 노동자의 20%나 되는 2,088명을 감원하겠다는 사업장에서 조합원들이 어용노사협조주의 집행부를 선택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가능했던 배경은 단순하다. 08년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은 감원과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의 결의로 민주파 집행부를 선택했다.
하지만 집행부는 합법파업의 환상에 빠져 현장투쟁을 조직하지 않았고,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의 기대를 산산이 부수었다. 한방의 파업으로 투쟁을 승리하겠다며 엄포만 놓다가 합법파업은커녕 배신적이고 굴욕적인 합의서에 직권조인해 버렸다.
이는 승리와 패배를 떠나 현장에 패배감을 심어줌으로서 노동자들이 민주파 집행부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이 노사협조주의집행부를 선택한 것은 대량감원과 생존권포기를 선택한 것이 전혀 아니다. 투쟁의 전망과 확신을 현실의 노동조합운동에서 찾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결국 원인은 간단하다. 민주파집행부가 비상한 상황에 걸맞는 과감한 투쟁을 포기했다는 점,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고 쇠퇴하는 자본주의가 어용 노사협조주의자들에게 평화의 선물을 가져다 줄 수 없다. 이것은 충분히 증명되었다. 노사평화선언은 고작 3달도 넘기지 못하고 파산해버렸다. 서울지하철 노동자들, 특히 서울지하철 활동가들 앞에는 이제 하나의 길만이 남아있다. 가짜 민주파의 길은 어용에게 길을 내어주는 것임은 이미 충분히 증명되었다. 남아있는 나머지 하나의 길은 진짜 전투적 민주파의 길을 가는 것이다.
서울지하철 노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