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정신이 죽은 형식적인 울산집회
지난 5월 1일 울산 노동절집회는 핵심요구가 “2MB 삽질 정치 그만! 서민경제나 살리셔~”와 같은 애매한 것이었고, 발언자들은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민노당 울산위원장, 현대차 지부장, 진보신당 국회의원 등 주로 노조상층간부 및 당 관료들로 채워졌다.
무대 오른편에는 현대차 변속기 3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급휴가·정리해고 반대와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전개하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노동절임에도 이들의 투쟁에 대해 어떤 발언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나마 인상적인 것은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싸우는 울산공투본”이 공황기 노동자들의 요구를 담은 현수막들을 곳곳에 걸어놓은 것이었다.
집회가 끝나고 행진을 했는데, 애초 계획대로 시청까지 갔다 오지 않고 집회장을 한 바퀴 돌고 끝냈다. 더욱 가관인 것인 행진구호들이 “MB정권 심판해요”, “우리는 다음 선거를 기다릴 뿐이고, ~뿐이고” 등 코미디를 패러디하여 선거주의를 부추기는 모습이었다.
노동절 정신이 죽은 집회
노동자들은 무감각해 보였다. 노동절집회에서 노동자들은 노동절의 살아있는 정신이 무엇인지 들을 수 없었다. 자본가와 이명박 정부에게 공황의 책임을 묻기 위해 노동자들의 요구를 당당하게 걸고 투쟁하자는 얘기를 아무도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노동자의 절박한 투쟁과는 거리가 먼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계파싸움, 양당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모습 등 온갖 추태를 보여준 이들이 노동절집회를 주관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노동절 투쟁정신을 되살려내자!
현장 곳곳에서 자본가와 이명박 정부에 맞서 노동자 살리기 투쟁을 벌여나가고, 이러한 투쟁을 회피하며 양보와 배신을 일삼는 노조관료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 현장에서부터 작지만 살아있는 노동자투쟁과 연대의 정신을 되살려내자. 그러면 내년 120주년 노동절은 함께 모여 동지애를 서로 확인하며 더 큰 투쟁을 펼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박경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