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령토론회 참관기>
차갑게 다루어진 뜨거운 쟁점 : 인터내셔널, 세계혁명, 국가자본주의
“아빠, 무슨 일이야? 자본가와 파시스트가 다시 왔어?”
일곱 살짜리 아들이 거리에서 혁명가가 체포, 살해된다는 소문을 듣고 러시아 혁명가 빅토르 세르쥬에게 질문한 내용이다. 공산주의자를 잡아가는 것은 자본가와 파시스트뿐이라고 믿고 있는 아들에게 아마도 세르쥬는 스탈린의 비밀경찰이 잡아갔다고 차마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혁명의 변질’. 이것이 세르쥬만의 절망이었을까?
아쉬움
그래서 지난 서울 강령토론회에 참가하면서, 다양한 논쟁점들이 많았지만, 나의 관심사는 사회주의 문제에 집중됐다. 혁명이 어떻게 변질되었는가에 문제의식 때문이다. 이것은 1930년대 ‘소련 사회주의 조국 방어론’, ‘세계혁명’, ‘현실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적 평가문제로 귀착되며, 스탈린주의 반혁명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국제주의 시각이 복원되어야 하는데, 두 발제문에서 인터내셔널 문제가 충분히 구체적으로 개진되지 못하고, 러시아 혁명 이후 세계혁명을 둘러싼 역사적 평가가 빠져있는 것이 아쉽다. 강령의 문제설정은 이론의 문제뿐만 아니라 실천 투쟁의 역사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료적 국가사회주의 대 국가자본주의
사노준 발제문은 21세기 사회주의 대전제 아래, 20세기 사회주의를 “관료적 국가사회주의”로 보고 있으며, 사노련 발제문은 “국가자본주의”로 보고 있다. 이 양자의 차이는 결국 근본적인 사회주의 상에 대한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한국에서 국가자본주의는 다함께류 토니클리프 입장만 소개돼서, ‘국가자본주의=다함께’ 시각이라고 보는데, 이는 왜곡된 시각이다. 1920년대에 공산주의 좌파 흐름인 독일공산주의노동당(KAPD), 이탈리아의 보르디가 그룹, 1940년대 미국의 존포레스트 그룹, 베틀렝, 샤방스 등 많은 이론가들이 소련에서 자본주의 관계를 본질적으로 파악한 바 있다.
사노준의 “관료적 국가사회주의” 시각은 여전히 구 피디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소련에서 일어난 계급투쟁 양상을 보지 못한다. 결국 사회주의 상에 대한 차이는, 차베스 정권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사노준 시각에서 더 결정적으로 드러난다. 그런데 노동자 자기해방으로서 사회주의는 자본-임노동 관계가 철폐되고, 노동자가 생산의 주인이어야 한다.
생산적 토론
자본주의 위기가 전면화된 이후, 최근 한겨레신문 기사에 보면 “미국인 20%가 사회주의가 낫다”라는 응답이 나올 정도로 체제대안의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개량 정치’, ‘의회정치’를 거부하고, 고집스럽게 ‘혁명정치’를 주장하는 사회주의 활동가들에게 우리는 기본적인 신뢰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당 건설에 있어서, 강령만큼은 지도부만의 토론이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령은 투쟁하는 노동자계급의 무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궁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