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공동토론회 참가 후기
저녁 8시 30분에 시작해 새벽 2시까지 이어진 울산토론회는 50여 명이 참여해 사회주의 당건설 운동에 대한 지역 동지들의 관심과 열의를 보여주었다. 다수 참가자들이 끝까지 토론을 사수한 만큼 토론의 내용 또한 치열했다. 사회주의 당건설 운동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동지들을 위해 울산 토론회의 몇 가지 쟁점을 소개한다.
당건설 경로-당건설 일정이 먼저냐 당의 정치노선 정립이 먼저냐
사노준은 “2009년 추진위 건설, 2010년 창당”이라는 당건설의 일정을 제출한 상황인데, 이러한 일정은 당건설을 현실화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라고 제기한다. 그러면서 사노준은 사노련의 주장을 선 토대 구축론이라고 비판한다. 검증, 신뢰 형성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 조건은 사실상 “공동의 당 건설을 전제”하는 것이라고 얘기하며, 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반면 사노련은 일정잡기 식의 당건설 계획은 알맹이 빠진 당건설 계획이라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일정이 아니라 당의 내용이므로 강령, 조직, 전술에 대한 사회주의적 내용을 채우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내용에 동의하는 현장노동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을 광범위하게 조직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민투위 문제- 사회주의자의 기준에 대한 문제다!
이번 토론에서도 민투위 문제는 핵심 쟁점으로 등장했다. 노힘 총회에서 민투위 회원 제명 건이 부결된 것을 비판하자 사노준 조돈희 동지는 “그 두 명을 제명하면 신뢰 생기나? 노힘이 건강해지느냐?”라고 반문하며 비판한 동지들에게 “현장조직을 재조직할 대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노련 양준석 동지는 “2001년 효성파업 때는 지역 노동자들을 배신하고, 2005년 류기혁 열사 투쟁 때는 비정규직을 배신하더니, 2008년에는 주간연속2교대 졸속합의로 정규직마저 배신했다. 적어도 노힘 동지들이 “너무 비판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선 안 된다. 사노준과 과거 노힘 동지들이 토 달지 않고 진정으로 반성하면서 사회주의적 실천으로 가고자 한다면 함께 할 수 있다. 하지만 교묘한 논리로 물타기 하려 한다면 사회주의 원칙으로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조돈희 동지의 반론에 비해 민투위 논란의 당사자인 현대차 강성신 동지의 발언이 더 의미가 있었다. “수차례의 과오를 저질렀고 잘못했다. 저는 사회주의 정치활동 할 자격이 없어 사노준에 가입하지도 않았다. 더 학습, 실천하고 노력해서 이제 들어와도 되겠다고 동지들이 인정해주면 들어가겠다. 이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단련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민투위는 울산에만 180명 정도 된다. 전주, 아산에도 있다. 그중 노힘 회원들 8명이다. (이 8명한테는 전체를) 강제할 힘이 없다. 최선을 다했지만 항상 안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현대차 비정규직 김상록 동지는 “그렇다면 사회주의자로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민투위에서 탈퇴하고 부품사,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투쟁을 조직하자”고 제안했다. 이전의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강성신 동지의 다짐이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질 것인지 주변의 모든 동지들이 지켜볼 것이다.
사회주의 정치활동이란 무엇인가?
많은 동지들이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전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사회주의 정치활동이란 무엇인가? 사노준 고민택 동지는 “현장의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토론하고 투쟁하는 것, 대중의 고민을 수집하고 그 문제에 대한 사회주의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상이라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사노련 김명환 동지는 “주변 노동자들과 대화, 토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주의자의 목소리가 현장 대중들 사이에 넓게 울려퍼져야 한다. 현장사안뿐 아니라 용산참사, 공황 같은 문제들이 왜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사회주의 선전, 선동을 해야 한다”라고 정치활동의 상을 밝혔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사회주의 현장신문을 제출했다.
모호한 좌파연합당인가? 사회주의 혁명정당인가?
사노련 한 동지는 “고민택 동지는 아까 발제할 때 모호한 중간단계 당이 아니라 혁명적 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발제문을 꼼꼼히 읽으면 혁명정당을 건설하자고 분명히 얘기하지 않는다. 혁명정당과 좌파연합당을 같이 얘기하며 오락가락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고민택 동지는 노건추와의 공동토론회는 “당 건설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건추와도 토론회를 추진하는 행보를 보거나 발제문의 내용을 보건대 사노준이 모호한 좌파연합당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풀리지 않는다.
마치며
이번 울산토론회에서 사노련과 사노준 모두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당면 과제로 본다는 점에서 정세 판단은 비슷했다. 하지만 사회주의 정당의 상이나 경로, 방식에서는 일정한 차이가 드러났다.
무소속 선진노동자들의 경우 참여에 비해 발언이 많지 않았지만 두 단위간의 논쟁과 비판, 그리고 서로간의 검증에만 한정짓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히 입장과 방향을 제시해달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더 많은 무소속 선진노동자들이 토론회에 참석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이며, 이후 과제이기도 하다.
앞으로 있을 토론회가 지금까지의 조합주의, 단사주의 운동을 반성하면서 사회주의 실천에 대한 고민과 지향을 심어주는 토론회로 성장해가기를 기대한다. 그 과정에서 진정한 사회주의 정당의 탄생에 기여하는 토론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진환 (창원지역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