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하고 배신하면 죽는다!
노사협조주의의 결과물
지난 3월31일, 현대차 노사는 물량나누기와 생산유연화를 골자로 하는 물량노사공동위 합의를 체결했다. 이로 인해 사측이 시장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생산을 조정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되었고 전환배치와 비정규직 정리해고는 가속화되고 있다.
아반떼 공동생산으로 2공장에서는 비정규직 48명이 정리해고될 상황에 처해 있고, 3공장에서는 GK 단종으로 100여 명이 넘는 비정규직의 고용이 위협당하고 있으며, 5공장에서는 신차투입으로 120여 명의 비정규직이 짤려 나갈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아직까지 비정규직 고용문제를 자본이 일방적으로 처리해버릴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적어도 노동조합이나 대의원회와 M/H협의를 거치는 것이 현대차의 상황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고자만 한다면 충분히 저지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자본이 비정규직 정리해고를 들이밀 때 투쟁에 나서야 하는데 협의자리에서 정리해고 대상자 숫자만 밀고 당기다가 마무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고되어 공장 밖으로 쫓겨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분노를 자본을 향해 모아내지 못한 채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원망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것이 ‘일방 강행’ 대신 ‘정규직과의 협의’를 채택하는 자본의 노림수에 걸려드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뿐만 아니다. 이젠 “비정규직을 쫓아낸 자리에 정규직을 전환배치”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GM 대우에서와 마찬가지로,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도 얼마 전부터 시작된 에쿠스 공장의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전환배치에 따라 공장 구석구석에서는 비정규직 밀어내기가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되고 있다.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 자본가 아니면 동료 노동자들!
자본의 공격은 임금삭감, 복지축소, 정리해고 등의 물리적 탄압을 넘어 노동자의 계급의식을 갉아먹고 분열을 조장해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자본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의 해고에 침묵하게 하면서 다른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아야 고용이 보장될 것처럼 몰아치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공격을 받아들인다면 정규직 노조운동은 그 정당성을 상실한 채 자본에 포섭되어 갈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도 안 되더라는 체념이 아니다. 이미 관료화되어버린 노동조합 상층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침묵하지 않고 끈덕지게 자본의 노림수를 폭로해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자본이 강요하는 배신적 행각에 작은 저항이라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은 것에서부터 돌파구를 마련하자. 이것이 최소한이라도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키는 출발점이 아닌가?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