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에 관계없이 생활임금 월급제 투쟁을 전개하자!
3월 31일 현대차 노사 물량공동위는 ‘효율적인 공장운영을 통한 조합원들의 고용보장과 회사의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물량나누기에 합의했다.
합의서 쓰는 순간 비정규직이 짤려나가다
합의서에는 ‘조합원 고용보장’만 있고, 비정규직 고용안정 얘기는 전혀 없다. 물량나누기, 혼류생산을 실시하면서 사측은 물량 이동과 함께 사람 이동(전환 배치)을 병행하면서 비정규직을 대거 짜를 것이다. 앞으로 ‘물량 노사공동위’를 상시 운영하면, 전환배치와 해고에 따른 정규직, 비정규직의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3월 30~31일 현대차 자본은 울산공장 승용디젤에서 피치(UPH) 다운을 하고, 남는 정규직 일부를 타우 엔진으로 전환배치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6명을 해고했다. 이 사건은 물량나누기 합의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게다가 비정규직 다음은 정규직 차례라는 것을 98년 때 뼈저리게 확인하지 않았는가? 비정규직 우선 해고를 받아들이는 것은 ‘사측의 정규직 정리해고 준비작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량나누기는 물량다툼을 해결할 수 없다
이번 물량나누기의 쟁점은 3공장에서 생산해온 HD(아반떼)를 2공장에서도 공동생산한다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3공장은 아반떼, i30가 잘 팔려 잔업, 특근을 다 해온 반면, 2공장은 8+0, 4+4, 휴업으로 요동쳤다. 지부 성명서가 발표되자마자 3공장 대의원회는 ‘결정의 비민주성’ 등을 비판하며 사실상 물량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어느 2공장 대의원은 “지부 뜻을 따르자. 그렇게 못하겠다면 그동안 2공장에서 가져간 차종 다 가져와라.”고까지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물량나누기’ 선언이 (물량다툼을 끝내는 대신) “오히려 노노갈등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생활임금, 고용안정 보장 못하는 물량나누기
대의원대회에서 윤해모 지부장은 “(3공장에) 생산량이 39만대 이하가 되면 2공장 생산을 중단하면 된다. 확약해 주겠다.”고 했다. 이런 말은 3공장 노동자들을 달래기 위한 것인데, ‘2공장에 물량을 줬다가 언제든 다시 뺏을 수 있다’는 얘기이므로, 이번 물량나누기는 절대 2공장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생활임금을 보장할 수 없다. 또한 공황이 더 깊어지면 3공장 HD물량이 39만대 밑으로 떨어질 것이므로, ‘물량나누기’가 3공장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생활임금도 절대 보장할 수 없다.
이번 합의서에는 각종 신차 투입 계획도 담겨 있다. 가령 “LM[투싼 후속] 5공장 투입”, “YF[소나타 후속] 아산 투입”이 있는데, 공황으로 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투싼, 소나타가 잘 안 팔리는데, 그 후속 차량이 ‘신차’라고 잘 팔릴 것이란 보장이 있는가?
현장에서부터 노동자 살리기 투쟁에 나서자
공황기에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 하나는 노동자의 생존을 회사 물량에 맡기는 것이다. 이것은 2009년판 ‘회사 살리기’다. 노조가 노동자들을 저버리고, 자본에 협조한다. 주간연속2교대 전주공장 시범실시를 1월에 하기로 했는데 벌써 4월이다. 그런데도 윤해모 지부장은 대의원대회에서 “경제위기 때문에 선뜻 쟁의 행위에 나서기 어렵다. 고민이다. 교섭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길은 물량과 관계없이 총고용 보장(비정규직 포함), 생활임금 월급제, 1일 6시간 주간연속2교대 노동으로 일자리 늘리기를 내걸고 단호하게 싸우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의 생존을 물량이 아니라 단결투쟁에 맡기는 것이다. ‘회사 살리기’가 아니라 ‘노동자 살리기’의 깃발을 높이 드는 것이다. 고용안정과 생활임금 월급제를 쟁취하면 누가 물량 다툼을 하고, 신차에 매달리며, 동료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를 원하거나 눈감겠는가? 이런 전망을 움켜쥐고 현장에서부터 단결하고, 단사 울타리를 뛰어넘어 연대투쟁하자.
김형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