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싸움 속에 승리의 희망이 있다!
180일 이상 지속되고 있는 이랜드·뉴코아 파업투쟁이, 이명박의 당선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자본가 출신인 이명박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세리모니라도 하듯, 선거일 전후로 뉴코아노조 18명, 이랜드일반노조 14명의 노조간부 및 조합원들에게 전격적으로 해고통보를 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에 대한 통장가압류와 부동산 가압류도 단행되었다.
그러나 이랜드 자본가들이 교섭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연시 매출타격투쟁을 앞두고 최대한 투쟁대오를 분열시키고 자신감을 꺾어버리기 위해 교섭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이랜드자본은 투쟁대오 분열을 노리고 있다
대선 이전에 몇 차례 교섭이 진행되었지만, 이랜드 자본가들이 제시한 교섭의 내용은 한결같이 노동자 대중을 분열시키려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비정규직 연속 3회 이상 반복 갱신된 경우 고용안정 보장” - 여기에는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끝까지 거부함으로써 정규직과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년 미만 비정규직 중 업무능력 탁월한 직원 직무급 응시 가능” - 정규직·비정규직 갈라치기도 모자라 아예 비정규직 내부까지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
“인사이동 시 당사자와 협의하되 문제발생시 고충처리 차원 처리” - 한마디로 회사에 머리를 조아리라는 것이다. 투쟁 성패와 무관하게 현장에 돌아오면 노조의 현장조직력을 파괴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랜드 자본가들은 여전히 양보할 의사가 없으며, 양보안처럼 포장한 내용들 속에 노동조합을 죽이려는 독약들을 심어넣으려 하고 있다. 사측은 여기에 ‘평화노력’ ‘고통분담’이라는 문구를 요구하며 노동조합과 현장투쟁에 족쇄까지 추가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고통을 겪는 쪽은 투쟁대오들만이 아니다
“우리가 힘든 만큼 적들도 힘들어한다” “질긴 놈이 승리한다. 끝까지 투쟁하자”
주요 간부들이 모조리 구속·수배되고 조합비 가압류, 생계곤란,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등에도 불구하고 180일 넘게 파업투쟁을 전개해온 조합원들이 끝까지 투쟁을 이어가려는 정신력과 투지를 이 구호들 속에 압축시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구호는 그저 정신력을 다잡기 위한 것 뿐만 아니라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이랜드의 누적적자는 무려 1,161억에 달하며 하반기 내내 진행된 불매운동과 타격투쟁의 효과까지 더해지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이랜드그룹은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한편에서는 당장 필요한 현금을 얻기 위해 뉴코아 강남점 건물을 코람코에 3,800억에 매각하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홈에버 포항점·신도림점을 신규 오픈하여 오히려 공격적 확장을 통해 적자로 인한 위축을 만회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매각대금은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고, 포항점·신도림점 오픈은 100% 비정규직 고용에 맞서 노동조합과 지역사회의 오픈저지투쟁과 맞닥뜨려야 했다. 까르푸를 인수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8,000억을 빌렸는데 이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물론 이랜드 자본가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수치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지 않는가.
다시한번 끈질긴 투쟁의 의지로 무장하자!
“이랜드 사태 원인은 노조 탓”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이명박이 당선됨으로써 이랜드 자본은 정신적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섭에서 보이는 태도와 해고통보가 이랜드 자본가들이 처한 현실 전체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노골적인 자본가 정권의 탄생이 그들의 정신적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처한 어려움 전체를 걷어내준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랜드, 뉴코아 법인통합 후 주식공개(주식상장)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 파업투쟁대오가 끈질긴 투쟁을 전개하고, 위력적이지는 않더라도 타격과 불매운동의 불꽃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상, 주식공개라는 수단은 아예 꺼내들기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자본가클럽 안에서조차 3년간 경영과 수익의 안정성, 바꿔말하면 노조를 온순하게 길들일 것을 주식상장의 요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이랜드 자본가들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투쟁대오를 분열시켜 자멸로 이끄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단시일 내에” 해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교섭석상에서 겉으로 자신감에 넘쳐있고 해고와 노조탄압의 칼날을 거침없이 휘두르고 있지만, 최대한 투쟁대오 분열을 만들어낼 카드들을 쉼없이 던지려 할 것이다.
32명에 대한 해고통보는 이랜드 자본가들이 단시일 내에 마무리하려는 절박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몇 개월을 더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우리 투쟁대오의 정신력과 결의를 꺾을 수 없다”고 투쟁결의를 모아나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만들어놓은 비정규악법에 맞선 싸움이 결국 정권이 바뀌는 순간까지 왔다. 이랜드 투쟁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노동계급이 어떤 정신으로 싸워야 하는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랜드 투쟁의 승리는,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일 노동탄압 정책의 예봉을 꺾고 노동계급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주게 될 것이다. 이 투쟁에 민주노조운동이 사활을 걸고 연대를 조직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투사들의 선택은 이것이어야 한다. 분열이 아닌 단결로! 정신적 무장과 함께 다시한번 투지를 불사르며! 자본가들이 양보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투쟁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스스로 싸움을 지속시키는 결단 속에서만, 뜨거운 여름 점거농성에서 나타났던 대중들의 역동성과 활발한 연대의 조직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비록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는 끝까지 버틸 것이다. 어디 할테면 해보라”
“양보해야 할 쪽은 우리가 아니라 자본가 당신들이다. 끝까지 한번 가보자”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