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에 시동 걸렸다!
대규모 촛불시위로 인한 이명박의 추락, 화물연대·건설기계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이어,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진출이 시작되고 있다. 최근 금융공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국사무연대노조로 조직된 것은 그 좋은 사례들이다.
“비정규직은 1회용품이 아니다!”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2년 이상 정규직화”를 회피하기 위해 ‘11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들이밀며 계약을 1차례만 갱신하는 방식으로, 22개월을 사용하고 나서 계약해지하는 등 그야말로 비정규직을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려왔다. 주택금융공사는 근속기간 2년이 넘은 노동자들조차 오는 6월30일자로 수십명을 계약해지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 중에서만 16명이 해고를 앞두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모두 금융 공기업으로서 이른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으로 전환시키기는커녕, 오히려 6월말과 7월초에 무더기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비정규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결성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각각 120여명, 50여명 등의 조직대상 중 70% 이상이 노조에 가입해, 노조 결성에 대한 대중적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용보증기금 비정규지부는 이미 공덕역 본사 앞 천막농성에 돌입했고, 주택금융공사 해고대상자들은 상경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비정규직 대량해고가 공기업 ‘선진화’!
촛불 민심에 밀려 거짓 사과를 한 이명박은, 특별기자회견에서 “공기업 민영화가 아니라 선진화가 맞는 표현”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신용보증기금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은 ‘공기업 선진화’의 실체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민영화는 유보하되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통폐합을 시도하고 있는데, 통폐합 이전에 비정규직부터 짤라내려 하다가 비정규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을 불러오게 된 것이다!
다시말해 이명박의 ‘공기업 선진화’ 발언은, 민영화 반대 여론이 들끓게 되자 민영화 시점을 잠시 유보하되, 대신 인원감축·통폐합 등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임이 드러난 것이다. 이렇듯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신규 조직화와 투쟁은 항상 정부와 자본이 숨기고자 하는 것들을 새롭게 폭로하기 마련이다!
이명박 정권 하 최초의 대중적 조직화·투쟁 사례
사측의 해고 위협에 맞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몇 달 전만 해도 이것은 상식이 아니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저항에 나서면 우리만 탄압받는게 아닐까” “그래도 이명박이 경제만은 어떻게 활성화시키겠지”
비정규노동자들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이렇다할 신규 조직화나 투쟁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정규투쟁사업장들은 거의 모두가 노무현 정권 때부터 투쟁을 시작하여 해결을 보지 못하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경제 대통령’을 내건 이명박에 대한 기대가 산산조각나고 불만과 분노가 팽배해지기 시작하자, 비정규노동자들은 분노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며 투쟁으로 일어서기 시작했다. 이제 역사는, 2008년 아래로부터 비정규노동자들이 대대적인 조직화와 투쟁으로 떨쳐일어서는 신호탄으로 이들의 투쟁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몇 달 전까지 자본의 탄압과 고용불안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자신있게 진출하지 못하던 비정규노동자들은, 이제 해고의 칼날이 들어오면 “내 발로 걸어서 나갈 수는 없다”며 저항에 나서고 있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