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물가폭등에 월 80만원으로 살라고?
27일 오전, 최저임금위원회 사흘간의 마라톤 교섭 끝에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6.1% 인상(시급 4,000원, 월급여환산 836,000원)에 합의했다.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인상률이며, 물가인상률에도 못미치는 ‘실질임금 하락’에 사실상 도장을 찍어준 것이다. “월 80만원으로 너희들이 살아봐라”며 최저임금투쟁을 전개해온 저임금 조합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원칙을 팽개친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합의!
이미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를 기록했고, 6월에는 5%대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제 유가와 곡물가 폭등으로 물가상승 고공행진은 멈추지 않을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은 온갖 통계조작으로 실제보다 낮게 나타난다. 실제로, 이른바 ‘MB 물가지수'로 불리는 52개 생활필수품목의 5월 물가는 6.7%나 상승했다.
더구나 이번에 결정될 최저임금 적용시점은 내년 1월1일이다. 따라서 6.1% 인상은 체감물가지수로 보아도 이미 실질임금 삭감인데다, 올해 연말까지 엄청나게 폭등할 물가상승분만큼 더 삭감된다. 이번 합의는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 뜻을 저버린 명백한 직권조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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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
2003 |
2004 |
2005 |
2006 |
2007 |
2008 |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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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원) |
2,275 |
2,510 |
2,840 |
3,100 |
3,480 |
3,770 |
4,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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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률 |
8.3% |
10.3% |
13.1% |
9.2% |
12.3% |
8.3% |
6.1% |
자본가들의 치열한 계급투쟁
촛불시위가 이명박 세력의 추락을 가져온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자본가계급 전체의 자신감 하락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미친 소 문제로 최저임금 문제가 대중의 관심사에서 벗어나게 되자, 자본가들은 오히려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여 필사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막았다.
최저임금 교섭에 자본가들을 대표해 참여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저임금 동결을, 중소기업협동중앙회(중기협)는 아예 21% 삭감을 주장해왔다. 중기협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되면 최저임금 어기기 운동을 펼칠 것”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은 기만적인 최저임금 교섭장을 박차고 나와 이렇게 선포해야 했다. “물가·유가폭등으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는 현실이 보이지 않는가! 당신들이 한달 80만원으로 살아봐라! 쥐꼬리만한 최저임금 인상이 불러올 사태에 당신들이 모든 책임을 져라!”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도 “물가폭등보다 떨어지는 수준으로 합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 조정이 되지 않으면 배수진을 치고 노동자위원답게 자리를 박차고 퇴장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역사적 경험으로 보더라도, 노동계가 기만적인 최저임금 교섭장을 박차고 나왔던 2004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최대치인 13.1%를 기록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였다. 27일 최종교섭에서는 노동자위원들이 아니라 사용자위원들이 교섭장을 박차고 나간 상황에서 노동자위원들이 6.1% 인상에 합의해주고 만 것이다.
환호하는 이명박과 자본가들! 그러나 부메랑이 되어 날아갈 것!
민주노총이 6.1% 인상에 합의하자, 청와대는 곧바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양보와 타협을 통해 이뤄낸 소중한 성과”라며 민주노총의 이번 타협을 찬양하고 나섰다. 이명박과 자본가들은 이제 “저임금 노동자들도 고통을 분담했으니, 임금인상투쟁을 자제하라!”며 하반기 노동자투쟁에 엄청난 이데올로기 공세를 퍼부을 것임에 틀림없다.
저들의 조롱보다 더 뼈아픈 것은, 7월2일 총파업을 코앞에 두고 민주노총이 합의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합의해놓고 어떻게 “기름값·물가폭등 문제 해결”이라는 총파업 요구를 내걸고 총파업투쟁과 하반기 노동자 대투쟁을 조직할 수 있겠는가!
이명박조차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로 폭등하면 경제를 비상체제로 운영하겠다는데, 살인적인 물가폭등 정세에서 노동계급이야말로 ‘초비상’을 걸고 기만적인 최저임금 교섭장을 박차고 나와 7월2일 총파업투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닌가!
그러나 역사는 자본가들이 오만한 자신감에 빠졌을 때 오히려 그들을 위기로 몰아넣을 노동자투쟁이 발발한다는 사례를 자주 기록하고 있다. 자신감이 너무 넘쳐서 ‘반찬값밖에 안되는 최저임금’을 밑바닥 노동자들에게 강요할 때, 악에 받친 노동자들의 저항이 터져나올 것이다. 관료주의 벽을 뚫고 저항이 솟구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투사들의 역할이다.
물가폭등으로 인한 생활고·민생고를 자본가들이 해결해야 한다고, 최저임금은 최소한 민주노총 표준생계비의 80% 선으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선동하자! 저임금에 허덕이는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도 민주노총과 함께 총파업투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조직하자!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