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생명을 담보로 자본의 이윤창출 도구가 돼야 하나?
지난 1월 7일 40여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당한 이천 화재 참사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탐욕을 위한 제물에 불과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자본가들은 공사기간을 단축시켜 더 많은 이윤을 벌어들이기 위해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내팽개쳤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말한다. "개장일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다 집어 넣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고가 난 거죠. 서두르라고 그랬으니까."(YTN뉴스 인터뷰) 노동자들은 변변한 안전장비조차 없이, 작업의 위험성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기름증기, 시너와 LP가스통이 가득 찬 화약고에서 일을 하다가 참사를 당했다.
시장 상황이 대단히 유동적이며, 특히 경쟁의 압력이 매일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정규직으로 인력충원을 하지 않고 노동시간을 늘리며 노동강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한마디로 살인적인 노동조건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이천 화재 참사는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
한국타이어(대전공장, 금산공장, 중앙연구소)에서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16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였고, 2001년 이후 23명이 사망하였다. 작년 2/4분기 순이익만 667억원을 기록한 세계 타이어업계 7위, 한국타이어 자본의 눈부신 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가? 그동안 한국타이어 자본은 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속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려왔다. 인원충원은 하지 않은 채 목표량 초과달성을 위해 노동자들을 쥐어짰다. 현장통제 전략인 TPM(전원참여생산보전)을 통해 조출, 연장, 공출을 늘렸다. 또한 무재해 인센티브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경쟁을 유도하고 산재를 감춰 왔다. 민주파 활동가들에 대해선 악랄한 감시, 미행, 테러, 폭행으로 보복했다. 5∼6명 단위로 구성된 분임조체계와 다물단 등을 활용해서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특히 위원장 선거를 대의원 50명이 간선으로 뽑게 하고 대의원 선거 역시 투표용지에 볼펜으로 후보자 이름을 직접 쓰는 자서식 방식으로 진행했다. 어용노조를 수단으로 노동자들의 손과 발을 완전히 묶어왔던 것이다. 특히 치명적인 독가스나 다름없는 솔벤트, 벤젠 등의 유기용제를 노동자들에게 매일같이 들여 마시게 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실시한 실험에 의하며 솔벤트를 흡입한 쥐의 뇌·심장근육 이상지수가 일반 쥐의 최대 7배에 달했다. 솔벤트는 고무세척 등에 쓰이는 유기용제인데 피부 자극, 흡인 위험, 중추신경계통 억제 등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성을 가져 오는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독가스를 무방비상태로 1년 내내, 아니 10년 20년을 마시게 하는 것이 살인이 아니고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독일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타 자본의 집단 살인이 사회문제화 되자 노동부는 불씨를 빨리 끄기 위해 한국타이어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결과를 발표했다. 한국타이어는 183건의 산업재해를 은폐했고 산업안전보건법을 1,394건 위반했다. 한국타이어 자본은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보호막도 되지 못하는 현재 자본가 법률조차도 간단히 무시하면서 노동자를 산재로,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1년에 수천억 원의 이윤을 남기면서도,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선 단 한 푼도 쓰길 거부한 것이다. 금호타이어에 광주 공장과 곡성공장에서도 지난 해 5명의 노동자가 과로 등의 이유로 숨졌다. 지난 2005년에도 3명의 노동자가 돌연사 했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수년간 신규채용 없이 4조 3교대의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주 64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부족한 생활임금을 충당하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연장근로와 휴일근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그 결과가 과로사, 돌연사, 연간 300여건이 넘는 산업재해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석면건강영향 검진조사에서 조사대상자 2900여명의 27%∼30%가 폐흉막에 이상이 있다고 밝혀졌다. 석면은 ‘소리 없는 살인도구’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일급 발암물질로 규정돼 있다. 단기간 노출되어도 석면폐증과 폐암, 중피종 등 암을 유발하며 석면에 한 번 노출되면 그 후에 노출되는 일이 없어도 20∼30년의 잠복기가 계속 진행된다. 그런데 이런 죽음의 가루를 서울메트로 노동자들은 1974년 지하철 개통이후 수 십년 동안 아무런 안전장치나 대책없이, 그것도 폐쇄된 공간에서 마셔가며 일을 해 왔다. 그러나 돈에 눈이 먼 서울메트로는 이러한 석면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가 없다고 발뺌하기에 급급하다. 뿐만 아니라 궤도 유지 보수 차량정비 등의 업무 아웃소싱, 매표업무 무인화, 1인 승무제 도입 등을 통해 노동자들을 잔인하게 공격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0년까지 2088명을 감축하겠다고 선포했다.
작업중지권, 노동자 생산통제, 노동해방사회로 전진하자!
대대적인 인력충원, 노동시간의 획기적 단축, 노동강도를 대폭 낮추기 위한 공세적인 투쟁으로 전진하지 않고서는 최소한의 건강권조차 지킬 수가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니라 ‘다치고 병들기 전에 노동환경을 확 바꿔내는 투쟁’을 현장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에게 안전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바로 생산을 중단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비롯한 현장통제권을 우리 노동자들이 움켜쥐어야 한다. 그래야만 오직 이윤에만 눈이 멀어 생산을 멈추지 않는 자본의 탐욕에 타격을 가하면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쟁취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런 힘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가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노동해방 사회로 전진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착취체제가 유지되는 한, 노동자의 건강권이란 아주 제한적으로만 보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의 소유권과 생산의 통제권을 자본가가 갖고 있는 한, 노동자가 투쟁을 통해 얻은 성과는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따라서 소수의 자본가의 수중에 있는 생산수단을 노동하는 전체 사회성원들의 공동재산으로 탈바꿈시켜내야 한다. 노동자들이 생산수단을 사회의 공동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며, 작업장에서 노동자 자주관리위원회가 생산과정을 스스로 통제할 때만 노동자의 건강권은 비로소 완전하게 획득될 수 있다. 결국 핵심적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누가 우리의 노동을 통제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현장을 통제하는 사회인가? 자본가인가? 노동자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