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건설기계 파업투쟁이 보여준 것
이명박 정부 들어선 후, 최초로 조직노동자 파업투쟁으로 나선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마무리되고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총파업은 2주일째 지속되고 있다. 개별 사업장과의 교섭 타결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아 화물연대의 지역파업도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투쟁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기에 평가를 하기는 어려우나 중간점검을 해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 화물/건설 파업에 대한 평가보다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벌어진 투쟁의 경과와 추이를 추적하고, 이것이 다른 부문의 노동자 투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를 분석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총파업 투쟁으로의 미조직 노동자 흡입력
화물연대의 파업투쟁은 다수의 미조직 노동자를 흡입하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6월13일 파업 돌입 전까지 3천이 넘는 신규 조합원의 가입쇄도가 있었고, 파업투쟁 기간과 후까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할복 자결 기도가 있었던 현대제철의 경우처럼, 덩어리째로 신규 조합원들이 집단가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신규 조합원들은 두가지 방향에서 기능을 했다. 하나는 투쟁의 돌입단계에서 총파업이 가능하도록 밀어붙이는 힘으로, 다른 하나는 "처음 싸움인데, 이정도면 많이 얻은 것 아닌가"라며 조기타결을 지지하는 힘으로. 화물 부문에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의 기세와 수준은,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건설기계 파업 돌입 전부터 굴삭기 노동자들의 관심은 집중되어 왔으나, 화물연대와 비교했을 때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흡입력은 좀 덜한 편이다. 물론 조직력과 투쟁력이 강한 지역의 경우 노조로의 조직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별히 훈련된 조직가를 파견한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굴삭기 노동자들이 건설노조 지부·지회로 결성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력이 취약한 지역에서는 노조로 조직되기보다 자체 '협의회'로 조직되는 경향이 강하다.
촛불 정국과의 관계
촛불정국과 무관하게 화물 및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치솟는 기름값으로 인해 싸우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있었다. 그러나 촛불정국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파업투쟁이 전개되었다는 점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화물연대 투쟁의 경우 ‘미친 소 운송거부’ 선언이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상승효과를 얻었는데, 파업노동자들 역시 촛불시위에 상당한 결합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건설기계 파업은 촛불정국과 호흡하는 정도가 매우 약했는데, 파업에 대한 관심도나 여론 또한 화물연대에 비해 떨어진다.
이는 각각의 투쟁이 전개되는 양상과 촛불정국이 갖고 있는 독특한 정서와도 연결되어 있다.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업’에 대한 여론이 나쁘지 않은데, 이는 파업이 내건 요구를 지지하는 것도 있겠지만, 더 크게 봐서는 이명박의 코를 납작 누를 수 있는 투쟁에 대한 요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초기에 정부와의 교섭을 너무 일찍 타결짓고 대정부투쟁을 축소해서 진행한 건설기계 파업에 비해, 중앙정부와 직접적인 대결국면을 유지했던 화물연대의 파업투쟁에 관심과 지지가 더욱 집중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파업투쟁이 갖고 있는 물리적 파괴력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파괴력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가져왔다.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
화물연대의 파업은 대외적으로 내걸었던 “경유가 인하 - 정유사 원가공개·장부공개”라는 노동계급 전체의 요구는 해결되지 않은 채, 운반비 인상과 표준요율제 제도개선 약속으로 마무리되었다. 표준요율제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약속은 있어왔으나 이행은 계속 미뤄진’ 제도라는 점에서, “내년 법제화 약속”을 강제하기 위해 또다시 투쟁이 필요하다.
이러한 중간점검은, 아직 총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건설기계 노동자투쟁이 향후 투쟁에서 참고할 만한 내용들을 던져준다. 우선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대정부투쟁을 강화하고, 김상만 열사의 투혼이 서려있는 영종도 관급공사에 대한 집중타격·선도투쟁 등 응집력을 보여줄 수 있는 위력적 파업전술이 집행된다면, 미조직 노동자들이 총파업투쟁으로 이끌려올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파괴력도 배가될 것이다.
또한 파업투쟁의 양태에서도 “사업장별 교섭을 병행하여 타결되는 곳부터 복귀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면한 요구 관철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총파업을 접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현장별로 교섭이 타결되면 복귀하는 수순이 된다면, 총파업의 기세는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가장 마지막에 조직력이 취약한 지부·지회의 투쟁만 남게 되고 만다. “투쟁의 시작을 함께 결의했다면, 투쟁의 마무리도 함께 해야 한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