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계급의 단결이라는 원칙으로 최저임금투쟁을 시작하자!
2008년 최저임금투쟁이 시작됐다. 지난 4월 첫 회의를 가진 최저임금위원회는 90일 동안의 심의를 거쳐 6월말 최저임금을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2009년 최저임금액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인 시급 4,730원(월 994,480원)으로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삭감하기 위한 자본가계급의 공세
열악한 저임금은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심각한 부담과 압박이 된다. 자본가들은 극도로 열악한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고 그런 일자리조차 없어서 줄지어 기다리는 실업자들을 보라며 취업노동자들을 압박한다. 이윤을 계속 늘려야 살아남는 자본가들을 위해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으로 최저임금을 줄이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지식경제부가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제도 선진화 방안'에는 기간제와 파견제 사용기간을 3!4년으로 늘리는 계획뿐 아니라 최저임금제 관련해선 근속수당이나 가족수당, 급식수당, 교통비 등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들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시키려는 방침이 담겨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최저임금 수준만을 받고 일하는 수백만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자본가들은 올해도 역시 작년과 같이 동결을 외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지금도 자신들에게 철저히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는 최저임금위원회조차 거추장스럽다 보고 아예 정부가 마음대로 결정하자고 주장한다. 이 모든 것들은 최소한의 생활조차 버거운 열악한 중소 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짓밟아 경제위기를 탈출하고자 하는 자본가들의 적나라한 시도인 것이다.
계급적 요구의 전면배치
민주노총이 2001년부터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했고, 매년 10% 안팎의 최저임금 인상이 이루어졌다. 물론 이조차도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성과가 아니라 청소용역노동자, 비정규영세노동자들이 자신들을 조직하면서 최저임금투쟁에 헌신적으로 투쟁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임금인상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자본가들은 최저임금인상분만큼 상여를 삭감하거나 각종 수당의 기본급화, 연월차 축소 등을 통해 실질임금을 깎는다. 또한 고령인 여성노동자들이 주되게 종사하는 청소용역 등은 똑같은 시간을 노동시키면서도 근로계약서에 휴게시간을 늘려서 최저임금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현재 최저임금의 80% 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감시·단속 노동자들(경비노동자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 민주노총 요구안이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올해 요구한 최저임금 시급 4,730원은 혼자 사는 노동자의 생계를 잇기에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1인가구 표준생계비 1,666,528원). 최근 폭등하는 물가인상률을 볼 때에도 최저임금은 현실성이 없다. 생활임금에 미달하는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요구해야 하며, 최저임금을 생활임금의 80~9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물론 생활임금의 80~90%로 최저임금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것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그러나 뼈빠지게 일해서 받는 최저임금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안 되어, 퇴근 후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초장시간 노동에 허덕이는 열악한 현실만큼은 바꿔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본가들은 오히려 최저임금을 삭감하려 한다. 경제위기에 벌벌 떨고 있는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지불능력을 핑계대지만, 우리가 착취자들의 지불능력을 배려할 이유는 없다. “이제껏 우리의 피와 땀을 대가로 먹은 이윤을 토해내라! 또한 이 체제를 작동불능의 엉망진창 상태로 내몬 것은 전적으로 자본가들이다. 당신들이 벌여놓은 결과를 우리 노동자가 책임질 수는 없다! 자본가의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존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최저임금투쟁과 관련해서 분명히 치켜들어야 할 원칙이다.
또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뿐 아니라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과 같은 계급적 요구를 전면에 배치하고 싸워나갈 때만이 해고와 임금삭감의 위협을 막아내고 생활임금을 쟁취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만들 수 있다.
계급적 운동을 조직하자!
2008년 최저임금 적용대상 노동자들은 노동부 통계만으로도 212만 4,000명으로 늘어났다. 가사노동자, 청소년노동자, 택시노동자, 감시단속적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은 최저임금을 전면적으로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통계에 잡히지 않는 노동자들까지 고려한다면 거의 4백만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임금조차 받지 못하며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직된 노동운동은 이들을 향해 다가가고 있지 못하다.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미조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하면서 단호한 계급적 연대행동을 조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운동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으며 자신의 위대한 힘을 결집시키지 못하고 있다. 자기 문제에만 집착하는 타락한 조합주의 정신이 아니라 계급적 책임성이 진실로 필요한 투쟁이 바로 최저임금투쟁이다.
기자회견, 최임위 앞의 집회, 교섭보고 등 판에 박힌 투쟁을 하다가, 최임위의 표결 결과로 끝나버리는 최저임금투쟁에 쓸쓸히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 현실이다. 5월 29일 경총 앞에서 진행한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관련 집회는, 조직도 제대로 하지 않고 맥도 빠지는 그야말로 형식적으로 해보는 집회에 불과했다. 자본가들이 겁내기는커녕 비웃고 지나갈 투쟁이 된 것이다.
결정시기를 앞두고 벌어지는 상층 중심의 집회와 투쟁, 흉내내기를 넘어서자. 그리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몇 %를 올릴 것인가를 둘러싼 입씨름이 아니라 현장에서부터 이 투쟁을 조직하고 일상적으로 준비하자.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의 경우 최저임금에 대한 산별협약쟁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과 현장에서 최저임금투쟁을 조직해내야 하고 실질적으로 관철시켜내야 한다.
경유가 폭등에 따른 건설-화물의 총파업에 발맞춰, 노동자 민중의 물가고·생활고를 들고 중소영세 비정규노동자들이 함께 사회적·정치적 투쟁으로 확장시켜내는 것 역시 당면 정세에 부응하는 최저임금 투쟁의 좋은 발판이 될 것이다. 그 속에서 노동자계급의 단결이라는 원칙을 움켜쥐자! 최저임금을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하고 대폭 인상하기 위한 투쟁은 바로 우리 모두의 투쟁이다!
공공서비스노조 조합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