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서라도 병원자본가들의 탐욕에 맞서야 한다!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병원자본가들은 경쟁력 강화에 혈안이 돼있다.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은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최신시설의 병원을 신·증축하여 병상수를 늘리고,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가의 첨단의료장비 도입으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는 암센터 등 돈이 되는 곳뿐이다. 결국 돈벌이가 되는 환자는 환영받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는 박대당하며 아예 입원을 거부당하거나, 완쾌되지 않았음에도 조기 퇴원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돈벌이를 위해 인원도 줄여
이미 05년 건강보험공단 연구원의 ‘의료기관 영리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는 영리병원 도입 시 병원인력의 대량감축을 예고했다. 비영리법인의 100병상 고용인력이 평균 86.4명인데 반해 개인병원의 경우 49.2명으로 고용비율이 56.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자본가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인건비 절감(노동착취 강화)이다. 07년도 병원의 노무관리를 맡고 있는 관리자들이 모여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근로자의 근태관리, 업무프로세스 효율화를 통해 인건비 증가분 해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업무를 간소화하고 직원의 다직능화 교육을 통해 인원부족 부서에 임시로 인력배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각종 휴가제도 변경, 한시적 연장근로 확대, 연장근로가산임금 할증률 인하 등을 모색하며 노동자 착취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쥐어 짜이는 병원노동자들
모든 노동에 적정 인원수가 있는 것처럼, 병원에서도 일정한 환자 수에 따라 간호인력이 배치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간호인력으로 끼니를 거르기 일쑤고 화장실마저 가지 못해 아랫배는 빵빵해진다. 쏟아지는 업무량을 처리하기 위해 허겁지겁 뛰어다니다 보면 어느새 유니폼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연장노동을 하면 당연히 받아야 할 수당조차 관리자(수간호사)들의 눈치와 강압에 엄두도 못 낸다. 또한 휴일에도 녹초가 된 몸을 쉬지 못하고 출근하여 병원의 브랜드 강화를 위한 각종 교육을 강요받는다. 다른 한편으론 외주화, 파견, 용역, 임시직 등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병원노동자들은 항시 언제 짤릴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다.
과중한 업무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산재 수준도 심각하다. 병원노동자 10명 중 6명이 요통 등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에 두 시간마다 50kg 이상의 환자들의 체위를 변경시켜주어야 하는 중환자실의 업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휠체어와 침대로 검사실까지 이송시켜야 하는 업무, 매일 배식운반을 하는 급식업무 등이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병원노동자들은 환자들에게 사용했던 주사바늘에 종종 찔리곤 한다. 너무나 업무량이 많아 바늘을 안전하게 처리할 여유조차 없기 때문이다. 또한 무수히 많은 유해물질(환자의 혈액, 체액, 마취제, 항암제, 발암물질, 각종 소독제)에 둘러싸여 있다. 결국 병원노동자들은 B형간염, C형간염, AIDS 등 위험한 질병에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투쟁의 기운
이처럼 병원의 이윤경쟁에 따라 노동자의 처지는 갈수록 추락해가는 상황이지만, 이는 병원노동자들의 투쟁의 기운이 싹틀 수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쟁취한 서울대병원, 일방적인 계약해지에 맞서 복직을 쟁취한 고대병원, 노조탄압에 일환으로 위장폐업에 맞선 안산 한도병원, 고용승계를 위한 전남대병원하청노동자들, 부당해고에 맞선 영남대의료원 등 현장에서의 싸움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투쟁의 기운을 바탕으로, 올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산업화 정책에 맞선 투쟁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명박 정부는 병원자본가들의 이윤을 챙겨주기 위해 영리병원 도입,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불가피하게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병원 노동자들의 삶 자체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병원자본가들의 이윤을 향한 탐욕 앞에 환자들의 생명도, 병원노동자의 생명도 위태롭다.
영리병원 도입 저지! 민간의료보험이 아닌 국가에서 모든 의료비를 부담하는 무상의료 쟁취! 우리는 살기 위해서라도 이를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