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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어디로 : 4호_오늘날 세계 자본주의 위기와 레닌의 제국주의론
 사노련  | 2009·08·08 15:08 | HIT : 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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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노련에서 발행한 <사회주의자> 4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론연구]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 위기와 레닌의 제국주의론

    양준석

    1. 노동자혁명의 시대와 레닌의 제국주의론

    1916년 레닌은 󰡔제국주의 :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제국주의론)를 발표했다. 여기서 레닌은 제국주의 단계의 자본주의를 다음과 같이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 즉 “이행기의 자본주의”로 규정했다.

    “독점, 과두제, 자유가 아닌 지배를 위한 열망, 한 줌밖에 안 되는 가장 부유하고 가장 강력한 민족에 의한 점증하는 약소민족의 착취, 이 모든 것들이 제국주의를 기생적 자본주의 혹은 부패해 가는 자본주의로 규정하도록 만드는 제국주의의 현저한 특징을 낳았다.”1)

    “우리는 제국주의를 이행기의 자본주의, 혹은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2)

    “제국주의는 프롤레타리아 사회혁명의 전야이다. 이 점은 1917년 이래 전 세계적 차원에서 입증되었다.”3)

    레닌의 󰡔제국주의론󰡕은, 카우츠키를 비롯한 제2인터내셔널 주류가 1차 세계대전에서 자기 나라 부르주아지들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과 달리,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 전환하라”고 외쳤던 러시아 볼셰비키들의 혁명투쟁을 뒷받침한 ‘혁명이론’이었다.4)

    제국주의 전쟁의 한복판에서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를 수립한 1917년 러시아 노동자혁명은 레닌의 󰡔제국주의론󰡕과 그에 입각한 사회주의 혁명투쟁의 타당성을 현실로 입증했다. 이후 1923년까지 독일·헝가리·이탈리아·영국을 중심으로 전 유럽에서 펼쳐졌던 ‘세계혁명’의 물결은,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의 징후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제국주의와 결탁한 노동계급 내 기회주의의 역사적 배신을 보여줌으로써, 또 다른 형태로 레닌의 󰡔제국주의론󰡕이 가진 혁명적 타당성을 입증하였다.5)

    1차 세계대전에 뒤이은 세계적인 노동자혁명의 물결을 간신히 제압함으로써 자본주의는 위기를 벗어나는 듯 보였지만, 몇 년 가지도 않아 1929년 미증유의 세계대공황에 빠짐으로써 ‘사멸해 가는’ 체제의 단말마적 고통을 다시 드러냈다. 자본주의는 1930년대 내내 세계대공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으며, 결국 2차 세계대전이라는 더욱 거대한 제국주의 전쟁을 통해서야 비로소 10년을 넘게 괴롭히던 세계대공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세계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은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의 파멸적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지만, 세계적인 노동자혁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1917년에 시작된 러시아 노동자혁명, 1920년대에 시작된 중국을 비롯한 식민지 노동자민중의 혁명적 투쟁, 1930년대 미국·프랑스·스페인 등의 거대한 노동자투쟁이 이 시기에 파상적으로 펼쳐졌지만, 세계적인 노동자혁명은 일어나지 못했다.

    러시아 노동자혁명은 고립된 까닭에 그 약점과 한계가 극대화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스탈린주의 관료집단의 반혁명으로 무너졌다.6) 코민테른의 ‘자본주의 전반적 위기론’은 노동자공동전선 대신 사회파시즘론을 앞세운 좌익적 편향으로 독일에서 무기력하게 히틀러의 집권을 허용한 뒤, 세계노동자혁명이 아니라 스탈린주의 소련 방어와 인민전선을 앞세운 우익적 편향에 빠져 미국·프랑스·스페인에서 거대한 노동자투쟁의 성과를 자본가들에게 헌납하고 참혹하게 패배하는 결과를 낳았다.7) 중국을 비롯한 식민지 노동자민중의 민족해방 혁명투쟁은 노동자혁명의 한 과정이 되지 못한 채 농민을 중심으로 한 소부르주아 민족혁명으로 변질되고 말았다.8)

    이렇듯 1924~1945년의 시기에 비록 세계노동자혁명은 일어나지 못했지만, 자본주의는 ‘사멸해 가는’ 체제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라는 󰡔제국주의론󰡕의 핵심 규정은 여전히 그 타당성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제국주의론’에서 표현된 혁명이론을 시대와 더불어 올곧게 발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스탈린주의 반혁명의 노리개로 전락해 버린 코민테른의 잘못된 혁명 전략과 정치노선은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에 맞서 세계노동자혁명을 도저히 이끌어 나갈 수 없었다.

    노동계급 혁명운동이 세계적 차원에서 패배하는 대신 세계전쟁으로 과잉자본을 대량 파괴함으로써 자본주의는 한동안 왕성한 확대재생산 운동을 재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자본주의 위기는 일시적으로 수면 아래로 내려갔고, 이로부터 전후호황의 시대가 열렸다.

    2. 1945년 이후 ‘달라진’ 세계 자본주의와 레닌의 제국주의론

    1945년 이후 자본주의는 그 이전과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1973년까지 25년 넘게 지속된 ‘전후호황’의 시기가 있었다. 1차, 2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규모의 전쟁도 벌어지지 않았다. 1973년 이후 장기불황이 이어졌지만, 2008년까지 35년 동안 1930년대와 같은 세계대공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는 ‘사멸해 가는’ 체제라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1945년 이후 자본주의의 모습은 (‘사멸해 가는’ 체제인지 여부를 떠나) 1916년 레닌이 제국주의의 기본 특질로 규정했던 것9)과도 상당히 달라졌다. 이제 마르크스주의 흐름 안에서도 많은 이들이 󰡔제국주의론󰡕을 (1945년 이전의 현실 적합성은 인정할 수 있을지라도) 더 이상 지금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으니 폐기해야 할 이론으로 취급했다.

    그런데 2008년 하반기에 펼쳐진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자본주의가 다시 1930년대와 같은 세계대공황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자본주의는 다시금 ‘사멸해 가는’ 체제의 모습을 겉으로도 공공연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에 맞선 세계적인 노동자혁명이 다시금 현실의 전망으로 되는 시대가 새롭게 열린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세계적 수준에서 펼쳐진 혁명이론과 혁명운동의 성과를 종합해 내면서 다가오는 세계노동자혁명을 위한 이론을 발전적으로 재정립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여기서 지난 세기에 세계노동자혁명의 핵심적인 이론적 토대였던 레닌의 󰡔제국주의론󰡕을 오늘의 현실을 놓고 비판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은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레닌의 󰡔제국주의론󰡕을 다시 들추는 것은 󰡔제국주의론󰡕을 오늘의 현실에 교조적으로 대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발전적으로 재정립해야 할 혁명이론의 기초로서 여전히 의미를 갖는 합리적 핵심을 󰡔제국주의론󰡕 속에서 간추려 내기 위해서다. 그 합리적 핵심을 크게 요약해 보자면 다음 두 가지라고 본다.

    첫째, 혁명이론의 출발점으로서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라는 총괄적인 규정이다. 이와 관련해서 오늘 우리는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라는 관점에서 1945년 이후 오늘날까지 자본주의 전개과정을 새롭게 설명해 낼 필요가 있다. 겉보기에 전혀 ‘사멸해 가는’ 체제가 아닌 듯 보였던 전후호황 시기부터 ‘사멸해 가는’ 체제의 징후가 다시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가 ‘사멸해 가는’ 체제로서의 본질을 어떤 운동과정으로 펼쳐 왔는지, 그 속에서 작동하는 핵심적인 모순구조는 무엇인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해 낼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라는 규정이 갖는 오늘의 의미를 명확하게 정돈해 내는 것은 우리가 발전적으로 재정립해야 할 혁명이론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둘째, 한 줌의 강력한 자본가들이 세계 자본주의를 지배하는 수단으로서 ‘제국주의 국가권력’에 대한 인식이다. 오늘날 지구상에 고전적인 식민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 세계의 경제적 부를 압도적으로 틀어쥔 한 줌의 강력한 자본가들은 제국주의 국가권력의 막강한 정치군사적 힘을 바탕으로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 자신의 이해관계를 우월적으로 관철시키고 있다. 제국주의 국가권력은 자본주의 체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철폐하려는 노동계급의 투쟁은 필연적으로 제국주의 국가권력에 맞선 투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식민지가 사실상 사라진 오늘날, 제국주의에 맞선 노동계급의 투쟁은 민족적 형식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계급의 전면적인 국제연대를 통해서 실현되어야 한다. ‘제국주의에 맞선 세계노동자혁명’의 관점은 우리가 발전적으로 재정립해야 할 혁명전략의 기본 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형태는 많은 변화를 거듭해 왔다. 그런 점에서 한 세기 전의 자본주의를 분석한 󰡔제국주의론󰡕을 갖고, 특히 이른바 ‘5대 지표’에 입각해서,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의 자본주의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특징을 핵심적으로 요약하는 것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가 새롭게 해야 할 일이다. 다만 ‘5대 지표’를 포함해서 󰡔제국주의론󰡕 곳곳에 담겨 있는 레닌의 주장을 오늘의 현실과 견주어 점검해 보는 것은 오늘의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요약하기 위한 작업의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 독점과 다국적 기업

    󰡔제국주의론󰡕이 밝혔듯이, 자유경쟁에서 출발한 자본주의는 생산과 자본의 집적이 높은 단계에 이르면서 경제생활에서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독점체를 형성했다.

    “경쟁은 독점으로 전화한다. 그 결과 생산의 사회화가 현저하게 진전된다. 특히 기술의 발명이나 개선과정도 사회화된다. 이것은 과거와 같이 서로가 상대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분산된 채 미지의 시장에서의 판매를 위해 생산하던 제조업자들 간의 자유경쟁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

    자본주의는 제국주의 단계에 이르러 생산의 전면적인 사회화에 바짝 접근한다. 말하자면 자본주의는 자본가들을 그들의 의지나 의식에 반하여 어떤 새로운 사회질서, 곧 완전한 자유경쟁으로부터 완전한 사회화로의 과도적인 질서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생산은 사회화되지만, 소유는 여전히 사적이다. 즉 사회적 생산수단은 여전히 소수의 사적 소유로 남아 있다. 형식적으로 인정된 자유경쟁의 일반적 틀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소수의 독점체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씌우는 멍에는 한층 무거워지고 가혹해지고 견디기 힘든 것이 된다.”10)

    독점화의 경향은 1945년 이후에도 기본적으로 계속되었다. 그런데 독점체들이 존재하는 방식은 일정하게 달라졌다. 과거의 독점체들은 카르텔과 보호무역 등을 통해서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을 독점적으로 또는 배타적으로 분할했다. 그러나 1945년 이후에는 다국적 기업이 전면에 등장하여 자국시장의 상호개방과 자유무역을 주창하면서 공동의 세계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11)

    오늘날 다국적 기업의 존재방식은 과거의 카르텔과 분명히 다르다. 그런데 다국적 기업은 생산의 사회화를 국경을 넘어 세계적인 수준으로 확장해 왔다. 그런 점에서 ‘독점에 따라 생산의 사회화가 현저하게 진전되는 양상’은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한 현대 자본주의에서 더욱 발전되어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독점화의 구체적인 양상은 달라졌지만, 독점화 경향 자체와 그에 따른 생산의 사회화 진전이라는 본질적 측면은 오늘날 현대 자본주의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2) 금융자본과 ‘금융화’

    󰡔제국주의론󰡕은 은행자본이 산업자본과 융합하는 ‘금융자본’을 제국주의의 주요 특질 가운데 하나로 규정했다.

    “생산의 집적, 이로부터 생겨나는 독점체, 은행과 산업의 합병 혹은 유착, 이러한 과정이 바로 금융자본의 발생사이며 금융자본이라는 개념의 내용이다. …

    소수의 손에 집적되어 사실상의 독점을 형성하고 있는 금융자본은 회사 설립, 유가증권 발행, 국채 등을 통하여 점점 늘어나는 막대한 이윤을 얻으며, 금융과두제의 지배를 강화하고, 전체 사회로부터 공물을 징발하여 독점체를 살찌운다. …

    자본의 소유가 자본의 생산적 투자와 분리되는 것, 화폐자본이 산업자본 또는 생산적 자본과 분리되는 것, 화폐자본으로부터 나오는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생활하는 금리생활자가 기업가 및 기타 자본경영에 직접적으로 관계하는 사람들과 분리되는 것, 이것들은 자본주의의 일반적 특성이다. 제국주의, 혹은 금융자본의 지배란 곧 그러한 분리가 상당한 정도에 이른 자본주의의 최고단계이다. 다른 모든 형태의 자본에 대한 금융자본의 우위는 곧 금리생활자와 금융과두제의 지배를 의미하며, 금융적으로 ‘강력한’ 몇몇 국가가 나머지 다른 모든 국가 위에 우뚝 선다는 것을 의미한다.”12)

    오늘날에도 여전히 “화폐자본으로부터 나오는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생활하는 금리생활자”들은 다국적 기업을 비롯한 전 세계 거대기업 대다수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다. 이들 금리생활자 대주주들은, 이른바 ‘소유와 경영의 분리’ 경향에 따라 ‘경영노동’이 전문경영인을 정점으로 한 방대한 관리체계로 넘어가면서, 대부분 ‘경영노동’조차 하지 않는다.

    이렇게 기생충처럼 살아가는 금리생활자들이 경제 전반에 대해 갖는 지배력은 전후호황 시대에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가, ‘주주 자본주의’ 공세를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에서 다시 크게 강화되었다.

    이처럼 ‘금융화’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의 주요한 특징인데, 최근에는 산업자본이 생산적 투자 대신 엄청난 규모의 유보금을 쌓아둔 채 금융부문에 투자하거나 심지어 직접 금융업에 뛰어들 정도로 ‘금융화’가 심화되었다. 은행만이 아니라 각종 펀드를 비롯한 투기적 금융기관도 번창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금융자본의 존재방식은 과거와 일정하게 다르다. 과거에는 은행자본이 경영진을 파견하여 산업자본을 일상적으로 지배했다.13) 이와 달리 오늘날의 은행자본과 투기적 금융기관은 유동성과 이동성을 강화하여 더 높은 가치증식을 추구하기 위해 특정한 산업자본에 얽매이기보다 독립적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14)

    하지만 그렇다고 금융자본의 본질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금융적 자본15)의 거대화는 산업자본이 축적의 결과인 유기적 구성 고도화에 따라 신규투자에 점점 더 큰 화폐자본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사실에 여전히 기초하고 있다. 오늘날 금융적 자본이 금융거품을 바탕으로 투기적인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경향이 매우 심화되었지만, 여전히 모든 금융거품과 투기적인 수익은 산업자본에 대한 투자로부터 나오는 수익에 근원적인 기초를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오늘날 산업자본마저 금융투기에 빨려드는 경향이 심화된 것은 무엇보다 유기적 구성 고도화에 따른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생산활동을 통해서 만족스런 이윤을 얻기 어려워진 까닭이다.

    즉 오늘날에도 금융적 자본은 산업자본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금융적 자본의 거대화는 산업자본의 요구로부터 비롯된 것이자 산업자본 축적의 결과인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으로 넘어오면서 금융적 자본이 산업자본보다 더 주도권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전후호황 시기에 이루어진 산업자본 축적의 결과 유기적 구성이 고도화되면서 금융적 자본의 거대화가 점점 더 크게 요구되고 점점 더 탄력을 받게 되었다는 점, 달리 말하면 산업자본이 거대한 금융적 자본에 더욱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는 점 때문이다.16)

    이처럼 오늘날에도 큰 틀에서 보자면 금융적 자본과 산업자본은 서로 긴밀히 결합되어 있으며, 이렇게 결합된 금융자본을 장악한 한 줌의 강력한 자본가들이 자본주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나쁜’ 금융적 자본을 규제하여 ‘좋은’ 산업자본 중심으로 자본주의를 ‘건강하게’ 재편할 수 있다는 생각은, ‘금융화’가 자본축적의 필연적인 결과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고, 실제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추구하는 비현실적인 공상이며, 노동자투쟁의 상상력을 자본주의 틀 안으로 가두는 해악적인 것일 뿐이다.

    기생충처럼 살아가는 금리생활자들의 지배를 폭로하는 것은, 기생성과 부후성의 필연적인 심화를 통해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의 실체를 명확히 함으로써 자본주의 철폐의 방향을 더욱 분명히 세우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3) 자본수출과 공장이동

    󰡔제국주의론󰡕은 자유경쟁 자본주의의 전형이 상품수출이라면 독점 자본주의의 전형은 자본수출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가 자본주의로서 존재하는 한 과잉자본은 그 나라 대중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왜냐하면 그렇게 할 경우 자본가들의 이윤은 하락할 것이므로― 후진국에 자본을 수출함으로써 이윤을 높이는 데 이용된다. 일반적으로 이들 후진국에서는 자본이 희소하고, 토지가격이 비교적 낮으며, 임금이 낮고, 원료가 싸기 때문에 이윤이 높다.

    자본수출은 수많은 후진국들이 이미 세계 자본주의적 교역에 편입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가능해진다. 즉 이들 나라에서는 간선철도가 개통되었거나 건설 중에 있으며, 기타 산업발전을 위한 초보적 조건이 창출되고 있다. …

    자본수출은 그것을 수입하는 나라의 자본주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며, 그 발전을 크게 가속화시킨다. 그러므로 자본수출이 자본수출국의 발전을 어느 정도 정체시키는 경향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동시에 전 세계에 걸친 자본주의의 발전을 더욱 확대·심화하는 것이다.”17)

    자본수출은 경영권 행사와 결합된 ‘직접투자’와 투자수익만을 추구하는 ‘포트폴리오투자’로 나뉜다. 그런데 1914년 포트폴리오투자가 자본수출에서 90% 정도를 차지했던 반면, 1945년 이후에는 직접투자가 기본적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18)

    마르크스가 지적했듯이 자본수출은 자본수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를 상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19) 그런데 자본수출이 자본수입국의 자본주의 발전을 크게 가속화한다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자본수출은 자본수입국의 자본주의 발전을 크게 가속화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왜곡·지체시킬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 실제 역사에 더 부합한다.

    자본주의 초창기 미국을 비롯하여 자본주의 발전의 기반이 마련된 ‘근대적 식민지’로 흘러들어간 자본수출은 자본수입국의 산업화를 크게 가속화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쳐 前자본주의 상태의 식민지를 상대로 이루어진 자본수출은 어느 정도 자본주의 발전의 기반을 형성하고 약간의 산업화를 낳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활발한 산업화와 왕성한 자본주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20)

    식민지에 대한 자본수출에서 주종을 이뤘던 포트폴리오투자는 산업화를 지원하는 대신 오히려 경제외적 수탈을 강화하고 산업화를 제한했다. 주된 투자수익은 공업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토지에 대한 세금과 금광·철광산 등에 대한 수탈을 통해서 확보되었다. 철도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와 제국주의 국가 상품의 판매는 식민지에서 상품경제를 발달시키고 그리하여 기존의 前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붕괴시킴으로써 자본주의 발전의 예비 조건을 성숙시켜 나갔지만, 전반적인 산업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21)

    이와 달리 1945년 이후에는 전 세계 식민지들이 정치적으로 독립하면서 과거와 같은 방식의 수탈이 더 이상 계속될 수 없었다. 신생독립국들은 앞 다투어 근대화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이와 맞물려 제3세계로 흘러들어간 다국적 기업의 직접투자는 자본수입국의 산업화를 전반적으로 촉진했다. 다음 표는 그 경향을 뚜렷이 보여준다.

    제3세계와 선진국의 공업화 수준 (1750-1990)22)

     

    총제조업 생산 (10억$)

    1인당 (지수)

    선진국/

    제3세계

    제3세계

    선진국

    제3세계

    선진국

    1750

    93

    34

    7

    8

    1

    1800

    99

    47

    6

    8

    1

    1830

    112

    73

    6

    11

    2

    1860

    83

    143

    4

    16

    4

    1900

    60

    481

    2

    35

    18

    1913

    70

    863

    2

    55

    28

    1928

    98

    1,260

    3

    71

    24

    1938

    122

    1,560

    4

    81

    20

    1953

    200

    2,870

    5

    135

    27

    1973

    927

    8,430

    14

    315

    23

    1980

    1,320

    9,910

    19

    347

    18

    1990

    2,480

    12,090

    29

    412

    14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에서는 제3세계의 산업화에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은 막대하게 빨아들인 직접투자를 바탕으로 거침없이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자본주의 발전이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보다 먼저 산업화가 진전되었던 라틴아메리카 지역은 이 시기에 금융자본과 다국적 기업 공장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탈산업화와 빈곤화로 치달았다. 아프리카 지역은 독립 이후에도 환금작물 단일재배를 중심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천혜의 식량자원이 파괴되었는데 여기에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긴축정책이 겹치면서 대륙 전반이 기아로 허덕이는 비참한 상태로 내몰리게 되었다.

    1945년 이후 자본수출에서 나타난 중요한 특징은 선진국 사이의 자본이동이 선진국에서 제3세계로 가는 자본이동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이다.23) 이는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 사이에서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생산과 시장의 세계화가 크게 진전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미국은 전 세계 해외직접투자(FDI) 유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60년대 말에 10%가 채 되지 않았으나 1980년대에는 40% 수준까지 늘어나면서 세계 최대의 FDI 유치국이 되었다.24) 그런데 1990년대를 지나면서는 제3세계(개발도상국)의 FDI 유치가 급성장하여 2002년 처음으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고, 이후 미국과 엎치락뒤치락 선두를 다투고 있다. 다음 도표는 1980년 이후 전 세계와 각 경제그룹별 FDI 유치 흐름을 보여준다.25)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해외직접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국경을 넘어 대대적인 ‘공장이동’이 이루어진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원래 자본수출은 충분한 이윤을 기대하기 어려운 ‘과잉자본’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국경을 넘는 공장이동은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고전적인 자본수출과 맥을 같이 하지만, 과잉자본이 아니라 기존에 생산활동을 해왔던 산업자본이 생산설비를 폐쇄하고 이동한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자본수출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과잉자본을 내보내는 고전적인 자본수출이 새로 개척하는 시장을 대상으로 그 곳에 생산기반을 추가 구축하는 개념이라면, 공장이동은 기존 시장에 판매할 상품을 더 싸게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곳으로 기존 생산기반을 이동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장이동은 전후호황의 결과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높아져 ‘이윤율 저하 경향’의 압박이 매우 심각해진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자본가들이 강력한 反노동 공세를 통해 이윤율을 만회하려는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점점 더 값싸고 고분고분한 노동자를 찾아 공장을 계속 이동시킴으로써, 자본가들은 투쟁력을 가진 노동자들로부터 벗어나 상대적으로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었다. 공장을 꼭 이동하지 않더라도 공장이동을 협박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저항을 크게 약화시켜 이윤을 늘리는 효과도 만만치 않았다.

    이렇게 공장이동은 한동안 이윤율 저하 경향을 상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어느 곳에서든 공장이 들어서고 나면 머지않아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이 반드시 터져 나옴으로써 자본가들은 결국 똑같은 문제 앞에 다시 서야 했다. 그리고 공장이동과 그로 인한 파장이 세계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하는 중심 소비시장인 선진국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심각하게 하락시킴으로써 세계 자본주의 전체에 ‘잉여가치 실현의 위기’를 매우 심화시켰다.26)

    4) 식민지와 反제국주의

    󰡔제국주의론󰡕은 “경제적 사회구성체들 간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무시하거나 뒷전으로 밀어 놓는 제국주의에 관한 ‘일반’ 논문들은 … 극히 진부하고 공허한 잡소리가 될 수밖에 없다”27)고 말한다. 그러면서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정책이 갖는 특징을 이렇게 요약한다.

    “식민지 정책과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의 최근 단계 이전에도, 아니 자본주의 이전에도 이미 존재했다. … 자본주의 이전 단계들의 자본주의적 식민지 정책이라 할지라도, 금융자본의 식민지 정책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원료자원의 부족이 더욱 강하게 느껴질수록, 전 세계에 걸친 경쟁과 원료자원 쟁탈전이 보다 격화될수록, 식민지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은 보다 결사적으로 되는 것이다. … 자본수출에서 나오는 이익 역시 식민지 정복을 자극한다. 왜냐하면 식민지 시장에서는 경쟁자를 배제하고 공급을 확보하며 필요한 ‘연줄’을 만드는 등의 일에 쉽사리 독점적 방법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금융자본을 토대로 하여 성장하는 경제외적 상부구조, 즉 금융자본의 정치와 이데올로기는 식민지 정복에 대한 열망을 자극한다.”28)

    그런데 2차 세계대전 이후, 특히 1960년대를 지나면서 지구상의 거의 모든 식민지가 정치적 독립을 이룸으로써 식민지 체제는 세계적인 수준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그러나 식민지가 사라졌다고 해서 제국주의도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식민지 정책은 제국주의가 취하는 정책의 한 형태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정책을 논하는 데 있어서는 금융자본과 그 대외정책―이는 곧 세계의 경제적·정치적 분할을 위한 열강의 투쟁이라 할 수 있다―이 국가종속의 수많은 과도적 형태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식민지 소유국과 식민지국이라는 두 개의 주요 집단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는 정치적 독립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금융적·외교적 종속의 그물에 갇혀 있는 다양한 형태의 종속국들도 이 시대의 전형이다.”29)

    “금융자본은 당연히 종속된 나라와 민족에게서 정치적 독립까지 박탈하는 종속형태를 가장 ‘유리한’ 것으로 여기며, 그것으로부터 가장 많은 이윤을 뽑아낸다.”30)

    “금융자본은 모든 경제관계와 국제관계에 있어 대단히 강력한, 결정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세력으로서, 완전한 정치적 독립을 향유하고 있는 국가조차도 자신에게 종속시킬 수 있으며, 또 실제로 종속시키고 있다.”31)

    오늘날에도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은 “국가종속의 수많은 과도적 형태”를 활용해서 나머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일본·중국·러시아 등 제국주의 국가권력을 장악한 거대자본은 세계 곳곳에 “형식적으로는 정치적 독립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금융적·외교적 종속의 그물에 갇혀 있는 다양한 형태의 종속국들”을 거느리고서 이들 나라의 노동자민중을 체계적으로 착취하려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관철하고 있다.32)

    오늘날 제국주의 국가권력은 대체로 종속국의 지배세력을 육성·장악하는 통로를 통해 정치적·군사적 지배력을 구축한다. 특히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군사침략, 쿠데타지원, 미군주둔, CIA 공작, 친미정치인 육성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며 정치적·군사적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제국주의 국가권력들이 오늘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만큼, 다가올 노동자혁명의 과정은 개별 국가권력에 맞선 투쟁일 뿐만 아니라 제국주의 국가권력에 맞선 투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노동자혁명에 우선하거나 구분되는 별도의 목표로 ‘민족해방’을 상정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제국주의 사슬에서 해방되는 것은 노동자혁명이 획득해야 할 성과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 될 뿐이다.

    노동계급 운동이 제국주의에 맞서는 모든 세력을 지지하거나 심지어 전략적으로 한 배를 타야 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제국주의에 맞서되 자신의 반동권력을 지키려고 하는 또 다른 지배자들을 노동계급은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그 지배자들은 노동계급의 국제연대와 대중투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주로 핵무기와 테러라는 반동적 수단을 갖고 제국주의에 맞선다. 이들의 反제국주의는 국적을 초월해 ‘자본가 대 노동자’라는 계급전선을 치는 대신 ‘북한(이란) 대 미국’ 식의 민족전선을 만들어 노동계급의 국제적 단결을 파괴하는 길로 나아간다.

    노동계급은 제국주의 국가권력의 전쟁책동을 분쇄하고 나아가 제국주의 지배체제를 끝장내기 위해 투쟁할 뿐만 아니라, 제국주의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핵무기와 테러라는 반동적 수단을 사용하는 또 다른 지배자들에 대해서도 반대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에서 움켜쥐어야 할 무기는 철저히 ‘대중투쟁에 기초한 노동계급의 국제연대’여야 하며, 이에 기반한 ‘세계노동자혁명’이어야 한다.

    3. 세계 자본주의 위기와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

    2008년 하반기 세계적인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된 세기적인 세계대공황은 오늘날의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근저에서부터 뒤흔들어 놓고 있다. “혹시 자본주의가 ‘사멸해 가는’ 체제인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사멸해 가는’ 체제의 모습을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가? 왜 사멸해 가고 있는가? 사멸해 가는 과정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1) 자본주의는 ‘사멸해 가는’ 체제의 모습을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가?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사회적 생산과 사적 소유 사이의 모순 위에 서 있다. 다시 말해서 생산을 사회화함으로써 생산력을 엄청나게 발전시키지만, 인간의 필요가 아니라 자본의 이윤을 위해 생산하는 까닭에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인류가 제대로 누릴 수 없게 하고 나아가 생산력 발전 자체도 근본적인 한계 속에 가둬 버린다.

    자본가들은 생산을 비롯한 경제생활과 정치권력을 독점적으로 지배함으로써 이윤을 위한 생산을 전 사회에 관철한다. 그리고 자본주의 생산은 자본가들의 권력을 재생산한다. 자본주의 발전이 계속될수록 한 줌의 강력한 자본가들은 전 세계의 경제적 부와 정치군사적 힘을 점점 더 독점적으로 소유하면서 그 지배력을 더욱 강화한다. 자본가들의 지배력이 강화될수록 사회적 생산과 사적 소유가 충돌하는 데 따른 자본주의 모순은 더욱 심화된다.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는 노동계급을 비롯한 대다수 인류를 점점 더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내몬다. 더 이상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동계급을 비롯한 대다수 인류는 결사적 도약에 나설 수밖에 없다. 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를 위해 생산하는 사회를 향해 노동계급과 대다수 인류가 떨쳐나설 때, 비로소 자본주의를 대신하는 새로운 사회체제가 지구상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세계 자본주의가 통과하고 있는 지점은 어디일까? 필자가 볼 때, 지금 세계 자본주의는 다시금 노동계급을 비롯한 대다수 인류를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내몰기 시작하는 지점을 막 통과하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된 세기적인 세계대공황과 그로 인한 대중의 고통, 그리고 그에 맞서 세계적인 수준에서 노동자투쟁이 고양되기 시작하는 오늘의 현실은 그 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상당한 수준으로 축적된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가 놓여 있다.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는 어느 때보다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사회적으로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력 발전의 성과는 자본가들이, 그것도 한 줌의 거대자본가들이 점점 더 독점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공유하지 못한 채 점점 더 극심한 상대적 빈곤으로 내몰리고 있다.

    다음 두 도표는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에서 생산력 발전의 성과가 얼마나 공유되지 못하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미국의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는 1929년 세계대공황 발발 직전에만 볼 수 있었던 수준이다.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1970년대 이후 30년 이상 하락과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이루어진 기술혁신과 노동생산성 상승을 생각한다면 얼마나 많은 부가 자본가들에게 집중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두 도표를 비교해 보면 제조업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하락 또는 정체하기 시작하는 무렵부터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3)

    생산력 발전의 성과가 사회적으로 공유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는 세계적 수준의 불평등이다. 중국을 포함하는 제3세계 나라들의 1인당 평균소득은 선진국들의 1인당 평균소득과 비교할 때 1960년 4.7%, 1980년 4.5%, 1998년 4.8%로 몇 십 년 동안 20배 이상의 격차를 전혀 줄이지 못하고 있다.34) 아프리카 대륙의 기아 난민 사태가 보여주듯이 오늘날에도 인류 가운데 절대적 빈곤을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세계적 수준의 불평등이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지점일 것이다.

    오늘날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인류가 누리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측면은 인간 노동의 효율적인 배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낭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노동할 기회를 얻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장시간의 고강도 노동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것, 그런데도 어떤 해결책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지구적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한심한 모습이다. 또한 무기산업·부동산·주식·파생금융·보험·광고·마케팅·사치향락 등 실제 인간의 삶에는 전혀 필요하지 않지만 자본의 이윤논리 때문에 존재하는 부문이 점점 더 비대해지면서 점점 더 많은 인간 노동이 쓸데없이 낭비되고 있다.35) 이 점은 이제 자본주의가 실질적인 생산력 발전 자체까지 거대한 규모로 억압하고 있음을 뜻한다.

    기후재앙, 생태파괴, 오일피크 등 오늘날 자본주의 생산이 지구상에서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지점을 그리 머지않은 곳에 두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세계적 수준에서 볼 때, 오늘날 자본주의는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더 이상 사회적 성과로 연결시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으며,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인류가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내몰리는 방식으로만 자신을 재생산할 수밖에 없는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2) 자본주의는 왜 사멸해 가고 있는가?

    오늘날 자본주의가 ‘사멸해 가는’ 체제의 징후를 보일 수밖에 없도록 내모는 근원적인 요인은 ‘이윤율의 장기하락’이며, 나아가 그것이 ‘자본주의 시장 포화’라는 조건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36)

    자본주의 생산은 노동생산성을 상승시키며 자본의 유기적 구성을 고도화하는데, 이로부터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라는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데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는 이를 상쇄하는 요인들과 모순적으로 결합되어 전개된다. 따라서 짧은 기간을 놓고 보자면, 이윤율은 등락을 거듭할 뿐이며, 반드시 하락한다고는 말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와 이를 상쇄하는 요인들 사이의 모순적 대립은 무정부적 과잉생산의 문제와 결합하여 주기적인 공황을 낳게 된다.37) 그런데 산업생산의 주기적 변동과 함께 이윤율은 등락을 거듭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관통하는 장기적인 경향으로서 이윤율의 장기하락은 필연적으로 관철된다.

    자본의 이윤을 위해 생산이 이루어지는 자본주의에서 이윤율의 하락은 사활적인 문제다. 자본가들은 이윤율의 하락을 상쇄하려고 (사실 개별 자본가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더 높은 이윤을 얻으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게 된다. 자본가들은 눈앞에 보이는 이윤율 하락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강구하고 나서지만, 장기적 경향으로 나타나는 이윤율 하락에 대해서도 반드시 그에 걸맞는 대응책을 강구하게 된다. 그것이 자본의 인격적 화신으로서 자본가들에게 부여된 책무이기 때문이다.

    한편 자본주의는 대략 1차 세계대전 무렵을 거치면서 지구 전체를 포괄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구상의 많은 부분이 前자본주의 경제체제로 남아 있을 때 자본주의 모순의 전개방식은 前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소멸한 오늘날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있었다. 지구상의 많은 부분이 前자본주의 경제체제로 남아 있을 때 자본주의는 前자본주의 경제체제와 상대하면서 잉여상품 판매, 과잉자본 수출, 경제외적 수탈 등을 실현함으로써 자신의 모순을 상당 부분 해소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前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나자, 자본주의는 자신의 모순이 자신의 체제 안에서 온전히 작동하는 것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되었다.38)

    5천만 명을 죽음으로 내몬 2차 세계대전을 통해 과잉자본을 대량 파괴함으로써 자본주의는 다시금 왕성한 확대재생산 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로부터 전후호황의 시대가 펼쳐졌다. 그런데 전후호황의 시대는 필연적으로 자본의 유기적 구성 고도화에 따른 ‘이윤율 저하 경향’이 다시 본격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아래 도표는 1949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일본·독일의 제조업 순 이윤율을 보여주는데, 대체로 1960년대 후반 이후부터 ‘이윤율의 장기하락’ 경향이 실제로 관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본가들은 이윤율의 장기하락에 대응하여 여러 수단을 강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제 前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소멸한 조건에서, 자본가들은 예전처럼 잉여상품 판매, 과잉자본 수출, 경제외적 수탈과 같이 前자본주의 식민지를 상대로 사용했던 방책들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자본가들이 사용한 대응책은 금융거품으로 시장 구매력 확대, 비생산적 부문의 팽창, 노동계급에 대한 공세로 요약할 수 있었다.39) 한마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동 공세였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동 공세는 자본가들에게 더 높은 이윤을 보장해 주었고, 그럼으로써 한동안 ‘이윤율 장기하락’의 작동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동 공세 속에서 사용한 방책들 자체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하며, 모순을 더욱 심화시켰다.

    한동안 금융거품은 맹렬하게 부풀어 올랐으며 마치 영원히 계속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소비시장은 금융거품을 토대로 왕성한 구매력을 과시하며 전 세계 자본이 확대재생산을 거듭함으로써 이윤 양을 늘려 이윤율 하락을 만회할 수 있도록 토대를 제공했다. 그러나 마침내 거품은 터져 나갔다. 2000년에는 주식거품이 터졌고 2005년에는 부동산거품이 터졌다. 금융거품으로 선진국 소비시장의 구매력을 유지·확대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또한 주식거품과 부동산거품의 붕괴는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인 금융부실을 낳았고, 결국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선진국 소비시장을 급격하게 위축시키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40)

    제조업 이윤율의 장기하락 경향은 ‘과잉자본’을 새로운 시장에 투입함으로써 이윤율을 만회하려는 자본의 필사적인 시도를 낳았고, 이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생산과 시장의 세계화를 매우 빠르게 진전시켰다. 그러나 세계화를 통해 전 세계가 단일한 시장으로 통합되어 갈수록 ‘새로운’ 시장은 개별 자본 입장에서 새로운 것일 뿐, 전체 자본의 관점에서 보자면 똑같은 시장일 뿐이었다. 특정 개별 자본은 더 높은 이윤을 일시적으로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전체 자본의 입장에서 보자면 생산과 시장의 세계화는 과잉자본의 ‘신규시장’ 투입이 이윤율 만회 효과로 점점 더 이어지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이윤율을 만회하려는 자본의 필사적인 시도는 시간이 갈수록 ‘과잉자본’을 비생산적 부문에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 금융거품을 바탕으로 금융부문이 투기적인 이윤율을 얻을 수 있게 되자, 제조업 부문의 사내유보금마저 생산적 투자가 아니라 금융투기를 향해 정신없이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금융거품의 붕괴는 금융투기에 깊이 발 담근 제조업에게 이윤율의 만회는커녕 오히려 사활적 위기를 가져다주었다. 격화된 시장 경쟁이 광고·마케팅 산업에 높은 이윤율을 보장해 주자 ‘과잉자본’이 몰려 들어가면서 크게 활성화되었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그만큼 제조업의 이윤율을 갉아먹을 뿐이었다.

    무기생산을 비롯한 전통적인 비생산적 부문도 새롭게 더 활성화되었고, 이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전쟁 또는 전쟁위기가 조장되었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계속해서 떠안아야만 지속가능한 방책인데, 자본의 이윤율 하락과 노동계급의 소득 감소 때문에 재정수입 확대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금융과 제조업을 비롯한 경제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정부의 재정대응이 천문학적 수준으로 요구되었다. 전쟁 경제는 이제 이윤율을 만회하는 효과보다 정부의 긴급한 재정대응 능력을 위협하는 측면이 훨씬 커져 버렸고, 더 이상 마냥 확대될 수는 없었다.41)

    자본은 노동계급에 대한 공세를 통해서도 이윤율 만회를 시도했다. 실질임금을 동결 또는 하락시켰고 사회보장을 대폭 축소시켰다. 그런데 노동계급에 대한 공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장이동이었다. 공장이동은 임금비용을 낮춤으로써 이윤을 늘리는 직접적인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공장을 중심으로 응축된 노동자 운동의 전통과 힘을 무력화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인 수준에서 對노동계급 공세를 관철시키는 결정적인 수단이었다.

    그러나 공장이동과 그를 바탕으로 관철된 노동계급의 실질임금 감소는 세계시장의 중추인 선진국 소비시장의 구매력을 점점 떨어뜨렸다. 선진국 소비시장의 구매력 하락 문제는 한동안 거침없이 부풀어 오른 금융거품에 노동계급의 상당수까지 동승하면서 물밑에 숨어 있었지만, 금융거품이 붕괴하자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충격적인 방식으로 일거에 물위로 떠올랐다.

    2008년 하반기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바로 이러한 과정의 결과이자 종합으로서 터진 것이다. 따라서 그저 일회적인 사건이거나, 단지 금융만의 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그것은 ‘자본주의 시장 포화’라는 조건 아래서 ‘이윤율 장기하락’에 대응하는 자본가들의 방책이었던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가 이제 그 약발이 다 떨어지고 오히려 모순42)을 극적으로 심화시키게 된 국면, 즉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의 징후를 만천하에 공공연히 드러내게 될 새로운 세계대공황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3) 자본주의는 어떻게 사멸해 갈 것인가?

    최근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사용함에 따라 세계 경제의 하강 속도가 다소 완만해졌다. 그러나 이것이 마약이 주는 효과와 다르지 않다는 점, 미래에 더 큰 부담을 낳게 될 매우 위험한 임시변통에 불과하다는 점은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는 자본가 정부들마저 잘 알고 있다.

    인위적인 유효수요 창출은 공황을 지연시키거나 일시적으로 공황에서 회복할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자본주의가 공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과잉자본과 과잉축적을 해소(파괴)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공황은 몇 년마다 한 번씩 겪는 주기적 공황 또는 특정 지역에 걸친 부분적 공황이 아니라, 1945년 이후 세계 자본주의 전개과정에 내재된 모순이 폭발하며 세계경제 전체가 휘말려든 ‘세계대공황’이다.

    각국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은 일시적으로 유효수요를 창출하며 공황의 심화 속도를 늦추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황의 깊이를 고려할 때 경기부양책의 한계가 곧 드러날 것이며, 또 다른 유효수요 창출 방안으로 대대적인 무기생산이 추가될 것이다. 그러나 유효수요 창출은 과잉축적을 일시적이고 부분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뿐이며, 이윤율의 장기하락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해법이 되지 못한다. 또한 유효수요 창출은 정부 재정을 매개로 미래의 소비능력을 당겨서 사용하는 것으로, 길게 보면 잉여가치 실현에 더 큰 위기를 안기는 것이다.

    유효수요 창출과 더불어, 대대적인 파산과 구조조정으로 과잉자본을 해소하는 과정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파산과 구조조정을 통해 해소될 수 있는 과잉자본의 규모는 오늘날 ‘과잉’의 수준을 고려할 때 ‘이윤율의 장기하락’과 ‘시장의 부족’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상당한 수준의 파산과 구조조정으로도 자본가들은 이윤율 회복과 이윤 양 확보를 만족스럽게 할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더 많은 임금삭감·복지축소·정리해고로 노동계급을 공격해 올 것이다. 그런데 노동계급에 대한 더 많은 공격이 성공하더라도, 이는 시장의 구매력 축소로 이어져 잉여가치 실현의 위기를 다시 더 심화시킬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으로는 도저히 공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게 분명해지면, 자본가들은 과잉자본을 대대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전쟁을 통한 대량파괴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43) 핵전쟁에 따른 공멸의 부담 때문에 전면전보다는 제한적인 국지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지만, 기본적으로 대규모 전쟁은 자본주의 위기 탈출을 위한 최종 수단으로 작동할 것이다.44) 결국 노동계급과 인류는 자본주의 수명 연장을 위한 또 다른 대규모 전쟁이냐, 자본주의를 철폐하는 세계노동자혁명이냐 하는 문제 앞에 운명적으로 다시 설 것이다.

    앞으로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가 드러내는 단말마적 고통 앞에서 전 세계 자본가들의 반동화와 노동계급의 혁명적 고양이 서로 정면으로 충돌할 것이다. 전 세계 자본가들은 점점 반동화로 치닫겠지만, 노동자들은 점점 혁명적으로 고양될 것이다. 두 계급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정치적 상황은 점점 양극단으로 치달아 갈 것이다. 역사상 가장 반동적인 파시즘과 역사상 가장 거대한 노동자투쟁이 양립하고 서로 충돌하는 시대를 향해 우리는 지금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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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닌, 󰡔제국주의론󰡕, 1916~1920, 남상일 옮김, 백산서당, 1986, 162쪽

    2) 레닌, 󰡔제국주의론󰡕, 164쪽

    3) 레닌, 󰡔제국주의론󰡕, 39쪽

    4) 물론 혁명이론으로서 ‘제국주의론’이 레닌의 노력만으로 정립된 것은 아니다. 레닌은 마르크스의 방법론에 기초하고 힐퍼딩에게 영향을 받았다. 또한 ‘제국주의론’은 레닌과 더불어 룩셈부르크, 부하린, 트로츠키 등 당대의 혁명적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에 의해 발전되었다.

    5) 그러나 기회주의의 물질적 기초가 ‘제국주의 초과이윤’이라는 레닌의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 이 점에 관해서는 다른 기회에 논쟁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6) 󰡔제국주의론󰡕(1916)에서 자본주의를 ‘사멸해 가는’ 체제로 규정하고 󰡔국가와 혁명󰡕(1917)에서 직접 민주주의에 입각한 노동자권력 사상을 단호하게 부르짖던 레닌은 내전의 참화에 시달리고 유럽혁명의 좌절을 거치고 난 몇 년 뒤 눈에 띄는 ‘후퇴’를 보여준다. 레닌은 전시공산주의 상황에서 강제된 소비에트 민주주의 원칙의 후퇴를 내전 후에도 계속 유지했고, 신경제정책의 도입에 따른 시장경제의 확대를 이론적으로 정당화했다. 1921년 레닌은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이 아니라 소멸한 노동자계급의 재창출이 당면 과제이며, 따라서 사회주의가 시장관계를 제거함으로써가 아니라 시장관계를 통해서 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러시아에서 시장 관계의 발전이 관료주의의 병폐에 대한 처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후기 레닌의 ‘후퇴’는 러시아 혁명의 약점과 한계를 가장 압축해서 보여주는 하나의 창으로서, 스탈린주의 반혁명이 어떻게 볼셰비키 내부로부터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준다. (정성진, 「레닌의 경제학 비판」, 󰡔마르크스주의 연구󰡕 2호, 2004.11.20. 참조)

    7) 소련과 민주진영이 연합하여 파시즘에 맞선다는 2차 세계대전의 정치적 역학에 포섭됨으로써, 결국 스탈린주의는 ‘제국주의 전쟁에 맞서는 세계노동자혁명’의 정신을 결정적으로 저버리게 된다. 이 시기 스탈린주의 노선의 파멸적 결과는 한참 제국주의 패권 국가로 발돋움하던 미국에서 가장 단적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스탈린주의 공산주의자들은 1930년대 세계대공황에 맞선 거대한 노동자투쟁을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끌어 냈지만, 2차 세계대전을 맞아 소련과 한편이 된 루스벨트 제국주의 정권의 전쟁노력에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저항을 앞장서 통제하였다. 스탈린주의자들은 전쟁 후반 폭발적인 비공인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배척 대상이 되었고, 전쟁이 끝나자 휘몰아친 매카시즘 광풍 앞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외면당하고 노조관료들에게 버림받으면서 허망하게 파멸했다.

    8)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민족해방혁명의 이데올로기는 반제반봉건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거쳐 사회주의 건설로 나아간다는 것이었으나, 결국 이것은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것이었음이 역사를 통해 입증되었다.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민족해방혁명이 실제로 수행한 것은 소부르주아 세력이 주도하는 부르주아 혁명이었다. 노동자계급은 민족해방혁명의 실질적인 주체가 전혀 아니었으며, 민족해방혁명이 실제로 한 일은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이 아니라 자본주의 임노동 관계를 사회 전체에 확립하는 변형된 ‘원시적 축적’이었다.

    9) “우리는 다음과 같은 5개의 기본적 특질을 포함하는 제국주의의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1) 생산과 자본의 집적이 고도의 단계에 달해, 경제생활에서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독점체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2) 은행자본이 산업자본과 융합하여 ‘금융자본’을 이루고, 이를 기초로 하여 금융과두제가 형성된다. (3) 상품수출과는 구별되는 자본수출이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다. (4) 국제적 독점자본가단체가 형성되어 세계를 분할한다. (5) 자본주의 거대열강에 의한 전 세계의 영토적 분할이 완료된다. 요컨대 제국주의란, 독점체와 금융자본의 지배가 확립되어 있고, 자본수출이 현저한 중요성을 가지고 있으며, 국제 트러스트들 간의 세계분할이 시작되고, 자본주의 거대열강에 의한 지구상의 모든 영토적 분할이 완료된 발전단계에 있는 자본주의이다.” (레닌, 󰡔제국주의론󰡕, 122쪽)

    10) 레닌, 󰡔제국주의론󰡕, 53쪽

    11) 김두한, 「자본의 국민경제적 축적에서 세계적 축적으로」, 박사학위논문, 2009년, 65~66쪽 참조

    12) 레닌, 󰡔제국주의론󰡕, 77~90쪽

    13) “예컨대 1929년 JP모건은 72개 대기업에 79명의 은행인사를 파견했으며 이 기업들의 자산을 모두 합치면 200억 달러에 달했다. 1929년 모건 측의 인사 202명이 1,984명의 경영진으로 파견되어 있었다. 그리고 1930년 모건의 파견경영자를 모두 합하면 연인원이 2,450명에 이른다.” (김남석, 「미국 투자은행의 산업기업 지배방식과 그 결과」, 2000, 양동휴 편 󰡔1930년대 세계 대공황연구󰡕, 서울대학교 출판부, 180쪽)

    14) 김수행,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와 공황󰡕,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6, 101쪽 참조

    15) 금융적 자본(financial capital)은 현금·예금 등 화폐자산과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이자 낳는 자본을 가리키는 것으로, 독점적 은행자본과 독점적 산업자본이 융합한 최고형태의 독점자본을 가리켜 힐퍼딩이 만든 금융자본(finance capital)과는 다른 개념이다. 김수행(2006), 319쪽 참조.

    16) 금융적 자본의 거대화와 별도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면에서 금융투기가 점점 더 활성화된 것은 전후호황의 결과 본격화된 이윤율의 장기하락 경향에 맞서 시장의 인위적인 유지·확대를 통해 이윤 양을 늘림으로써 이윤율 하락을 만회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이것은 이윤율의 장기하락 경향이 자본주의 시장포화라는 조건에서 펼쳐졌다는 점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얘기하겠다.

    17) 레닌, 󰡔제국주의론󰡕, 94~96쪽

    18) “1914년에 모든 국제간 자본운동의 거의 90%가 유가증권투자의 형태를 취했던 반면, 오늘날 그러한 흐름의 75%가 다국적 기업에 의한 직접투자로 구성되어 있다.” (Earnest Mandel, Der Spatkapialismus, 1972, 이범구 옮김, 󰡔후기자본주의󰡕, 한마당, 1985, 307쪽) 1990년대 이후 개발도상국에 대한 자본수출에서도 직접투자는 여전히 절반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UNCTAD, World Investment Report 2006, 5쪽 참조)

    19) 마르크스·엥겔스, 󰡔자본󰡕 제3권 14장 5절, 1894년

    20) “1차 산품 수출국 특히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제국에서는 직접투자를 수출산업, 예컨대 플랜테이션 작물이나 광업에 집중한 것이 일반적으로 현지의 생활수준을 개선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으로부터 발생되는 수익의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자본 수출국에 있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손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었다.” Keenwood, A. G. and A. L. Lougheed(1983), The Growth of International Economy, (박명섭 옮김, 󰡔국제경제사󰡕, 형설, 1985), 65쪽

    21) 김두한(2009), 116~118쪽 참조

    22) Bairoch, Paul, Economics and World History, The University of Chicago, 1993, 91쪽. 양동휴, 󰡔세계화의 역사적 조망󰡕,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7년. 이 표는 제3세계의 공업화 진전에 따라 선진국과의 상대적 격차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절대적 격차가 여전히 매우 크다는 점 또한 보여준다.

    23) 20세기 전반에는 식민지로 가는 직접투자의 비중이 대략 60~70%를 차지했다면, 1960년대 이후에는 선진국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직접투자의 비중이 어림잡아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김두한(2009), 121쪽 참조.

    24) Jones, Geoffrey, "Multinationals from the 1930s and the 1980s", In A. Chandler and B. Mazlish (eds.), Leviathans: Multinational Corporations and the New Global History,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5. (김동호 외 옮김,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MNE」, 󰡔자이언츠,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히스토리󰡕, 베리타스, 2005)

    25) UNCTAD, World Investment Report 2008, 3쪽

    26) 공장이동과 관련하여,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와 ‘자본주의 시장의 포화’라는 두 족쇄가 서로 결합하고 이것이 거대한 투기거품의 형성과 붕괴, 나아가 최근의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낳음으로써 세계대공황의 문을 열게 된 맥락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다루겠다.

    27) 레닌, 󰡔제국주의론󰡕, 115쪽

    28) 레닌, 󰡔제국주의론󰡕, 115~118쪽

    29) 레닌, 󰡔제국주의론󰡕, 118쪽

    30) 레닌, 󰡔제국주의론󰡕, 115쪽

    31) 레닌, 󰡔제국주의론󰡕, 115쪽

    32) “1980년대 이후 세계화는 금융과 정보 및 문화를 통해 세계경제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과정임과 동시에 미국의 천문학적 군사력이 세계적으로 더 확장되는 과정이었다. … 1990년대 이후 미국은 세계의 경찰의 역할을 자임하면서 세계 도처의 이른바 위험지역에서 선별적 개입, 폭격 등을 통해 자신의 규칙을 강제해 왔다. 세계화 과정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은, 동의와 협조를 통해서이든, 노골적 폭력과 경제적 위협의 동원에 의해서이든, 각 국민국가들이 미국 권력에 예속되는 과정이다.” (정성진, 제1장 「21세기의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장상환 등, 󰡔제국주의와 한국사회󰡕, 한울, 2002년 3월)

    33) <경향신문> 2009년 1월 12일

    34) Arrighi, G. (2001), "Global Capitalism and the Persistence of the North-South Divide", Science and Society, Vol.65, No.4. 473쪽. 정성진, 제2장 「세계화인가, 새로운 제국주의인가?」, 장상환 등, 󰡔제국주의와 한국사회󰡕, 한울, 2002년 3월에서 재인용

    35) 만일 오늘날 자본의 이윤 때문에 존재하는 불필요한 부문을 모두 제거하고 일하고 싶은 자 모두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사회적 생산에 필요한 노동을 지구적 수준에서 분배한다면 한 사람에게 필요한 노동시간은 일주일에 얼마가 될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얼핏 계산해 보아도 20시간이 채 안 될 것 같다.

    36) 이윤율의 장기하락은 ‘잉여가치 추출의 위기’이며, 자본주의 시장 포화는 ‘잉여가치 실현의 위기’라고 할 것이다.

    37) 김수행,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와 공황󰡕,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6, 213~284쪽 참조

    38) 로자 룩셈부르크는 前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소멸이 자본주의에 안기게 될 문제를 누구보다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물론 이 점을 설명하려고 󰡔자본축적󰡕(1913)에서 로자 룩셈부르크가 사용한 ‘변형된 확대재생산 표식’은 과도한 논리전개의 함정을 갖고 있다고 보인다. (김수행,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와 공황󰡕,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6, 123~140쪽 참조) 로자 룩셈부르크의 주장은, ‘前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소멸된 이후 자본주의가 시장 포화라는 문제에 맞닥뜨림으로써 자본주의 모순의 전개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는 예견으로 해석해 냄으로써 그 합리적 핵심을 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39) 금융거품으로 시장 구매력 확대, 비생산적 부문의 팽창, 노동계급에 대한 공세는 그 원리에 있어 각각 잉여상품 판매, 과잉자본 수출, 경제외적 수탈에 대응한다.

    40) 이 과정에서 원래 금융적 위험에 대처하는 수단으로 개발된 파생금융상품이 오히려 금융거품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41) 바로 이 점이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라크 전쟁 종결을 중요한 공약으로 내걸게 된 배경이라고 판단된다.

    42) 잉여가치 추출의 위기와 잉여가치 실현의 위기가 공존할 뿐만 아니라 각각의 해결책이 서로 정면으로 충돌함에 따라 뚜렷한 해결책 없이 점점 더 위기가 심화되어 가는 모순

    43) ‘과거 제국주의 전쟁이 상호 배타적인 시장의 재분할을 둘러싼 독점체들 사이의 갈등에서부터 비롯된 만큼 세계시장에서 자유롭게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오늘날 제국주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시장 재분할을 둘러싼 독점체들 사이의 갈등은 국민국가 사이의 대립이 첨예화하는 하나의 경로였을 뿐이다. 자본주의 모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민국가 사이의 대립을 첨예화할 다른 경로들은 얼마든지 널려 있다. 이를테면 최근 각국 정부가 공황 폭발을 막으려고 벌이는 온갖 시도들은 각국 재정에 엄청난 부담으로 축적되고 있는데, 앞으로 그 부담이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커지게 되면 서로 상대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키려고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대립이 첨예화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점은 자본주의가 과잉자본의 대량 파괴를 위한 수단으로서 다시금 어떤 형태로든 대규모 전쟁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44) 제한적인 국지전이 벌어진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어디가 될 것인가? 아마도 정치군사적 긴장이 높고,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제국주의 국가 간 대결을 대리 수행할 수 있으며, 과잉자본의 대량파괴를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한반도는 지금 시점에서 볼 때 가장 적절한(?) 조건을 갖춘 지역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다가오는 또 다른 제국주의 전쟁에 맞설 수 있는 세계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연대를 건설하는 것은 지금 한국의 노동계급에게 특히 더 사활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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