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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어디로 : 노해연-28호]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으로”
 정책위  | 2008·05·28 09:09 | HIT : 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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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해연_28호]_“자본가계급과_노동자계급으로”.hwp (18.0 KB), Down : 495
  •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으로”



    “우리 시대, 자본가계급의 시대는 계급대립을 단순화시켰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사회 전체가 두 개의 커다란 적대적 진영으로, 서로 직접 대립하는 두 개의 커다란 계급들로 더욱더 분열되고 있다 :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으로.”

      1848년 유럽혁명의 전야에 맑스와 엥겔스는 공동의 선언문에서 이렇게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대립을 폭로했다. 영주, 기사, 가신, 장인, 직인, 농노 등 여러 신분으로 복잡하게 분화되어 있던 봉건시대와는 달리, 자본주의 시대는 소(小)상인들과 같은 일정 규모의 중간계급을 가운데 두고 자본가계급 대 노동자계급으로 양극화되고 있다고 그들은 분석했다. 이 주장은 이후 지속적으로 정교하게 발전해갔다. 가령 이후 맑스의 ≪자본론≫에서는 매우 체계적인 방식으로 계급양극화의 필연성이 다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단지 객관적 사실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노동운동의 방향과도 관련되어 있는 중요한 문제다. 이 사회에서 계급대립의 전면적이고 적대적인 성격을 충분히 이해할 때에만, 우리의 일상적 삶과 투쟁에서 왜 ‘노동자계급의 관점’을 명확히 해야 하는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본주의 사회가 계급 대 계급의 적대적 대립을 기초로 성립한 사회라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에 대한 불합리한 신뢰, 근거 없는 환상, 계급 타협에 관한 어리석은 기대에 의존하여 자신의 운명을 보살피고자 할 것이다. ‘노무현정부의 개혁’에 대한 환상이나 ‘노사정위를 통해 무언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등이 그 사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배계급은 항상 그러한 환상을 비웃으며 가차 없이 짓밟았다. 환상에 의존했던 노동자들에게 남는 것은 탄식과 환멸, 운동의 해체뿐이었다. 이런 비극적 결말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자신의 계급적 처지와 적대적 계급대립에 대한 명료한 인식이다. 이 인식을 기반으로 할 때에만 노동자는 자신의 힘에 의지하면서 곧게 전진할 수 있다. 그럴 때 탄식과 환멸 대신 분노에 찬 함성이, 운동의 해체 대신 더욱 강력한 투쟁대열로의 결집과 전진이 가능해진다. 맑스와 엥겔스를 비롯하여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위해 싸워왔던 모든 투사들이 계급 정신을 강조해온 것은 이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공격
      하지만 이 주장은 기회주의자들과 자본주의 대변인들로부터 늘 공격받았다. 그들 주장의 핵심은 이런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노동자들의 처지는 개선되며 상승하고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양대 계급으로 갈라지지 않는다. 중간계층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계급양극화 주장은 현실에 의해 반박되고 있다.”
      이 기조 하에 자본가의 대변인들은 “노동자들이여, 더 이상 비타협적 투쟁에 의존하지 말라! 노사협력으로 상생의 길을 가자!”고 외친다. 기회주의자들은 이들과 나란히 합창단을 꾸려 목소리를 높인다 : “과거와 같은 완고한 계급적 관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러한 주장은 한동안, 특히 자본주의 호황이 절정에 달하던 2차 대전 후 20여 년간 약간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다. 제국주의 열강의 노동자들은 일시적으로 높은 수입을 보장받았다. 교육과 의료서비스, 연금 등 각종 사회보장제도 역시 상당히 확대되었다. 계급대립은 은폐되어갔다. 이 속에서 극소수의 선진노동자들이 계급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분투했지만, 일시적 개량으로 대중의 눈을 흐리게 하던 자본가계급의 책략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계급양극화’라는 과거의 구호는 매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이것은 일시적인 예외에 불과했다. 전후 장기호황을 누리며 지불능력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던 시기에 자본가들은 아까운 심정을 억누르며 노동자대중에게 개량의 떡고물을 제공했다. 그런 방식으로 이들은 노동자들의 투쟁 의지를 잠재우고 첨예한 계급대립을 감추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이들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숨을 들이쉬면 내쉬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호황 뒤에 장기불황이 닥쳤다. 눈부신 성장 대신 정체가, 일자리의 확대 대신 실업의 확대가 나타났다. 생산 확대에 비해 갈수록 좁아지는 세계시장을 둘러싼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본가들의 발악이 이어졌다.
      자본가들은 공장과 사무실에서 노동자들을 잘라냈다. 임금을 감축하거나 최소한 동결하려는 조치가 뒤따랐다. 비정규직화가 대대적으로 진행됨으로써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욱더 불안정해졌다. 급기야 자본가정부들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축소하고 있다. 요컨대, 노동자들의 투쟁 정신을 잠재우기 위해 뿌려졌던 떡고물들이 고스란히 회수되고 있다. 그 결과, 일시적으로 가려져 있던 계급양극화 경향과 적대적인 계급대립이 또다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회가 창출해낸 부는 더욱더 소수의 손에 집중되고, 노동자들은 생존권조차 박탈당하며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객관적 현실 자체가 잠시 잠들어 있던 노동자계급의 의식을 붙잡아 흔들고 있다. 근래의 반전총파업이나 점차 확대되고 격렬해지고 있는 크고 작은 노동자투쟁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자계급의 움직임이 국제적인 규모에서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세계 노동자들은 아직은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했다. 맑은 시야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전진하기 위해서는 계급대립을 은폐하기 위한 자본가들의 속임수를 간파할 필요가 있다.

    계급이란 무엇인가?
      노동자들을 기만하기 위한 첫 번째의 유력한 수단이었던 개량조치들은, 자본주의의 모순이 격화되자 더 이상 타협할 여력이 없어진 자본가들이  노동자에게 가하는 강력한 공격을 통해 스스로 소멸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수단인 이데올로기적 무기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통적인 노동자계급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중간계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그중 하나다.
      이러한 자본가들의 주장은 계급 자체에 대한 기만적인 규정으로부터 출발한다. 계급이란 노동에 필요한 각종 생산수단들(공장건물, 기계, 원료, 사무실, 도구, 운송수단 등)을 소유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의해 판가름 난다. 그런데 자본가들은 이와 같은 명확한 계급적 정의를 못 본 척 하면서 오직 수입의 정도에 따른 계층 차이만을 주목한다. 이 두 가지 접근법은 엄청난 차이를 갖고 있다. 생산수단의 소유권 여부에 입각한 계급 규정은 ‘무소유자에 대한 소유자의 착취’라는 본질을 내포하고 있는 반면, 단지 수입의 높고 낮음에 입각한 계층 규정은 이 착취를 은폐하기 때문이다. 후자의 ‘계층’ 규정에 의거하면,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차이는 수입의 적고 많음의 차이에 불과하지, 착취당하는 자와 착취하는 자 사이의 차이는 아니게 된다. 자본가언론들도 인정하고 있는 상대적 빈부격차의 증대라는 객관적 사실은 바로 이와 같은 착취로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확대되는 것이다. 결국 자본가들의 거짓말이 들어설 여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노동자계급은 도처에서 늘어나고 있다
      또 다른 문제가 남아 있다. ‘전통적 노동자계급이 줄어들고 있다’는 자본가들 측의 주장이 그것이다. 자본가들이 말하는 전통적 노동자계급이란 공장노동자들, 육체노동자들을 뜻한다. 그들은 근래 생산 분야보다는 정보통신이나 서비스업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 결과 노동자계급의 사회적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이 역시 터무니없는 궤변이다. 자동화설비를 도입함으로써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쫓겨나고 있지만, 이들이 ‘새로운 계급’을 이룬다거나 또는 자본가계급이 되지는 않는다. 어디로 가겠는가? 이들은 실업노동자가 되든 아니면 새로운 분야에서 다시 노동자로 살아야만 한다. 정보통신이나 서비스업계에 종사한다고 해서 생산수단을 소유하게 되지는 않는다. 즉 단지 또 다른 모습의 노동자가 될 뿐이다. 특히 음식을 나르거나 청소를 하는 등 대다수의 서비스업이란 결국 단순 육체노동으로 귀결된다. 공공부문이나 교육부문, 상업부문을 막론하고 노동조합들이 계속 조직되고 있다는 것은 곧 공장노동자들의 증감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 각 영역에서 새롭게 노동자계급이 탄생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명백한 증거다.
      세계적 차원에서 보면 자본가들의 거짓말은 더욱 근거가 희박해진다. 몇몇 선발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공장노동자들의 상대적 비중이 줄어들 수 있지만, 이들 나라에서 사라진 굴뚝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이전된다. 한국자본가들 역시 중국과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들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뒤집어보면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들 나라에서 새롭게 공장노동자들이 태어나고 있다는 것, 그것 외에 다른 결론은 나올 수 없다. 결국 국제적 규모에서 본다면 이른바 ‘전통적 노동자계급’의 숫자 역시 결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아주 어린 아이들까지 노동자가 되기를 강요받고 있다. 지속적으로 폭로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의 아동노동이 그 명백한 증거다. 가령 나이키 회사는 미국공장을 폐쇄한 대신 동남아시아로 기계를 옮겨 그곳 아동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 이 장면을 보면, 나이키 공장에 있던 노동자들은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미국노동자들에서 동남아노동자들로 변화했을 뿐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세계적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한다면 공장노동자들, ‘전통적인 노동자계급’은 절대적으로도 증가하고 있다.
      결론은 자명하다. 다양한 변형과 복잡한 길을 거칠지라도,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으로 적대적인 분할이 일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문제가 발생한 곳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적대적 계급대립이 명백한 현실이라면, 따라서 이 계급대립을 도외시하고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바꿀 수 없다면, 철저하게 계급적 관점에 발을 딛고 싸워나가야 한다. 우리의 질문은 간명하다. “어느 계급의 편에 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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