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노동자연합
연합소개 문서고 주장과 쟁점 투쟁의 현장
 
항목별 검색
자본주의는 어디로
투쟁의 방향타
혁명당을 건설하자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문화도 투쟁이다
한국노동자운동
세계노동자운동
기타

Category
자본주의는 어디로 : 2호_자본주의는 어디로? 세계경제 분석과 전망
 정책위  | 2008·06·08 16:43 | HIT : 3,632
 FILE 
  • 2호10_세계자본주의분석과전망.hwp (59.5 KB), Down : 427
  • (사노련에서 발행한 <사회주의자> 2호에 실린 글입니다.)

    버블 폭발 정황

    [정세분석]

    자본주의는 어디로?

    세계경제- 분석과 전망



    양효식



     1. 들어가며 - 대공황으로 가는가?


    세계경제의 중심축인 미국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수많은 경제논평가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미국경제와 함께 “현재의 글로벌 경제 상황도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고 지난 4월에 IMF는 진단했다.


    다 알다시피, 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는 작년 8월부터 본격화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發)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거듭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거액의 구제금융을 투입하여 당장의 유동성 위기(신용 경색)와 줄 부도 사태는 막았지만, 위기는 금융 부문을 넘어 ‘실물경제’로 확산되었다. 위기가 실물 부문으로 광범위하고 깊이 확산되면서 금융위기 초기에 있었던 일각의 낙관론은 이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전문가들 사이에 “최악의 국면이 지나갔고 곧 회복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는 낙관론자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라든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라든가 하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 미국경제는 예상보다도 더 심각한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연준이 5월 21일 공표한 올해 경제성장률만 보더라도 지난 1월 공표됐던 1.3-2.0%에서 0.3-1.2%로 낮춰졌다. 그 며칠 전인 5월 15일 유엔이 발표한 '2008 세계 경제상황 및 전망' 보고서는 미국의 경제성장율이 지난해 2.2%에서 올해에는 -0.2%로 급전직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과 소비 지표들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실업률 전망치도 거듭 상향조정 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율과 소비자 물가지수도 유가 급등과 함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불황과 인플레가 함께 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실물경제지표 뒤에는 근로민중들의 고통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이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이미 300만 이상의 가족이 가재도구와 함께 자기 집에서 내쫓겼다. 내후년까지 2100만 가구가 급격한 채무부담 증가로 집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택위기만이 아니다. 경기침체로 이미 작년 하반기 이후 3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정리해고 됐다. 상향조정되고 있는 실업률 전망치가 말해 주듯, 올해와 내년에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는 더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치솟는 물가로 대중들의 생활고는 이중 삼중으로 악화되고 있다.


    미국경제의 위기가 세계경제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난한 민중들이 말 그대로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주택모기지 거품 및 그와 연결된 신용 파생상품 거품이 터지자 이를 피해 엄청난 규모의 투기자금이 식량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수억 명의 민중들이 기아에 내몰리고 있다. 아니, 지금 실제로 굶주리고 있다. 세끼 먹던 것을 두끼로 줄이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축에 속한다고 한다.


    세계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경제가 명백히 불황에 돌입함에 따라 이제 국제 자본가들은 1929년 대공황의 기억을 떠올리며 몸서리치고 있다. 현 위기가 단순한 금융위기가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질서 그 자체의 위기라는 사실이 점점 더 뚜렷하게 다가옴에 따라 국제 자본가들도 단순히 금융감독체제를 강화하고 재정비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직면하면서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작년 8월에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금융위기가 올해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세계의 주요 지역에서 경제활동이 공황 상태에 돌입했음을 알리는 현상들이 나타난 것은 아직 없다. 그러나 이는 위기가 종착역에 오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위기가 서서히 타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공황에 앞서 보통 금융위기들이 먼저 온다. 경제하강의 완전한 발전은 나중에 올 것이다. 오늘날 파생금융상품이라는 이름으로 쌓아올린 ‘잠재적 부도어음’의 총액이 596조 달러(약 62경1000조 원)에 달한다. 그 가운데 기저자산(종잣돈) 액수는 1/60 정도 밖에 안 되는 10-12조 달러. 나머지 584조 달러는 모두 허구, 이른바 가공자본이다. 이 거대한 ‘미지불 채무’가 결국 부도를 내지 않고 아무 탈 없이 계속 간다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투자의 달인이라는 세계 최대 부자 워렌 버핏은 이 파생상품을 “대량파괴무기”라고 말했다.


    이런 규모의 도박 수준은 전에는 결코 없었다. 그 어떤 중앙은행도 결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596조 달러의 이 거대한 가공자본은 시장이 더 이상 지배하지 않는 영역으로서, 자본주의 몰락의 또 하나 징표이다. 통제 가능 여부를 떠나 자본가 정부가 더욱 더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사실 자체가 현 시기 자본주의 본질을 보여준다.


    신용위기의 최고점이었던 지난 3월 중순, 부도 직전의 베어스턴스가 연준의 구제금융을 통해 사실상 국유화되었을 때 미국 증시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말한 것처럼, “사람들은 모든 것을 팔고 있다.” 파생상품 투기자들이 투매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저 596조 달러에 이르는 파생상품 투매의 첫 시작 단계일 뿐이라면? 이 과정이 앞으로 1년이 걸릴지, 2-3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결국 그 천문학적 액수의 어음이 줄줄이 부도 처리되는 신호탄이라면?


    예측은 뒤로 미루고, 대체 이 같은 거대한 투기판은 왜 생기는가? 답은 (생산적 부문에서 수익성 있는) 투자출구를 찾을 수 없는 거대한 자본의 토사더미가 존재해서다. 이 토사더미가 이번에 모기지채권과 이어서 각종 파생금융상품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1929년 이래 이 같은 규모의 도박판은 없었다. 이것은 왜 현 위기가 단순한 금융위기가 아니라 체제의 밑바탕 위기인가를 말해 준다. 위기의 뿌리는 금융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생산적 부문에도 있다. 단지 금융위기만이 아니라 그 수면 아래에 과잉축적 ․ 과잉생산 위기, 수익성의 위기 ․ 이윤율 장기 하락의 위기가 존재한다는 것, 따라서 현 위기는 단순히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현 위기는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으로 이어지고 말 것인가? 세계자본주의는 최종적 파국으로 빠져들 것인가? 이 말을 하고 나니까, ‘파국론’의 냄새를 맡는 좌파들이 즉각 “자본주의의 놀라운 변신”, “자본주의의 혁신능력과 자기 적응을 통한 생존능력”을 들이밀면서 ‘낡은 교조적 논리’를 꾸짖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오늘날 좌파를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황을 예상하길 중단했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자신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공황의 현실적 도래 가능성 앞에서 자본가들조차 해결책이라고 믿지 않는 “금융 감독강화”, “재규제”, “금융공공성”을 정작 ‘좌파’들이 주장하고 있는 모습은 희극이자 비극이다. 왜 이들은 이런 희비극을 벌이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자본주의 그 자체의 위기, 체제의 밑바탕 위기에 눈을 감고 겉으로 나타나는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의 위기만을 보려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없애고 금융자본의 투기성을 규제하고 통제와 감독을 강화하면 “건강한 자본주의”,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가정과 신앙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헛된 망상이 개인들의 망상으로 끝나지 않고, 개량주의 세력들과 노동조합 관료들에 의해 각종 논리와 정책으로 만들어져 노동자 대중들 사이에 유포되고 있다. 선진노동자들은 여기에 맞서 대중들이 이 위기의 본질을 방해받지 않고 바로 볼 수 있도록 단호한 이데올로기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한편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는 자본가계급은 오직 노동자계급에게 위기의 대가를 치르도록 강제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이러한 음모를 깨부수기 위해서도 또한 선진노동자들은 이 위기의 근원과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 위기에 맞서 싸울 방책과 대안, 즉 프로그램을 내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 먼저 진지한 분석이 필요하다.



    2.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發) 금융위기


    1) 투기 거품의 붕괴


    먼저 현 위기는 투기거품의 붕괴로 시작했음을 상기하자. 이 거품(버블)은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발전하여 4년 동안 점점 더 커졌고, 연준의 저금리 정책이 그 거품을 떠받쳤다.


    주택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은행과 모기지 회사들이 유리한 듯한 대출 조건을 내세워 부추기는 바람에 많은 서민들까지도 모기지론에 들어 주택을 샀다. 그러나 상황은 곧 악화되었다. 부동산 시장은 팽창을 멈췄다. 주택 수요가 줄고 가격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대출 받은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 느슨했던 대출조건 속에 금리 “재조정”이라는 덫이 감춰져 있음을 깨닫게 된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출자들이 내야 할 금리는 오르고 집값은 떨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다 결국 살고 있는 집을 팔지 않으면 안 되었다. 더욱이 그들은 갚아야 할 빚보다도 더 낮은 금액으로 집을 팔아야만 했다. 주택을 파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안 그래도 이미 포화된 시장에 부담이 가중되면서 주택 가격은 더욱 하락했다. 수백만 가족이 자기 집을 가지게 되었다는 기쁨을 잠시 맛본 뒤 잔인하게 그 집에서 내쫓기고 빚에 눌려 살게 되었다.


     두 번째 상기할 것은, 위기가 미국 부동산 부문에 한정되지 않았다는 것, 또 모기지 론을 전담하는 단지 소수의 은행들만 위협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기는 세계의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었다. 세계 각국의 은행과 금융회사들이 이 모기지 채권을 담보자산으로 하여 발행된 수많은 자산유동화증권을 매입하고, 이것을 또 다른 회사채, 공채, 전환사채 등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다양한 파생금융상품들을 만들어 팔았다. 이 패키지 증권에 포함된 서브프라임 론(대출채권)이 담보주택 가격의 하락으로 부실 채권이 되고 나아가 그 가치가 거의 제로(0)에 가까워지면서 전체 패키지 증권이 동반 부실화되어 버렸다. 썩은 사과가 바구니에 담긴 사과 전체를 썪게 하여 못쓰게 만든 것이다. 결국 이 증권에 투자한 전 세계의 은행과 금융사들이 타격을 받았다.


    투기거품이 팽배해져가는 동안, 이 증권들은 영원히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릴 수 있고 훨씬 더 큰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비합리적인 희망을 조장했다. 그러나 채무자들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명백해졌을 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무를 한 부분으로 포함하고 있는 증권은 모두 무가치한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세계의 대형 은행들은 대부분이 이 증권을 보유했다. 그들은 모두 이 증권이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장이 오름세에 있고 수익성이 좋다고 하여 이 증권에 대한 수요는 그칠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러나 시장이 잔인하게 하강하자 이 증권으로 인한 손실은 은행 회계 상의 큰 구멍을 냈다. 심지어는 바닥을 알 수 없는 구덩이를 만들었다. 몇몇 예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세계 최대 은행들인 메릴린치와 시티그룹의 손실은 각각 240억 달러와 220억 달러에 달한다. 스위스의 UBS 은행은 140억 달러를 잃었다. 영국의 HSBC 은행은 100억 달러, 프랑스의 크레딧 애그리콜 은행은 49억 달러,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23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한국의 우리은행도 5억 달러 가까이를 날렸다. 이것은 2007년 얘기일 뿐, 2008년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은행들 간의 거래에서 증권이 담보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 은행은 상대방 은행의 증권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전염된 증권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갖게 되자 자신의 잉여 유동성을 상대방 은행에게 대부해 주는 것을 중단하였다. 이것이 유동성 위기를 가져왔다. 같은 재벌그룹에 속하는 두 은행 간에도 돈 빌려주기를 거절했다. 은행들 간에 거래되는 사실상 모든 자금을 포괄하는 인터뱅크 시장이 지난 여름 이래 마비되었다. 이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 유동성 위기에 개입하여 구조에 나서야 했다. 미국 연준과 유럽(EU) 중앙은행, 영국 및 일본의 중앙은행들이 신속히 개입했다. 한 주 안에 그들은 총 3천억 달러 이상을 풀어 위기에 빠진 은행계를 구조해 주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임시 구제책을 넘어 체계적인 구제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할 상황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것이 점점 명백해졌다. 은행들이 연간 수지결산을 발표했던 2007년 말, 중앙은행들은 일련의 줄 파산을 막기 위해 다시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한 예로, 유럽중앙은행은 2007년 11월 17일과 18일 하룻밤 사이에 3490억 유로를 낮은 금리로 은행들의 수중에 안겨주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6개월 동안 중앙은행들의 개입은 은행권의 생명줄이 되었다.


    2) 베어스턴스 부도- 대공황의 그림자


    2008년 들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3월 14일 베어스턴스 부도 위기가 다시 터지면서 본격적인 금융위기는 이제부터라는 공포감이 금융권을 휘감았다.

     미국의 5위 투자은행이자 대공황과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85년 역사의 베어스턴스가 갑자기 극적인 파산 상태에 몰리면서 벌어진 ‘대소동’은 현 위기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베어스턴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에 깊게 연루되어 있었다. 이미 2007년 7월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을 전담하고 있던 베어스턴스의 자회사 헤지펀드들 중 두 펀드가 파산했다. 서브프라임 사태 및 신용위기가 시작되자 베어스턴스에게는 압력이 증대되기 시작했고, 이윤은 곤두박질쳤다.


    베어스턴스에 채권을 가지고 있는 다른 금융기관들은 채권 회수를 못할까봐 현금을 더 확보해 놓으라고 요구하기 시작했고, 대기업들은 베어스턴스한테 맡겨 관리해 온 투자자금을 회수해 가기 시작했다. 대공황 때나 볼 수 있는 일종의 뱅크런(bank run; 예금주들이 앞 다퉈 돈을 인출하는 사태)이 벌어졌는데, 이 현대판 뱅크런은 고전적인 뱅크런과는 물론 차이가 있다. 상업은행(일반 시중은행)이 아닌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는 일반고객 예금을 유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 예금주들이 예금을 인출해 가는 대신, 패닉에 휩싸인 펀드매니저와 은행가, 투기업자 등이 채권과 투자자금을 회수해 간 것이다.


    이 무더기 인출 사태는 베어스턴스의 존립을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위기를 불러오는 시발점이었다. 베어스턴스는 전 세계의 은행, 기업들과 연계되어 있었고, 총 13조 4천억 달러 가치에 달하는 거래관계를 맺고 있었다. (전체 미국 경제의 규모를 말해 주는 미국 GDP가 14조 달러다). 어떻게 하나의 은행이 그렇게 엄청난 액수의 투기를 벌일 수 있었는가? 금융권에서 완곡한 표현으로 “레버리지[지렛대]”라고 부르는 투기용 단기차입금이 그 비밀이다. 베어스턴스는 자기 자본 1달러 당 33달러를 빌렸다. 시장이 상승세에 있을 때는 이 방식이 상당한 이윤을 가져오면서 성과를 올리지만, 시장이 침체할 때는 완전한 파국으로 변한다.


    3월 13일 저녁, 연준은 알란 슈바르츠 베어스턴스 회장으로부터 뱅크런이 가속화되고 있고 민간은행들도 더는 여신 제공을 해 주려고 하지 않아 이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으니 구조해달라고 하는 요청을 받자 곧 행동에 들어갔다. 다음날 영업 개시와 함께 연준은 300억 달러에 달하는 단기 신용을 베어스턴스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상업은행이 아닌 투자은행에 연준이 긴급 자금지원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연준은 미국 내 2위 상업은행인 제이피 모건을 대출통로로 끌어들여 까다로운 법 조항을 비껴가려 했다. 1932년 대공황 때 “비상 긴급 상황”에서 사용된 이래 오랜 동안 잊혀졌던 방안을 다시 부활시킨 것이다.


    연준은 베어스턴스 뒤에 연준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베어스턴스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고, 그리하여 다른 은행들과 투자사들이 베어스턴스에 대한 변제 요구를 이제 거두고 금융시장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베어스턴스에 대한 뱅크런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결국 연준은 재무부와 모의하여 제이피 모건이 베어스턴스를 헐값에 인수토록 하는 방안을 짜냈다. 제이피 모건의 인수 조건은, 연준이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되어버린 베어스턴스의 300억 달러 모기지증권을 10년 기간 동안 떠안는 한편, 300억 달러를 제이피 모건에 대출로 내주는 것이다.


    이 같은 연준의 베어스턴스 구조플랜은 얼어붙은 신용시장을 해동시키기 위한 더 포괄적인 프로그램의 일부였다. 연준은 이미 단기금리를 인플레율에 밑도는 2.25%까지 큰 폭으로 낮춘 바 있다. 또한 그동안 상업은행들에게만 허용돼오던 디스카운트 윈도를 투자은행에게도 개방하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디스카운트 윈도란 연준이 자금난에 처한 상업은행들에게 긴급대출을 해주는 창구를 말하는 것으로서 금융계에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인정되는 유동성 확보 방안이다. 관례를 깨고 투자은행에까지 긴급 대출을 해주기 위해 연준이 이 디스카운트 윈도 사용을 대폭 늘린 것을 보면 당시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처한 신용위기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말해준다. 1930년대 대공황 이래 해 본 적이 없는 조치를 취한 것은 연준이 얼마나 다급했는지, 사태를 어느 정도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연준이 서브프라임 사태 발발 이후 8개월도 안 되어 금융시스템에 쏟아 부은 게 3천억 달러나 된다. 이는 79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기 보유 증권의 40%(가장 안전하다고 하는 재무부 채권)를 사실상 제로 가치의 모기지담보증권과 교환하는 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베어스턴스의 파산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날인 2008년 3월 14일은 세계자본주의의 역사에서 또 하나 이정표가 되는 날로 자리 잡았다. 그날 세계는 근본적인 방식으로 바뀌었다. 각종 금융논평가들, 정치가들, 경제학자들, 언론인들이 ‘시장경제’의 경이로움과 미덕에 관해 날이면 날마다 내놓았던 찬사가 완전히 허무맹랑한 말로 판명된 것이다. 갑자기 1930년대 대공황의 그림자가 어른거렸고, 실제 1929년과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순간이었다. 베어스턴스 구조작전에 참가한 주요 선수들이 내놓은 당시 논평과 그 후의 증언은 이 점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베어스턴스 파산 위기로 숨 가쁘게 돌아갔던 3월 14-16일 사흘간 사태가 얼마나 급박했는지 한번 보자.

    사흘 동안 연준은 재무부와 더불어 구조 패키지를 짜 맞춰 내기 위해 24시간 연속회의를 가졌다. 시간이 없었다. 3월 17일 월요일 아시아 증시가 개장하는 그 시간까지 구조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세계 금융시스템은 대붕락으로 빠져들 상황이었다. 세계 금융시장과 함께 월가도 주식거래가 재개되자마자 대폭락이 덮칠 것이다.

    월가의 금융전문가 에드 야르데니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다음과 같이 촉구했다. “제2의 대공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가장 튼튼한 대부은행과 협력하여 주택 ․ 금융 시장의 최후 버팀목으로 나서는 것이다.” 벤 버냉키 연준 총재는 미 의회 증언에서 다소 절제된 용어를 사용했지만, 메시지는 본질적으로 같았다.


    “3월 13일, 베어스턴스는 연준을 비롯한 정부기구들한테 자신의 유동성 지위가 눈에 띄게 저하되었고, 다른 자금원이 제공되지 않으면 다음날 파산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를 해왔습니다. 이 소식은 어려운 공공정책의 문제들을 제기했습니다. 정상적이라면 시장은 어느 기업이 살아남고 어느 기업이 도산할지를 선별하며, 이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지금 제기된 문제들은 한 기업의 명운을 넘어서 금융계 전체로 확장되었습니다. 우리의 금융시스템은 극히 복잡하고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베어스턴스는 일련의 중요한 시장들에 광범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베어스턴스의 돌발적인 부도는 이 시장들을 대혼란으로 빠뜨릴 것이고 신뢰를 심각하게 흔들 것입니다. 베어스턴스가 부도나면 베어스턴스의 수천 계약자들 및 아마 비슷한 사업을 가진 기업들의 금융 지위가 의심받게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가해지는 이례적인 압력을 감안할 때 베어스턴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가져올 타격은 심대할 것이며, 이를 극복하는 것은 극히 어려울 것입니다. 더욱이 채무불이행의 악영향은 금융시스템에 한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자산 가치와 신용도에 미치는 효과를 통해 실물경제에 광범하게 그 파장이 나타날 것입니다.”(World Socialist Web Site[이하 WSWS], <1929년의 기미들> 1부에서 인용)


    한 마디로 전 세계적 붕괴의 현실적 가능성이 존재했다. 베어스턴스 은행과 글로벌 금융시스템 사이의 상호연관 정도, 그리고 베어스턴스 파산이 가져올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는 이 투자은행이 전 세계의 기업들과 2조5천억 달러 가치에 달하는 거래 계약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들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즉 그 가치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1/6, 그리고 전 세계 GDP의 1/20에 해당하는 계약들이 위험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베어스턴스 구조 논의에 참가한 앤드류 소르킨은 4월 2일 뉴욕타임즈에 이렇게 썼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안 좋았다. 시장은 진짜 위기 발발 직전에 있었다.”


    3) 실물경제로 위기 확산


    연준의 구제금융 및 연이은 금리인하가 있고 나서 금융위기는 어느 정도 봉합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러나 아무도 위기가 끝났다고 믿지 않았다. 긴급 자금투입도, 금리인하 행진도, 그 어떤 것도 금융시장의 경색을 풀 만큼 은행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더 많은 손실이 일어날 것이라는 끊이지 않는 경고의 소리가 그 어떤 신뢰 회복의 기회도 계속 차단했다.

    거물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신용위기의 진짜 충격이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미경제조사연구소(NBER) 소장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안정세로 돌아섰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다"고 했다. 결코 자본주의 비판자가 아닌 이 펠드스타인 교수는 연준과 정부의 대응은 일시적인 대증(對症) 요법에 불과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불신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제2, 제3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언제고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서브프라임 시장의 붕괴로 금융기관이 입게 될 손실 규모를 1조 달러 정도(GDP의 약 7%에 해당하는 액수)로 추정했다. 그러나 최근, 12단계 미국 경제 붕괴 시나리오로 유명해진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손실이 2조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미국 금융기관 전체의 총 자본금이 2조 달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 위기가 끝내 막을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된다면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결론인 것이다.


     연준이 금융계에 엄청난 액수의 돈을 쏟아 부었는데도 위기가 악화되는 것을 중단시키지 못했다. 사실은 더 악화시켰다.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분 것이다. 또 달러 가치의 하락을 가속화시켰다. 그리고 투기꾼들에게 투기 자금을 더 불려주었다. 물가를 부추김으로써 주택 위기를 야기하는 데 기여한 그 ‘투자 전문가’라는 이름의 투기꾼들한테 말이다. 이들은 이제 석유, 밀, 옥수수, 콩 등 기초 상품에 투기를 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주택 가치는 떨어진 반면, 사람들이 지불, 결제해야 할 모든 것은 치솟았다. 이자 또한 더 비싸졌다. 왜냐하면 연준이 은행에 빌려주는 여신금리를 낮췄는데도 오히려 은행들은 모기지, 신용카드, 자동차 할부대출 등 소비자들에게 부과하는 금리를 팍 올렸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융권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주택 위기는 더 악화되고 있다. 이미 110만 가구, 주로 노동자들이 자기 집을 잃었다. 무디스의 평가는 2007년에 이어 2008년까지 330만 건의 주택 모기지 채무불이행이 생겨날 것이고, 그 대다수는 `담보주택회수권상실(포어클로져)' 절차에 들어갈 것이다. 올해 말까지 주택 소유자들의 1/3이 “침수”할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즉 주택 가치보다 더 많은 액수를 빚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연준의 개입은 주택가격 하락에 아무 영향도 주지 못했다.


    경제학자들과 정부관리들이 경기침체가 도래했는지 아닌지,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놓고 끝없는 논쟁을 벌이는 동안 자본가들은 자기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기다리지 않고 노동자들을 잘랐다. 3월 한 달에 8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최근 5년간 최대 수준이었다. 올해 석 달 만에 제조업에서 94,000명, 건설업에서 88,000명, 금융업에서 16,000명 등. 총 25만 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된 것이다. 그러나 메릴린치사의 경제분석가 데이비드 로젠버그에 따르면, 신용경색의 여파로 훨씬 더 많은 “일자리 손실”이 날 것이다.


    실업 수준은 공식 집계인 5.1%보다 훨씬 더 높다. 구직을 포기한 실망실업자와 파트타임 노동자를 포함하면 비율은 12.6%, 1,700만 명 이상이다. 이 거대한 실업률과 함께 가족 소득은 10년 전에 비해 더 떨어졌다. 이것은 미국 정부가 50년 전 소득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금리인하와 달러 가치저하로 인한 인플레가 노동자계급의 구매력을 파괴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 속에서 노동자들은 돌아오는 빚 청구서를 갚지 못하면서 빚더미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빨려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계속 집을 담보로 (집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린다. 또한 신용카드 빚도 계속 늘어난다. 소비자 채무는 이미 기록적인 고점에 와 있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수백만 가족이 담보대출금을 더 이상 갚지 못해 살던 집에서 가재도구와 함께 집밖으로 내던져졌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 살리기’는 ‘노동자 죽이기’다. 파산의 대가를 노동자계급에게 떠넘겨 치르도록 하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이 절망적인 상황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데 정부는 은행과 금융회사들, 대기업들, 즉 모든 문제를 야기시킨 장본인들만을 구제한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 저들이 살려내고 있는 것은 그 동안 거대한 이윤을 거둬들이고 위기를 만든 바로 그 기업들과 투기꾼들의 부와 재산이다.

    정부가 노동자 민중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을 가지고 금융기관들과 투기업체들의 휴지조각이 된 ‘부실’ 채권을 사들여 그들이 벌여놓은 난장판을 수습해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들 자본가들은 여전히 이윤은 제 주머니로 챙기면서도 손실은 노동자 민중들에게 떠넘긴다. 이윤은 사유화하면서 손실은 “사회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구제비용을 벌충하기 위해 정부와 지배계급은 노동자 ․ 민중들에게 모든 부담을 지울 것이다. 이미, 공공서비스와 교육, 보건의료, 빈민 ․ 장애인을 위한 최저소득 지원 등 사회복지비 지출의 대폭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4) 통제 불능의 난장판으로 드러난 "최첨단" 금융시스템


    이 위기가 단순한 유동성 위기(현금 흐름 경색)가 아니라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한 금융논평가들은 그 동안 “최첨단의 정교함”을 자랑해 온 금융시스템이 아수라장이 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즈의 금융 관련 주필인 마틴 울프는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자유화된 금융시스템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왔는가? ‘하나의 대규모 금융위기에 뒤이어 또 하나(잇단 대규모 금융위기)’가 그 답이다.”


    그는 1970년대 말 이래 전 세계의 반인 93개국에서 117건이나 되는 체계적인 은행 위기가 있었고, 이들 가운데 27건에서는 구제금융 비용이 GDP의 10%, 때로는 그 이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07-08년의 위기는 “지난 30년의 모든 위기들 중 가장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기를 그렇게도 중대하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 그 위기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진화된 금융시스템을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위기는 어디서 새어나오나? 세계의 가장 선진화된 금융시스템의 핵심부위로부터, 그리고 가장 정교한 금융기관들 -- 최첨단의 빈틈없는 증권화 도구들을 사용하고 최첨단의 금융공학과 가장 정교한 리스크관리에 기반해 있는 금융기관들 -- 이 체결한 거래들로부터이다. 그런데도 금융시스템이 터져버렸다. 상업 채권과 은행간 시장들이 둘 다 여러 달 동안 얼어붙었다. 증권화된 채권은 그 가치가 모두 증발해 버린 것으로 드러났고, 신용평가기관들이 제공한 신용평가는 판타지임이 판명되었다. 중앙은행은 막대한 액수의 유동성을 쏟아 부어야 했다. 그리고 공황에 휩싸인 연준은 전례 없는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의 WSWS 같은 글)


    울프는 금융시스템을 관장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이 사로잡혀 있는 당혹감을 요약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해 왔던 것을 더 이상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또한 내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역사에서 배워야 할 필요를 강조하면서 그는 이어서 말했다. “근본 교훈은 금융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외부인들은 금융시스템이 거대한 블랙박스가 되어버렸음을 의식했다. 그러나 그들은 적어도 그 금융시스템 안에 있는 사람들은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설마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는 이제 거의 진실일 수가 없다.” (WSWS, 같은 글)


    자본주의 질서와 자유시장의 반대자가 아닌, 그것의 1급 옹호자인 사람으로부터 나온 말로서, 이것은 꽤나 놀라운 인정이다.

    같은 그림이 베어스턴스 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3월 초에 미국 정부기관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나온다. 이 보고에 따르면 금융시장 혼란의 이유는,


    “모기지를 발행한 금융기관들, 보증인들, 신용등급기관들 그리고 글로벌 투자가들을 포함한, 증권화 과정에 연루된 사람들이 시장 규율을 심각하게 침해함으로써 적절한 리스크 배제를 하지 못한 것과 관련 있음.”


    “신용등급기관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부 증권(RMBS) 평가에서의 오류들, 그리고 여타 복잡한 구조의 신용상품, 특히 담보부증권과 부채담보부증권(CDO) 평가에서의 오류들.”


    “미국과 유럽의 몇몇 대형 금융기관들에서 나타난 리스크관리 약점”


    “리스크관리 약점들을 줄이는 데 실패한 규제정책들” (이상의 미 정부기관 보고서는 WSWS, 같은 글에서 인용)


    간단히 말해서, 모두가 연루되었다. 모기지를 발행한 금융기관들로 시작해서, 그 다음에 그것을 증권화하고 이를 다시 패키지로 묶는 작업에 관여한 은행, 투자업체들, 그 결과로 나온 패키지 ‘금융상품’들에 최고 등급을 부여한 신용등급기관들,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들, 그리고 규제정책을 책임 맡고 있는 당국들까지. “정교하게 진화”된 첨단의 금융공학에 입각해 돌아가는 체제라고 칭송해 마지않던 저 금융시스템이 이토록 통제 불능의 난장판일 줄 외부의 뭇 자본가들이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러나 여기에는 오직 범죄행위라고 기술할 수밖에 없는 상당한 요소가 있었다. 관련자들의 개인적인 특성에서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성격에서 비롯하는 요소 말이다. 당장 돈만 벌린다면 그 돈 버는 시스템이 지속가능한 시스템인지 아니면 방만과 부실의 늪인지, 심지어 사기와 조작, 불법 탈법으로 작동되는 범죄의 복마전인지 누가 알려고 하겠는가? 시장이 상승세에 있어, 최하등급이 매겨진 이른바 ‘거짓말 대출’을 담보로 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부터 돈이 벌린다면, 이들 대출담보채권을 패키지해서 팔아치워 돈이 벌린다면, 이들 의심스런 패키지 증권에 최고 신용등급을 부여해 줌으로써 돈이 벌린다면, 그렇다면 그 전 과정의 장기적인 존립 불가능성에 관한 문제들을 누가 알고 싶어 하겠는가?


    5) "금융화 축적 전략"의 파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를 계기로 이 범죄적 금융시스템의 파탄과 함께 자본의 “금융화 축적 전략”도 파산을 알렸다.

    2차대전 후 오늘날까지 60년간의 세계자본주의는 크게 두 시기로 나눠볼 수 있는데, 전반부가 산업 고도화 및 산업자본의 지배를 특징으로 한다면, 후반부는 증대되는 ‘금융화’ 경향을 특징으로 한다. 금융화란? 평범한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쓰는 언어로 말하면 “기업들[자본가들]이 기존의 생산적 경제 활동(제품 생산 - 판매 - 이윤획득)보다 각종 금융 자산을 보유하여 얻는 이윤이 더 커지는 경향”을 말한다.


    이 금융화 과정은 막대한 신용의 창출과 함께 자본의 새로운 ‘축적 전략’을 가져왔다. 오늘날 대규모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산업자본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구현하는 단계를 넘어서 버렸다. 더 이상 과거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결합하여 산업자본의 높은 이윤 실현을 보장하는 것을 통해 그 중 자기 몫을 획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실 생산과정에서 점점 더 분리되고 더욱더 복잡해져 가는 금융 활동과 금융 조작에 의해 이윤 획득을 끌어내는 축적 방식이 그것이다. 이 축적 방식은 미국에 중심을 두었지만, 지금 거기서 터져 나온 금융위기는 단지 미국적인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세계자본주의 질서의 위기가 세계경제의 심장부를 이루는 미국의 금융시스템 속에서 표현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 “금융화 축적 전략”의 파산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서브프라임 사태가 월가 전문가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이미 맑스는 <<자본론>> 2권에서 이 위기의 배경에 대해 꿰뚫어 보고 있다. 맑스는 화폐자본의 보유자들에게 “생산과정은 단지 피할 수 없는 매개 고리로, 돈벌이를 위한 필요악일 뿐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취하고 있는 모든 나라는 생산과정에 대한 개입 없이 돈을 벌려는 열띤 시도에 주기적으로 사로잡힌다.” 맑스가 여기서 “주기적”이라고 묘사한 과정은 이미 미국 자본주의의 상시적인 특징이 되었다.


    이것은 이제 사기와 조작, 노골적인 범죄행위가 부의 축적 과정의 중심 특징이 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2000-01년 주식시장 거품이 터졌을 때 대형 회계부정 사건의 장본인인 엔론과 월드컴사의 몰락과 함께 이런 수법들이 일부 드러났다. 그러나 그 ‘금융’ 수법들은 근절되기는커녕 계속해서 훨씬 더 대규모로 확대되었다.


    주식시장 거품 붕괴에 대한 연준의 대응은 1987년 10월의 월가 주가폭락 이래 매 소동 때마다 항상 해 왔던 예의 그 방식, 즉 금리를 내리고 돈을 더 많이 금융시스템에 쏟아 붓는 것이다. 닷컴 주식 거품 붕괴로 인한 2000-01년 불황이 끝나고 나자 다시 급속한 주택가격 거품 팽창과정이 이어졌다. 부실 채무를 패키지 금융‘상품’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사기적인 금융 ‘기법’들이 이 때 출현하였다. 위험 대출에서 만들어지는 위험을 금융 파생상품으로 둔갑시키는 기막힌 마술이 횡행하였다. 이 금융파생상품들이 당시 AAA 등급을 받았는데, 이런 판정을 내린 신용평가기관들이 바로 그 사기적인 금융 관행들의 확산으로부터 수혜를 봤다.


    규제완화가 투명성을 촉진했다는 신자유주의 전도사들의 주장과는 달리 금융시스템은 점점 더 속임수와 은폐로 특징지어졌다. 새로운 “금융화 축적 전략”이란 것도 결국 실물 부문에서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이윤 획득이 부진하자 다른 데서 다른 방법으로, 즉 사기와 조작, 범죄행위를 ‘금융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체계화시켜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하려는, 자본의 최후 발악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 경제활동사의 최고 진화물이라고 자랑해 온 그 ‘최첨단 금융시스템’이 구제할 길 없는 아수라장으로 드러나면서 이 자본 최후의 발악도 막장까지 온 것이다.

     


    3. 위기의 뿌리


    1) 모든 게 '금융' 탓?


    그 동안 멋모르고 자랑해 왔던 그 ‘최첨단’ 금융시스템이 통제 불능의 난장판으로 드러나자 자본가계급 내에 주로 비금융계 산업자본가들은 이 금융시스템과 함께 금융당국, 금융권, 은행권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 동안 금융당국의 말만 믿고 위기에 대한 낙관론을 펴다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위기를 모두 금융시스템과 금융계 탓으로 돌리는 것을 통해 자신들이 처한 당혹감을 해소하려 했다. “금융당국이 경제를 자극하기 위해 무리하게 유동성을 주입했다”, “금융시스템에 근본적인 부실의 요소가 있다”, “은행권이 근시안적이고 눈앞의 탐욕에 빠졌다”, “금융계가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 등등. 그 동안 승승장구하던 때는 “경제성장의 견인차”라고 떠받들던 금융부문을 이제 문제가 생기니까 “부실의 온상”, “탐욕의 복마전”, “경제파탄의 원흉”으로 매도하며, 편리하게도 위기의 모든 책임을 ‘금융’에 돌려버렸다.


    한편 그 동안 신자유주의의 기세에 눌려 30년간 계속됐던 찬밥 신세를 마침내 벗어날 기회가 도래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 정통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은 현 위기의 원인이 규제 풀린 대규모 금융의 폐해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금융 투명성과 공공성”을 다시 제기하고 나왔다.


    그러나 ‘금융계의 도덕적 해이’나 ‘규제 풀린 금융’ 같은 요인이 현 위기를 초래했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덮어버리는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어떻게 그 많은 도박판 자금을 그렇게 쉽게 구했는가? 생산적 부문 말고 어느 부문에서 도박판으로 들어갈 그 많은 자금을 쌓아놓고 있었겠는가? 지금 금융 부문을 비난하며 위기의 책임을 돌리고 있는 산업자본가들 자신들이 실은 ‘사내 유보금’이라는 이름으로 쌓아놓고 있던 그 거대한 액수의 잉여금을 투기판으로 쏟아 넣은 장본인이 아니던가. 도박판에 가서 판돈 날렸다고 ‘도덕적 해이’와 ‘규제’를 들먹여봐야 결국 누워서 침 뱉기 아닌가.


    “금융당국이 무리하게 유동성을 주입했다”고 비난하는 이들 산업자본가들은 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회피한다. 그 거액의 돈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주입하지 않았다면,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비롯한 그 같은 대부가 있지 않았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돈을 풀어 거품을 유지하고 나아가 계속 팽창시키지 못했다면 세계경제가 이미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진작 거품이 터지고 지금과 같은 위기가 더 일찍이 6-7년 전에 이미 일어났을 것이고, 그리하여 공황이든 불황이든 일찌감치 경제위기를 맞아 자신들이 유보금으로 쌓아놓을 애초의 이윤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저들은 모르고 있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2) 생산적 부문에서의 과잉축적


    우리는 여기서 그 거대한 투기자금의 주요 자금원이 된 기업 ‘유보금’이 왜 생산에 재투자되지 않고 그렇게 거대하게 쌓여 있게 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어떻게 생산적 부문에서 비롯한 그 거액의 자금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및 파생금융상품 등과 같은 금융거품 형성에 일조했는지, 그리하여 왜 현 위기의 뿌리가 순전히 금융 부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 부문에도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두 부문이 상호연관 속에서 위기를 발생시키고 증폭시켰는지를 밝혀야 한다.


    최근 일부 경제논평가들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경제들에서 투자 대비 “저축” 잉여에 대해 언급해 왔다. 또한 “투자율이 사실상 모든 선진국들에서 하락해 왔다”고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이 과잉저축을 밀어올린 최대 장본인이 기업 부문이었다는 것이다. 즉 비금융 생산적 부문에서 주로 과잉저축이 형성된 것이다. 기업들이 그들이 번 이윤을 지출하는 대신에 이제 그 이윤을 현금으로 쌓아두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기업의 투자 대비 저축 증가는 구미의 선진공업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동아시아의 ‘신흥공업국’들을 포함한 글로벌한 현상이다.(이 전 세계 과잉저축분이 정확히 어느 정도 액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600조 달러를 육박하는 가공자본 중 기저자산이 10조-12조 달러라고 하는데 대체로 이 정도 액수가 아닐까.)


     기업들이 “내부유보금”이라고 부르는 이 과잉저축분은 1930년대에 케인스가 주목한 -- 그리고 그 보다 60년 전에 맑스가 “과잉축적 위기”라고 부른-- 효과를 가져온다. 과잉저축은 불황 압력을 낳는다. 자본주의 경제는 생산된 모든 것이 판매되는 조건에서만 오직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조건은 사람들이 재화를 생산하는 것으로부터 번 모든 소득 -- 노동자의 임금, 자본가의 이윤 -- 을 이들 재화를 구매하는 데에 지출할 때에만 가능해진다. 그러나 자본가들이 그들의 모든 이윤을 지출(개인 소비에든, 보다 중요하게는 투자에든)하지 않는다면, 전반적 과잉생산 위기가 체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자기 재화를 판매할 수 없는 기업들은 노동자를 해고하고 주문을 취소함으로써 대응한다. 그리고 이것이 이번에는 시장을 더 한층 수축시킨다. 투자 대비 과잉저축으로 시작된 것이 불황으로, 공황으로 끝난다.


    케인스와 그의 추종자들은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개입해서 자본가들로 하여금 그들의 저축을 지출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하는 것이 보다 수익성 있도록 세금과 금리를 조정함으로써, 정부차입을 통해 정부가 투자를 감행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교부하여 소비자 지출을 장려함으로써 등등. 때로는 이러한 방법들이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았다. 정부 투자나 보조금은 팔리지 않은 재화들에 대한 직접적인 시장을 공급해 줌으로써 기업들로 하여금 그들의 생산을 확대시키도록 장려하고, 그 덕에 추가 정부지출을 위한 재정 조달을 가능케 할 만큼 충분히 조세 수입을 증대시켰다.


    그러나 심각한 불황에 직면할 때 그 같은 방법들의 장기적인 유효성에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 정부차입금은 결국은 상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인플레가 초래될 것이다. 정부지출을 하는 데서 그 재원을 이윤에 과세하여 조달한다면, 그것은 투자 인센티브를 떨어뜨린다. 만일 소비자에게 과세함으로써 조달한다면, 그것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저하시킨다. 케인스 자신이 1930년대에 영국 정부에 권유한 조치들이 받아들여졌더라도, 그 시대의 대량실업을 종식시킬 만큼 충분한 조치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1970년대 중반의 위기를 이런 식으로 다루려는 시도들은 단지 증가하는 실업에 증가하는 인플레를 보탰을 뿐이다.


    3) "민영화된 케인스주의"

    최근 경향을 보면 정부차입과 지출은 이 저축과 투자 간의 간극이 낳은 잉여를 흡수하는 데서 일정한 역할을 해 왔다. 미국 국방예산의 경우에 특히 그러했다. 2001-2005년에 공식 군사비 지출은 비주택 분야 민간투자 총액의 평균 42%에 달했다.


    그러나 정부지출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미국 소비자들에 대한 대출 급증이었다. 미국 소비자들이 그들의 임금으로는 살 여유가 안 되는 것들을, 이 대출을 통해 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바로 여기서 중심 역할을 했다.

    9.11 사태로 벌어진 패닉이 이미 깊어가는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기세였던 2001년 당시, 연준 총재 알란 그린스펀은 금융권이 그러한 대출을 마구 시행하도록 부추겼다. 이것은 정부지출의 효과를 민간은행의 대출 급증을 통해 거두려고 한, ‘정부지출의 외주화’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민영화된 케인스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미국 경제가 불황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막기 위한 경기부양책이었다. 그러면 이 경기부양 자금은 어디서 끌어들여 와야 할 것인가? 당연히 기업 유보금이 그 1차 후보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 기업의 잉여저축을 경기부양 자금으로 끌어들이려면 그 거대한 ‘공급액’을 상쇄할 어느 정도 폭발적인 수준의 수요를 창출해내야 한다. 어디서? 가난한 서민들에 대한 대출, 즉 서브프라임 모기지 속에서 그러한 상쇄 수요를 찾아낸 것이다. 그래서 이제 미국의 가구들은 그들의 소득보다 더 많은 금액을 소비로 지출해야만 한다. 모기지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는 것이 이 같은 소득 이상의 소비 지출을 하는 것이었다. 가난한 서민들이 자기 소득으로 살 수 있는 여유가 안 되는 주택을 담보대출받아 사기로 결정한 것은 처음에 대출 조건이 유리하게 보였고, 또 주택 가격도 꾸준히 오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유지 가능할 걸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자를 못 갚게 될 경우 최소한 집을 팔면 그 동안의 집값 상승으로 손해 보진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했다. (물론 얼마 안 지나 변동금리 하에 “금리 재조정”이라는 덫에 빠진 걸 알게 되고, 또 주택가격 폭락을 맞게 되면서 이러한 계산은 순진한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결국 미국 자본가 정부가 불황 모면을 위해 주택시장 거품을 기획해 낸 것이고, 이 기획에 은행과 금융사들, 그리고 기업 유보금이 동원된 것이다. 그리고 가난한 노동자 ․ 민중들이 이 ‘경제 살리기’ 기획의 희생물로 떨어졌다. 물론 이 기획을 음모론적 관점으로 볼 수는 없다. 나름대로 그 기획은 케인스주의적인 공황방지/경기부양 대책이었고, 다만 경기부양을 위한 ‘돈 풀기’를 정부지출 대신 민간은행의 대출 급증을 통해 실시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이 도가 넘는 통화팽창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일단 장기불황은 피하고 보자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결국, 이 고육책으로부터 만들어져 온 지금의 금융거품이 아니었다면 불황은 벌써 일어났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거품을 만들어서 당장의 불황을 모면하고, 이 거품이 터지면 다시 새로운 더 큰 거품을 만들어서 더 심각해 진 불황을 모면하고,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불황의 깊이와 폭은 계속 커져간다. 그리고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이런 미봉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이 오면 결과는 극대화된 불황일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고리는 언젠가 끊어져 결국 거대한 불황을 가져오고 말겠지만, 이 악순환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위기의 원인이 단순히 금융 거품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데에 있다는 것이다. 즉 체제 전체의 밑바탕 위기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 강화나 ‘금융 공공성’ 같은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미 연준과 부시정부가 취하고 있는 그런 종류의 조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물론이다. 그들은 금리인하와 세금 감면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켰다. 사실상 헬리콥터에서 구호금을 뿌렸다고 비유될 만큼 다급한 사정이었다. 그러나 그 같은 조치들을 가지고 할 수 있을 최대치란 대부 ․ 대출 거품을 재팽창시키는 것이다. 거품이 얼마 안 가 다시 터질 때까지.


    4) 과잉축적의 근원


    그러면 여기서 그 ‘밑바탕 위기’가 무엇인데, 그것이 금융 거품과 연결되어 이 같은 불황과 공황을 낳는 것인가?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들어가 보자. 거품 부양자금으로 동원된 이 과잉저축 자체는 왜 생기는가? 저축과 투자 사이에 불균형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왜 기업은 그들이 번 이윤을 한 때 했던 규모로 투자하지 못하는 것인가?


    선진산업경제들에 대한 연구들이 보여주는 바에 의하면,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줄곧 평균 이윤율의 대 하락이 있었다. 1980년대 중후반과 1990년대에 몇 차례 반짝 회복이 되풀이해서 일어났다. 그러나 2000년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이윤율은 2차대전 이후 25년간(이른바 자본주의의 황금기)의 자본주의 최대호황을 떠받쳤던 수준으로까지 다시 증가하지는 못했다. 미국에서 이윤율이 1997년을 전후로 도달한 최고점이라고 해봐야 전후 최초의 주요 불황이 발발했던 1973년-4년 수준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낮은 이윤율은 투자 부진의 원인이 되었다. 투자는 신규 이윤과 대비하여 이전만큼 급속히 증가하지 않았다. 몇몇 기업들은 파산했고, 특히 1990년대 초의 불황기에는 파산하지 않은 기업들이 파산한 기업들의 희생으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1980년대 중후반과 1990년대에 이윤율의 부분적 회복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총 산출량 가운데, 노동 대 자본에서 자본으로 가는 몫이 전반적으로 커진 데 있다. 착취율이 증가한 것이다.


    착취율 증가는 선진공업국들에 한정되지 않는다. 동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실질임금이 산출량 증가를 따라잡지 못했다. 한편 농민의 대부분은 지난 10년에 걸쳐 생활수준이 하락하였다. 선진공업국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최근 저축의 많은 부분은 기업으로부터 왔다. 한국도 1000대 기업(금융사 제외)의 사내유보율(자본금 대비 잉여금)이 2002년 232%에서 2007년 675%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보금 액수는 360조원에 달한다.


    착취율의 전 세계적인 증가는 당연히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하락시킨다. 따라서 재고가 쌓이고 경제가 안 돌아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선 노동자들의 구매력 하락으로 인해 팔리지 않은 재화의 액수만큼을 투자 증가에 의해 메워야 한다. 그런데 수익성이 없어 자본가들이 투자를 늘리지 못하게 되면 이는 잠재적 불황 상황을 낳는다. 그러나 이 잠재적 불황은 주식시장 거품이나 IT거품, 부동산 거품 등 금융 거품에 의해 감출 수 있다. 실제로 1990년대 초부터 그렇게 감추어져 왔고, 매번의 거품 호황이 아니었으면 잠재적 불황은 현실 불황으로 표출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 하나의 거품이 꺼지고 새로운 거품이 그 자리를 대신할 때마다 잠재적 불황의 폭과 깊이는 더 한층 커져갔다.


    그러한 거품들이 이는 것은 기업 잉여, 즉 이윤이 생산적으로 투자되지 않고, 대신에 금융시스템을 경유하여 하나의 투기사업에서 다른 투기사업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각각의 매 투기사업은 한동안은 평균이윤 이상을 제공하는 듯이 보인다. 1980년대의 증권거래소 호황 및 자산 호황, 1990년대 말의 닷컴 호황, 2002-2006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호황 등에서 보듯이 말이다. 이들 중 어느 것도 직접적으로 생산적이지 않지만, 한 동안은 소비 지출에 활력을 부여했다. 이것이 실질 경제산출의 단기 증가를 가져왔다. 높은 이윤 기대가 자산가격 증대를 촉발하고, 이것은 소비자 수요 진작을 부추기고, 다시 이것이 이윤 기대를 유효화 시켜주는, 자족적인 선순환이 형성된 것이다.


    기업 잉여금이 생산적 투자 대신 이렇게 투기사업으로 흘러들어가는 이유는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일차적으로 이윤율 저하 요인, 즉 생산적 투자의 수익성이 장기간 저하되어 온 것 때문이다. 호황기라고 하는 2000-2005년에 미국 제조업 이윤율은 1970년대 초나 1990년대 보다 낮은 수준에 있었다. 2000-2006년에 미국 비금융 법인들의 이윤율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비해 약 1/3 낮았고, 1970년대 초에 비해서는 약 18% 낮았다.


    그런데 이 정도 이윤율조차도 많은 부분이 금융상의 뻥튀기 덕인 측면이 많다. 즉 거품이 기업들의 금융 및 부동산 자산의 서류상의 가치를 기저의 실제 가치보다 상당히 높여 줬는데 이것이 이들 기업의 이윤율 계산에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대규모 생산적 투자를 감행할 만큼 높은 이윤을 거두는 기업들도 일부 있지만, GM이나 포드 같은 거대기업을 포함하여 많은 기업들이 낮은 이윤율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은 생산적 부문에 대한 투자를 낮은 수준으로 묶어두고, 그리하여 불황으로 치닫는 경향을 다시 또 낳곤 한다.


    바로 이 이윤율 저하(낮은 수익성) 및 이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쌓여 있는 자본의 토사더미(즉 과잉축적)가 밑바탕 위기이다. 거기에 현 위기의 뿌리가 있다. 그리고 이 토사더미가 도박판으로 쏟아져 들어가 투기 거품을 부양시켜주다가 결국 거품이 터져 금융위기를 맞는다. 이 금융위기로 투자 손해를 본 산업자본가들이 위기를 금융 부문 탓으로 돌리고 “탐욕의 복마전”이라고 비난해 봐야 제 얼굴에 침 뱉기일 뿐이다. 물론 그들은 위기의 진원지가 다름 아닌 생산적 부문이며, 이 생산적 부문의 낮은 수익성 때문에 투자출구를 금융부문에서 찾아 도박판에 뛰어들었다가 도박판이 아수라장이 되면서 돈을 잃게 되는, 그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도박판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것으로 화풀이를 대신하고 있지만, 어차피 도박판은 도박판일 뿐인데 거기다 대고 “탐욕의 복마전”이라고 욕해봐야 그게 무슨 욕이나 되겠는가.



    4. 이윤율의 장기 저하에 기원한 ‘지급불능 위기’


    1) 생산과 금융


    현 위기와 관련하여 생산과 금융 간의 관계를 좀더 직접적으로 살펴보자.

    자본주의 경제는 그 안에서 생산과 금융이 밀접히 상호 연관된 체제다. 최근 20년 동안은 (생산에 저해되는 식으로) 금융 영역의 과도한 성장(‘비대화’)이 경제의 주 특징을 이루다보니 이 상호연관성이 가려진 측면이 있지만 말이다.


    현 금융위기는 30여 년 전에 시작된 자본주의 경제의 만성적 위기의 발현이다. 이 만성적 위기는 <과잉축적 ․ 과잉생산 위기>이며 밑바탕을 더 거슬러 내려가면 <이윤율의 장기 저하 위기>이다. 이번 금융위기까지 포함하여 지난 30년 동안 열 몇 차례 일어난 각종 경제위기들은 이 만성적 위기의 표출 형태들인데 그 중 이번 위기는 지난 어떤 위기들보다도 단연 큰 폭발성을 띠고 있다.


    한편 지난 20년간에 걸쳐 일어난 매 금융위기 -- 증시 위기든 통화 위기든 -- 는 다소간에 큰 폭의 생산 감축을 동반했다. 1987년의 증시 폭락, 1990년의 정크본드(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위험성이 높은 채권) 시장 폭락과 저축대부조합 파산, 1994년의 미국 채권시장 폭락, 1997년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의 러시아 ․ 브라질 위기와 롱텀 캐피탈(LTCM) 헤지펀드 파산, 2001년의 인터넷 버블(닷컴 버블 또는 IT 버블이라고도 함) 붕괴 등으로 인한 결과들이 바로 그것이다.


    주식시장, 은행, 금융기관, 보험회사 등등이 없다면 자본주의 경제는 기능할 수 없을 것이다. 투기 자체가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적인 일부다.

    산업자본과 관련하여 금융자본에 부여된 중요성은 제국주의 자체만큼이나 오랜 것이다. 레닌은 이미 금융자본을 자본주의의 제국주의적 단계의 주 특징 중 하나로 보았다. 그러나 생산과의 관계 속에서 금융의 이상 발달(비대화)은 지난 30년 중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리고 투기도 똑같이 전례 없는 액수의 화폐를 끌어들인다.


    이와 함께 규제완화, 탈규제가 다양한 경제부문의 전업화를 억눌렀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를 지배하는 거대 복합기업 ․ 재벌그룹들은 생산만이 아니라 금융에도 관여하고 있다. 다만 보다 수익성 있는 부문에 명백히 선호도를 가지고 집중할 뿐이다. 한국에서도 금산분리는 사실상 이미 무의미해졌을 정도로 그 장벽은 낮아졌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사이의 차이는 사실상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가 점점 더 은행이 하던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 은행이 패키지보험 상품을 팔고 보험회사가 은행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대규모 산업자본들 자체가 엄청난 액수의 현금을 가지고 생산이 아닌 금융 사업에 -- 전문 자회사나 자체 재정사업부를 통해 -- 투자를 한다. 이들 대기업이 이 현금을 은행에 예치해 둘 경우, 그들은 국제 환율을 상시적으로 지켜보고 환율 변동을 사전 파악하려고 할 것이다. 달리 말하면, (환)투기를 할 것이다. 또는 이 현금을 증권으로 --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증권을 포함하여 -- 전환시킨다. 많은 금융파동(특히 서브프라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곤 하는 저 악명 높은 “헤지펀드”는 일반적으로 대형 은행의 분사이다. 그리고 헤지펀드들의 투기자금은 부자 개인들의 은행예금으로부터만이 아니라 대기업들의 유동 자금으로부터도 온다. 실제로 모든 대기업들이 이 투기 광란에 가담해 왔다.


    현재의 은행간 금융위기는 거래 대기업들에도 자동으로 영향을 미쳤다. 산업자본들이 합당한 이자율로 돈을 얻기가 더 어려워지면, 생산을 감축시키고 생산 투자도 더 감축시킬 것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식으로 생산은 금융위기에 영향을 받아 왔다. 실로 5년 사이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제조업 일자리의 순 감소가 있었다.


    2) 이윤율의 장기 저하


    이와 같이 금융위기는 그냥 금융위기일 수가 없고, 자본주의 경제의 밑바탕 위기, 즉 생산적 부문에서의 위기가 표현되는 방식이면서 동시에 그 밑바탕 위기를 격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침은 독감의 증상이지만, 기침이 심해져서 독감을 폐렴으로 발전시키듯이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윤율 저하와 같은 생산적 부문에서의 위기가 ‘질병’이라면, 금융위기는 그 이윤율 저하 질병의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현 금융위기는 1970년대 중반 이래 세계자본주의를 괴롭혀 온 그 동일한 밑바탕 지병이 도져서 나타난 증상이다. 지난 20년 동안 자본주의 체제는 착취 증가를 통해 이윤율이 더 한층 급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는 이윤율을 다소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을 희생시켜 만회한 이윤은 생산에 재투자되지 않았다. 반복되는 불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여전히 그 정도의 이윤율 회복 수준 가지고는 자본가들이 투자에 나설 동기가 되지 못했다. 생산적 부문에서 수익성을 찾을 수 없는 자본 소유자들이 다른 수익성 있는 시장을 찾아 사방을 휘젓고 다니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을 팽창시켰다. 금융시스템은 새로운 최첨단의 금융 “상품”들을 개발해냈다. 금융상품이 자가발전하여 새로운 파생금융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만큼 위험부담이 커져가는 한편, 체제의 진짜 부의 원천인 생산적 산출은 이윤율의 장기하락 추세에 발목 잡혀 거의 또는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


    이러한 낮은 이윤율 문제는 심지어 금융위기를 규제 풀린 금융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그들은 오직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들에 의해서만 금융위기를 통제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그 같은 치료법들이 깊은 불황을 촉발할 수 있음을 본다. 예를 들어 조지 소로스는 파생금융상품 같은 “새로운 신용 도구와 기법들 중 일부는 불건전하고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이제 신용 팽창은 끝났고 수축기가 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결과가 단지 미국의 불황이 아니라 세계 공황일 수도 있다고 하며 두려워한다.


    3) 악순환과 "지급불능의 위기"


    불황의 확산은 금융 부문의 문제들을 증대시키며, 그 문제들을 생산적 부문에 다시 퍼뜨린다. 생산 감축과 실업 확대, 소비 감소는 가계와 기업들의 차입금(무엇보다도 주택 모기지 대출!) 상환을 그만큼 어렵게 하여 금융 손실을 가중시키고, 역으로 이번에는 대규모 금융 손실 증가와 금융 붕락이 실물 부문의 하강을 더 가파르게 하는 파국적인 악순환이 전개된다.


    이 같은 악순환을 막고자 부랴부랴 미 연준과 부시 정부가 지금 돈을 풀고 일련의 금리 인하와 소비세 감면 조치 등 --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케인스주의적”이라고 비난받으면서까지 -- 경기 재(再)부양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하나의 거품 붕괴를 다른 하나의 거품을 띄움으로써 극복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경우는 일시적으로조차도 성공할 것 같지가 않다. 그러한 통화팽창정책은 전 세계의 곡물 가격이 치솟고 있고 유가가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한 때에 인플레 압력만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또한 달러화가 유로화 같은 통화들에 대비하여 이미 가치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화 가치에 대한 국제적 신뢰 상실을 일으킬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미국의 세계 패권에 잠재적인 타격이 될 수 있는 그 같은 위험부담까지도 무릅쓰겠다는 태세를 보이는 것은 부시 정부와 연준이 어디까지 몰렸는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준다.


    그 정책은 실패할 징후들을 초장부터 보여준다. 그 정책은 과거에 주류 케인스주의자들이 부딪혔던 모든 문제들에 이미 직면하고 있다. 소비세 인하는 사람들이 지금 거대한 상환 압력 아래 놓여 있는 그 개인 대출액 규모에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 한편 연준의 금리 인하 효과는 개인 소비자들과 기업들에게는 전혀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대출이자 비용이 상승했다. 세금 감면이든 금리 인하든 모두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이미 금리는 2007년 9월 이래 7차례나 인하하여 지난 4월 30일 7번째의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2.0%로까지 내려갔다. 그런데도 개인 소비와 기업 투자는 늘어날 기색이 없다. 아니, 소비와 투자 지표는 더 악화되고 있다. 설사 금리를 아예 0%로까지 내린다 하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 이미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 때문에, 즉 공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가계와 기업이 지갑과 금고를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를 극단적으로 내리고 유동성을 대거 공급하여 사람들에게 돈을 쓰게 할 인센티브를 아무리 줘도 경제에 대한 안심이 안 되니 돈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위기의 근본 원인이 다른 데 있다는 얘기다. 신용과 돈 흐름이 막히는 유동성의 위기는 단지 겉으로 나타나는 위기일 뿐인데 현 위기를 통화정책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위암 걸린 데에 소화제를 투입하는 격이다. 근본적으로 ‘실물경제’ 자체에, 경제의 생산적 부문에 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에서 살펴 본 바, 생산적 부문의 낮은 수익성(이윤율의 장기 저하)에서 비롯한 지급불능 위기가 밑에 깔려 있고 그래서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안심을 못해 소비든 투자든 안 하는 것이므로 금리 인하로는 안심하고 지갑과 금고를 열지 않는 것이다.

     

    지급능력 문제는 유동성 문제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유동성 위기는 기업들이 수익성이 있지만, 당장 돌아오는 어음을 갚을 현금이 결여될 때 일어난다. 지급불능 위기는 기업들이 손실을 보면서 영업할 때 일어난다. 이윤율 장기 저하/ 과잉축적에서 비롯하는 이 지급불능 위기는 저금리 정책을 통한 경기 재부양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전 세계적 인플레 압력 속에서 오히려 위기를 빠르게 촉발시킬 것이다. 결과는 무엇일까?



    5. 전망


    1) 일본형 장기불황?


    한 가지 시나리오는 1929년의 대공황보다는 덜 무서운 것으로, 1990년대 초에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다. 부동산 거품에 기반한 호황의 붕괴는 16년이 지나서도 아직 끝나지 않은 장기간의 정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 은행들이 입은 손실은 지금까지 미국에서 입은 손실(이 손실은 이후 몇 달 안에 족히 두 배로 늘 수 있다)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부르주아 논평가들은 ‘오늘날의 미국은 다르다’, ‘무엇보다 연준은 일본 중앙은행이 범한 “실수들”을 저지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느라 열심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정은 두 위기 모두 그 뿌리가 순전히 금융에만 있다는 가정에 입각해 있다. 생산적 부문에도 그 뿌리가 있을 가능성을 미리부터 배제하는 가정이다. 그러나 실제로 생산적 부문에서의 수익성 문제들은 일본의 장기불황을 가져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우리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수익성 문제들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서도 중심적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세계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일이다. 그것도 ‘금융세계화’가 위기의 전 세계적 파급력을 극대화시켜 놓은 상태에서 벌어진 위기다. 이 새로운 위기는 전 세계적인 달러 유동성의 과잉으로 모든 물가와 자산 가격이 오르고, 여기에 달러화의 폭락이 겹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수습 불가능한 아수라장에 빠질 수 있다는 데서 기존의 위기들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은 계속 누적되는 무역적자를 달러를 찍어 보전해왔다. 그 결과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외환보유고만 하더라도 8조 달러를 넘을 정도로 세계는 달러 '홍수'에 잠겨있다. 달러화의 추가 하락을 우려하여 달러 투매가 시작되고 여기에 이들 나라중앙은행이 가세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줄 부도 사태, 즉 지급불능 위기가 폭발할 것이다. 그 경우 600조 달러에 육박하는 가공자본은 어찌 될 것인가.


    당장, 넘쳐 나는 달러와 이로 인한 달러 약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가중시킨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는 불황과 인플레이션이 함께 가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미국의 불황이 세계경제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석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은 계속 치솟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 거품 붕괴로 대규모 투기자금이 이들 원자재 시장으로 쏠리면서 물가폭등을 부추기고 있다.


    불황이 본격화하는 한편 원자재 가격폭등으로 인한 비용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미국에서 시작되어 중국이 가세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까지 놓고 본다면, 아니 ‘중국 등의 가세’ 가능성은 일단 배제하고 보더라도 현 위기가 단지 일본의 장기불황정도로 끝나고 말 것이라 볼 수 있을까?


    2) 글로벌 악순환,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미국의 경제위기는 달러화 하락을 매개로 이미 세계경제로 확산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거품을 떠받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저금리 정책은 안 그래도 약세에 있는 달러화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하락시키고 있다.

     

    현 위기 발발 이전 최근까지 미국에서 신용 팽창과 일련의 거품 호황은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 같은 나라들이 생산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시장이 되어주었다. 이미 냉전 종식이 가져다 준 첫 효과로 동구권과 과거 제3세계 ‘비동맹국’들이 세계시장에 편입되고, 2002년 중국이 WTO에 가입함으로써 이들 나라의 값싼 제품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에 쏟아져 들어갔다. 동시에 미국은 제조업을 이들 나라들로 이전함으로써 생산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누렸고,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를 억제하는 환경이 되어주었다.


    이 “세계사적 인플레 억제 환경” 덕분에 각국 중앙은행은 화폐 비용(금리)을 비상한 정도로 저렴화 시킬 수 있었다. 즉 인플레 걱정 없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호조건을 누린 것이다. 그리하여 미 연준은 신용 기반 호황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저금리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 경제의 공동화 -- 금융의 부상과 제조업의 파괴 -- 와 중국 등 ‘신흥공업경제’들에서 거대한 새로운 생산설비 건립은 지난 15년간 경제성장을 가져온 글로벌 선순환 과정의 양면이다.


    그러나 이들 과정 자체가 이제 수억의 인민들을 재난에 빠뜨리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조건을 창출했다. 중국 자본주의의 급속한 팽창에 따른 대대적인 투자와 원자재 수요 증대는 유가와 곡물가가 치솟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부활을 가져왔다. 여기에 지속적인 달러화 가치하락이(그리고 그에 따른 투기자금 이동이) 이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금융시스템을 떠받치는 데 목표를 둔 연준의 저금리 정책기조는 인플레 도래 상황에서도 달러화 약세 기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앞 시기에 경제성장을 가져온 과정들이 이제 역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선순환이 급속히 악순환이 되어버렸다. 미국의 성장이 신용에, 특히 소비자 빚과 가계 빚에 기초한 신용에 의존해 온 것이라서 미국 주택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어떤 경기하강도 전체 장밋빛 시나리오를 일거에 와해시킬 수 있는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이 위험한 조짐이 2006년에 일반주택 담보 채무 불이행이 일어나면서 현실화되기 시작했고, 2007년 8월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터져 나온 것이다. 이제 미국의 소비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어가는 바로 그 시기에 오히려 중국의 대미 수출품 가격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한 중국의 수출 침체는 부풀대로 부풀어 오른 중국 자산거품 붕괴 우려를 한층 더 현실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악순환은 역설적이게도 중국에서 자본주의가 급속히 확장되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그 동안 중국의 값싼 수출품 덕분에 조성되었던 전 세계적 인플레 억제 환경은 마침내 끝나버렸다. 새로운 구조적 인플레 시기가 들어섰고, 그와 함께 글로벌 악순환도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3) 미 달러화 가치 하락과 글로벌 위기의 조건


    미국에서 노동자계급의 생활조건에 대한 끝없는 공격과 함께 인플레로 인한 구매력 저하는 소비 지출의 저하를 가져오고 있고, 결국 불황을 본격화할 것이다. 달러화의 지속적인 약세는 이 인플레를 더 한층 촉진할 뿐만 아니라, 하루 20억 달러의 해외자본 유입 -- 미국 금융시스템에 투입할 자금원 가운데 하나 -- 을 되돌려버리는 사태를 촉발할 것이다.


    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하락시킨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에 수출하는 미국 자본가들은 명백한 이점을 얻는다. 이것은 독일, 일본, 특히 중국 같은 대미 수출국들한테 끔찍한 뉴스이다. 미국 소비자 시장의 수축은 이들 나라 제품의 판매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달러 하락으로 인위적으로 값이 낮추어진 미국 수출업자들과 경쟁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달러가 최근에 유로 대비 1.56 달러로 거래되자 쟝 클로드 트리셰 EU 중앙은행 총재는 “지나친 환율 조치”를 비난했고, “경제성장에 바람직하지 못한” 환경을 낳는 통화의 “과도한 휘발성과 무질서한 운동”에 대해 미국에 경보를 울렸다.


    달러 하락으로 멍들게 되는 것은 EU 경제만이 아니다. 1990년대에 오랜 침체로부터 몇 년간 회복을 거쳐 이제 다시 도약하려던 참이었던 일본은 달러 하락의 복병을 만나 2007년 12월 경제지표가 지난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강했다. 같은 해 4/4분기에 일본 기업들의 투자는 지난 5년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국에서도 미국의 불황 돌입과 달러 하락이 이미 수출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중국의 무역 잉여는 2월에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더 빨리 하락했다. 2007년 2월에 중국 무역 잉여가 2370억 달러였던 데 비해 올해 2월에는 860억 달러로 하락했다.


    달러화 하락이 세계경제에 가져오는 이 같은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미 연준은 금리인하 행진을 멈추지 않고 계속 할 것인가? 미국은 지금 ‘내 코가 석자다.’ 화폐 비용(금융 비용)을 더 싸게 함으로써 현금 유동성을 증가시켜 신용경색을 차단하고 대출과 소비를 계속 부양하여 거품 붕괴를 막아야만 하기 때문에 남이 어찌되든, 그리고 나중에 어떻게 되든 당장 내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달러화 약세 기조는 불가피하며, 이것은 세계경제를 이미 심각하게 불안정하게 만들고 국제 긴장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 직접적인 경제적 영향을 떠나 미 달러화 가치하락은 더 폭넓은 역사적 변화 과정의 표현이다. 베어스턴스 사태 직후 달러가 유로 대비 1.56 아래로 떨어지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경제라는 타이틀을 유로 존(Euro Zone; 유럽연합을 비롯한 유로화 사용 경제단위)에 잃어버렸다. 이것은 상징적인 의미 이상이다.

    팝스타와 수퍼모델들이 개런티를 달러로 받기를 거부하고 대신 유로를 요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까지 나오고 있다. 이것은 주요한 경제 ․ 정치적 동향의 작은 반영일 뿐이다. 작년 여름 중국과 일본은 그들이 보유한 막대한 달러 보유고를 조심스럽게 조용히 팔기 시작했다. 달러화가 매초마다 가치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기 통화를 그렇게 대폭으로 그렇게 빠르게 가치 저하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주요 세계열강은 입 다물고 지켜만 보고 있을 수가 없는 형편이다. 선진7개국(G7)그룹은 미국이 "불황을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회담을 열라는 내부 요구에 직면해 있다.


     결국 이것은 누가 위기의 부담을 지고 비용을 떠맡도록 강제될 것인가를 두고 서로 밀치고 당기면서 강대국들 간의 긴장과 경쟁체제를 첨예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국이 제 발등의 불을 끄느라 이 국제적 긴장을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미국은 그 동안 세계 기축통화의 가외돈을 쉽게 찍어낼 수 있는 세계 유일국가라는 데서 오는 이점을 결정적으로 상실할 위험에 처한다. 1931년 영국의 금본위제 붕괴와 1970년대 브레튼우즈체제 붕괴에서 보듯, 선도적 세계강대국 통화의 가치하락 과정은 더 이상 미국의 글로벌 헤게모니가 유지될 수 없음을 말해주는 명백한 징후이자, 자본주의 세계질서의 근본적인 재편을 알리는 신호다. 그리고 이 세계질서의 격렬한 재편과정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더 한층 격화시키는 정치적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6. 맺으며


    이윤율 장기 저하에서 비롯하는 미국발 ‘지급불능 위기’가 터진 위에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먹구름이 위기와 만나 마침내 비를 뿌리기 시작하면 1929년이 결국 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위기와 먹구름은 만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조건 속에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의 저금리/ 약달러 기조를 고리로 하여 지급불능 위기와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이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거품 유지 또는 새로운 거품의 창출을 위해 금리인하 행진을 멈출 수가 없다. 이 저금리 정책기조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 도래 상황에서도 달러화 약세 기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 달러 가치하락이 유가와 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미 인플레로 인한 미국 소비침체가 중국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면? 자본가들은 이 상황에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약세로 접어든 중국 증시를 덮쳐 중국 자산거품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잡고 있다. 그들은 비관과 낙관을 오가면서 “시장을 달랠 방법은 없겠지만, 그래도 글로벌 경제의 유일한 정책변수인 미국의 금리와 달러 가치의 향배에 주목이 갈 뿐”이라며 애써 희망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미국이 ‘제2, 제3의 베어스턴스’를 무릅쓰고 금리 인상 쪽으로 기조를 전환시킬 것인가?

    우리가 앞에서 본 것처럼, 미국 정부와 연준이 베어스턴스를 국유화하다시피 하면서 부도 직전에 살려낸 배경에는 대공황의 도래 가능성을 앞에 둔 극도의 위기감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2, 제3의 베어스턴스’를 무릅쓰면서까지 중국의 자산거품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쪽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것은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만일 당시 베어스턴스가 구조되지 않고 그냥 파산했다면 결과는 ‘제2의 대공황’, 아니 1929년보다 더 한 대공황이었을 것이다.


    금융위기로 손실을 본 자본가들이 도처에서 “국가 개입”과 심지어는 “사회화”와 같은 익숙지 않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평소에 그들은 시장에 모든 문제 해결을 맡겨두라, 국가 소유는 비효율적이고, 심지어 ‘사회주의적’이라고 소리쳤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국가 개입과 ‘사회화’를 요구한다. 국가가 개입해서 부도를 막아줘야 한다, 금융 손실을 ‘사회화’ 해야 한다, 손실은 필히 국민들 사이에 ‘평등하게’ 분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가들은 이 파국의 대가를 누구에게 치르도록 할 것인가? 그와는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 자본가들이 이윤을 짜내는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킬 것이다. 자본가 정부는 거대한 액수의 긴급자금을 거대 은행들에 공급해주고, 국민 혈세를 가지고 은행들의 썩은 채권을 사들여 은행들이 벌여놓은 난장판을 끊임없이 수습해 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여전히 이윤은 제 주머니로 챙기는 한편, 손실은 세금 내는 국민들에게 떠넘긴다. 이윤의 사유화, 손실의 국유화!


    그러나 공황이 가져오는 사회적 고통 앞에서 사회화해야 할 것은 이 도박과 사기의 체제로부터 흘러나오는 손실이 아니라 사회적 노동과 생산의 열매이다. 경제위기와 공황은 이 사회가 부정의하고 비합리적인 경제구조의 중압 아래서 가라앉고 있음을 가리킨다. 노동자계급에게 유일한 해결책은 자본가들을 수탈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공동의 필요를 위해 자본가들의 이윤을 몰수해 사회화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자본주의를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누구든 이 체제의 팽창이 불가피하게 모종의 붕괴로, 공황으로 향하고 있다고 믿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공황이 자동으로 이 체제를 폐절시키지는 못한다. 공황이 자본을 강제하여 국유화와 사회적 소유, 국가 개입을 인정하도록 만들고 있지만, 그것이 저절로 자본가들의 권력과 지배를 해체시키지 못한다.


    자본의 권력이 손상되지 않고 남아 있는 동안 그들은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고 할 것이다. 모든 공황이 수반하는 자본의 가치 파괴의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지우려 할 것이다. 자본가들은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자행할 것이다. 임금 동결과 삭감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할 것이다. 물가상승은 노동자 민중들을 궁핍화 시킬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노동자계급이 일자리, 임금, 물가폭등, 직장폐쇄 등 모든 공격에 맞서 싸울 태세를 지금 바로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의 해체 경향은 오늘 강력히 드러나고 있다. 생산과 분배의 사회화, 모든 인간 노동의 결실의 사회화, 자본의 국가권력을 파괴하고 세계의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노동자계급의 수중으로 가져다 놓는 전 세계 사회주의 혁명만이 자본주의 해체에서 오는 사회적 고통을 끝장낼 수 있다. ■


    35 자본주의는 어디로  교양도서 3권_침략전쟁은 왜 발생하고 어떻게 막을 수 있나 09·11·11
    34 자본주의는 어디로  교양도서 2권_세계 자본주의 위기와 노동해방의 전망 09·11·11
    33 자본주의는 어디로  4호_2차 세계대전 이후 번영기의 원인 09·08·08
    32 자본주의는 어디로  4호_오늘날 세계 자본주의 위기와 레닌의 제국주의론 09·08·08
    31 자본주의는 어디로  3호_1930년대 대공황과 계급투쟁, 그 유산 09·07·27
    30 자본주의는 어디로  3호_세계대공황의 역사 (1929년과 2008년) 09·07·27
    29 자본주의는 어디로  3호_자본주의의 총체적 위기에 맞서는 세계프롤레타리아트와 공산주의자의 과제 09·07·27
    자본주의는 어디로  2호_자본주의는 어디로? 세계경제 분석과 전망 08·06·08
    27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29호] 서로 다른 계급, 서로 다른 투쟁형태 08·05·29
    26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28호]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으로” 08·05·28
    25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17호] 이 사회 전체가 불타는 지하철이다 08·05·26
    24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16호] 무엇이 백혈병 환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가 08·05·26
    23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26호] 부동산투기 억제정책 08·05·14
    22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31호] 탐욕과 학살의 자본가동맹에 맞서 단호한 J13 투쟁을 전개하자 08·05·14
    21 자본주의는 어디로  노해연-35호] 스포츠, 자본주의 그리고 노동자계급 08·05·13
    123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GGAMBO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41번지 2층ㅣ전화 02-794-1917ㅣ이메일 swl@jinbo.net
    No copyright, Just copyleft! 홈페이지에 공개된 모든 자료는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