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대중투쟁의 깃발에 국유화 요구를 아로새기자!
이미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는 일! - 국유화
파산의 위협 앞에 서있는 쌍용차와 GM대우차에 대한 국유화, 노동자들의 생산통제 요구를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넘기고, 대우차를 GM으로 매각하는데 앞장선 자들이 누구였던가? ‘국가’의 이름으로 이들을 헐값에 팔아넘긴 것은 정부였다. 노동자들은 매각에 반대하여 구속과 해고를 당하며 싸웠지만, 저항을 짓밟은 것 역시 정부였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쌍용차와 GM대우차 사태를 야기한 정부가 바로 책임져야 할 당사자가 아닌가?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GM에 긴급자금을 투입하고 그 자금을 주식으로 돌려받으면서 정부가 GM의 최대 주주가 되어 사실상 국유화 단계에 돌입했다. 만일 한국 정부가 쌍용차와 GM대우에 공적 자금을 투입한다면 여기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국유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국유화와 우리의 국유화
미국과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국유화는, 정리해고 임금삭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노동자들을 극도로 쥐어짠 후 헐값에 매각함으로써 또다른 자본가들에게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한 방편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노동자 살리기’를 위한 국유화, 즉 위기를 잉태한 정부와 자본가들의 비용으로 노동자 전체의 고용과 생활임금을 완전히 보장하는 길을 요구해야 한다.
그 길은 우선 위기를 야기한 정부와 자본가들이 생산과 산업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하게 된다. 그렇다면 생산과 산업은 누구의 주도로 행할 것인가? 노동자들이 생산을 전면적으로 통제하는 길, 즉 어떤 자동차를 하루에 얼마나 생산할 것이고 그 결과물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노동자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길 밖에 남지 않는다.
문제는, 상식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아주 당연한 ‘노동자 생산통제 하의 국유화’ 요구가 아직 노동자 대중의 상식으로까지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투쟁의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 대중들의 토론을 통해 해결되어갈 것이다. ‘노동자 생산통제 하의 국유화’만이 정권과 자본의 비용으로 노동자들을 살리는 길이라는 사실, 이 길 외에 다른 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노동자 대중의 눈에 분명해지는 순간, 쌍용차와 GM대우차만이 아니라 전체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대중투쟁 깃발에 선명하게 노동자 생산통제와 국유화라는 요구가 아로새겨지게 될 것이다.
오민규
신차종, 신기술이 쌍용차 노동자들을 살릴 수 있을까?
쌍용차 법정관리인단은 4월 8일 회생방안 중 하나로 신차종 개발을 내세웠다. 거기에는 ‘2013년까지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3개, 승용차 2개 차종 출시’, ‘디젤 하이브리드 등 그린카 개발’이 들어 있다. 노조 또한 안타깝게도 4월 7일 C200(신차) 개발 생산이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라고 생각하며, (복지비를 줄여) 1,000억 원을 담보로 내놓겠다고 했다. 과연 신차종, 신기술 개발은 쌍용차노동자를 구원할 ‘수호천사’인가?
신차 위해 노동자가 고통분담?
설사 용케 신차 연구개발 자금을 마련한다 해도, 그것이 쌍용차 노동자들을 구원하진 못한다. 세계의 모든 거대 자동차 자본이 신차종, 신기술 개발에 맹렬히 박차를 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런 맹렬한 경쟁에서 지금도 불리한 위치에 있는 쌍용차가 신차종, 신기술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만에 하나 온갖 난관을 뚫고 신차종, 신기술로 쌍용차가 어느 정도 재미를 본다 하더라도, 이미 노동자들은 수천 명이 짤리고, 월급봉투가 거의 텅 빈 뒤의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신차종, 신기술 개발은 공황기가 아닌 일상적 시기에도 노동자들에게 고용안정, 생계안정을 보장해주지 못했다. 왜냐면 자본주의 사회의 무정부적 시장은 너무나도 변덕스러워 모든 걸 뒤흔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이 아주 잘 돌아가는 시기에도 신차종 중에서 성공하는 모델은 실패하는 모델보다 훨씬 더 많다.
그런데 공황은 시장의 변덕이 미치광이 상태로 나아간 걸 뜻한다. 따라서 공황기에는 신차종, 신기술 개발이 더욱 더 대안이 될 수 없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김형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