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쌍용차 구조조정, 자본의 공격을 기다리지 말고 되받아치자!
비정규직 정리해고 - 정규직 구조조정의 신호탄!
지난 3월5일,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강제휴업자 25명 정리해고 통보에 이어 31일에는 명성실업이 폐업을 공고해 11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이번 해고대상자 36명 중에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25명, 이 중에는 비정규직지회 임원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 사건 이전에도 조용히 잘려나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례는 많았지만, 완성차 내에서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들을 상대로 집단 정리해고 통보가 온 것은 이번 쌍용차가 처음이다.
자본은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비열하게도 가장 열악한 비정규직부터 정리해고 하고 있다. 반면 쌍용차 이사진들은 2008년 상반기에만 1인당 1억2,600만원, 한달에 2,100만원을 월급으로 챙겨갔다! 4명의 이사에게 나가는 월급만 8,400만원인데, 이 돈이면 정리해고된 36명의 휴업임금 총액의 2배를 훌쩍 넘는다! 이사들의 임금만으로도 비정규직 고용은 얼마든지 보장할 수 있으며, 임금도 충분히 올려줄 수도 있는 수준이다.
왜 쌍용차는 그런 방식으로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하지 않는가? 그 답은 간단하다. 자본의 공격은 비정규직 정리해고에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규직에 대한 임금·복지삭감은 물론이고 대대적인 희망퇴직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냥꾼들은 사냥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결코 아량을 베풀지 않는 법이다.
점차 공격의 고삐를 죄어오는 자본가들
삼일회계법인과 삼정KPMG의 실사결과와 쌍용차 회생 관련 1차 자구안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장에서는 벌써 1천명설부터 3천명설까지 인원정리계획을 놓고 소문이 무성하다. 비정규직 정리해고의 대상이 장기휴업자로 설정되면서, C-200 신차 투입을 위한 공사로 5월말까지 장기휴업에 들어간 조립1과에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사측의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투쟁계획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 못하다. 그러는 사이 자본가들은 현장에 별별 소문을 다 내면서 투쟁대오를 분열시키려 한다. 금속노조 차원의 투쟁계획도 무엇 하나 확실하게 제시되는 것이 없는 채, 현장은 장기휴업과 야간조 순환휴업으로 불안감이 조성된다.
방법은 없는 것인가? 더 많은 노동자를 짤라내라고 보고서를 써내야만 돈을 버는 회계법인들의 실사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한 것이 아닌가? 더 이상 기다릴 것이 뭐가 있는가?
투쟁의 길을 선택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첫째, 휴업자들을 조직하여 현장 천막농성을 대규모로 돌입하는 길이다. 장기휴업이 정리해고 수순으로 이어지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휴업자들은 현장을 사수해야 한다. 만일 천막촌이 현장에 설치된다면, 이들은 상시적인 노동조합 투쟁대오가 되어줄 것이다. 구조조정을 앞두고 사측은 관리직을 앞세워 노사화합 서명운동이나 회사살리기 결의대회 등의 분열책동을 일삼을 것인데, 상시적인 투쟁대오가 진을 치고 있다면 이를 분쇄하기 용이하다. 4월1일부터 거점 천막농성 돌입은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결의사항이자 투본 지침이기도 하다. 쌍용차 같은 구조조정 사업장이 최선두에서 이 지침을 확대하는 실천을 전개하자!
둘째, 선봉부대를 조직하여 전국순회투쟁을 진행하는 길이다. 이미 쌍용차 구조조정은 다른 자동차업계에서 미래에 벌어질 공격을 미리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렇다면 “쌍용차 투쟁의 승리야말로 전체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승리”라는 선전선동을 하면서 전국의 완성차·부품사를 순회하자! 4월말 또는 5월초 집중투쟁을 결의하고 순회투쟁을 통해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쌍용차 투쟁으로 집중하자고 호소하자! 금속노조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의 투쟁계획을 수립하고 호소한다면, 연대에 화답할 수많은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몰려들 것이다.
셋째, 현재 진행되는 비정규직지회의 정리해고 분쇄투쟁을 지원·확대하는 길이다. 자본은 절대로 정규직·비정규직이 동시에 투쟁하도록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비정규직부터 공격한 후 정규직에 대한 사냥을 개시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반대로 현재 비정규직 정리해고 분쇄투쟁을 확대할 수 있다면 정규직에 대한 공격은 그만큼 늦춰진다는 얘기이다. 투쟁전열 정비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넷째, 현장으로부터 자발적으로 투쟁기금 모금을 실시하는 길이다. 몇몇 완성차에서는 무급휴직 상태인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투쟁을 결의하면 없는 살림에 쪼개어 10만원 투쟁기금을 결의하고 있다. 금속노조로부터의 기금 지원만을 바라보지 말고 독립적인 기금을 형성할 필요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것을 아래로부터 운동으로 펼칠 수 있다면 조합원들의 투쟁의지를 모아낼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조합원 총회를 통해 결정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길이다. 물론 얼어붙은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항상 올바른 결정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하루이틀에 끝날 싸움이 아니라면, 비록 일시적으로 그릇된 결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노동대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을 통해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스스로 찾아갈 것이다. 또한 총회 공간에서 전투적 활동가들이 올바른 투쟁의 길이 무엇인지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도록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활발한 현장토론은 투쟁에 많은 자양분을 공급해줄 것이다. (오민규)
공적자금 투입기업 국유화! 노동자 통제!
공세적 요구를 내걸고 싸우자!
쌍용차 사태의 근본 원인제공자는 자본가들과 정부다. 노동자들은 상하이차 매각을 반대하며 싸웠는데, 정부와 산업은행이 매각을 밀어붙였고, 매각 4년만에 결국 사태가 법정관리까지 온 것이다. 그렇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자본과 정부가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자본이 파산한다고 노동자까지 함께 파산하라는 법은 없다. 아니 책임없는 노동자는 절대 파산해서는 안 된다. 법정관리 등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은 마땅히 국유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에서 노동자의 고용과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은 전체 노동자민중의 부담으로 기업을 살리는 것인 만큼 기업회생의 결과는 해당기업 노동자의 기본생활(고용보장과 생활임금 보장)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함을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는가! 공적 자금 투입의 전제조건으로 “구조조정안 수용”은 말할 필요없이 꺼져버려야 한다!
이는 무슨 복잡한 이론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다. 법정관리 상태로 들어간 직후부터 해당 기업의 구조조정은 정부에 의해 주도된다. 제3자 매각? 자동차시장이 쪼그라든 상태에서 누가 쌍용차를 인수하려 하겠는가! 정부가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온갖 특혜를 주어야만 인수하려 할 것인데, 결국 온갖 고통은 노동자가 전담하고 자본만 떡고물을 챙겨가는 형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에게 국유화를 통해 고용보장과 생활임금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국유화된 기업에서 노동자 통제를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사태를 망쳐놓은 자본가와 정부에게 운영을 다시 맡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