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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초점 : [26호]공황기,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선 투쟁사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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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4·02 14:47 | HIT : 2,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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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기,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선 투쟁사례들
[편집자 주] 공황이 깊어지는 것에 발맞춰 자본가들의 위기전가 공격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노동조합들은 자본의 고통분담 이데올로기에 짓눌려 방어투쟁조차 제대로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양보와 타협, 심지어 자본의 공격을 더 열악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등의 비극적인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싸운 소중한 투쟁사례들이 있다. 비록 지켜냈다가 다시 밀리기도 하고, 투쟁성과를 지도부가 날려 버리기도 하고,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승패를 미리 결론지을 수 없지만, 이 투쟁들은 공황기를 맞아 자본의 위기전가가 맹렬히 펼쳐지는 상황에서 노동자답게 싸웠던 작지만 매우 소중한 사례들이라 할 수 있다.
노동강도 완화를 통해 일자리를 지키자!(울산 효문공단 금속노조 덕양산업지회)
작년 12월 덕양자본은 50여 명의 희망퇴직을 공고하면서 정리해고 공격에 나섰다. 조합원 12명이 자본의 강요로 희망퇴직을 받아들이자 위기감을 느낀 현장 활동가와 조합원들은 지회에 파업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전면파업 결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파업 직전에 지도부는 타협에 나서면서 간접부서 등의 외주화, 비정규직 해고, 교육 18명 등을 받아들이고 만다.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등으로 23명이 잘린 뒤다. 거기다 교육 18명은 사실상 정리해고 1순위 대상이다. 지도부의 후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추가로 12명씩 4회에 걸쳐 순환교육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렇게 자본의 공격에 노조 지도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대안은 현장 활동가와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투쟁으로부터 나온다. 특히 다음의 사례는 매우 모범적인 투쟁이라 할 수 있다.
현대차가 1/4분기 생산량을 25~30% 감축하면서 2공장(8+0)과 4공장(6+8)의 생산량을 줄이자 덕양자본은 곧바로 해당 라인 노동자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자본은 생산량이 감소해 여유인원이 발생했다며 먼저 4명을 줄이려 했으며, 이어서 다시 10명을 줄이려 했다.
이에 자본이 정리해고와 교육으로 공격을 감행할 때 집행부가 밀리는 모습을 지켜본 현장 활동가와 조합원들은 현장의 집단적인 힘을 동원하는 데서 방법을 찾고자 했다. 우선 현장 활동가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조합원들을 모아놓고 UPH(라인속도)와 M/H(작업속도)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자본이 여유인원의 근거로 삼는 ‘생산량 감소’가 작업라인에서 실제로 입증되지 못하도록 노동강도를 낮추는 투쟁에 돌입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생산량 감소=여유인원’이라는 등식을 실제 행동을 통해 파괴해 버렸다. 조합원들은 담배 한 대 피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땡겨서 작업하던 예전의 작업패턴을 과감히 버렸다. 자기 몸에 맞추어 작업속도를 늦춤으로써 자본이 주장하는 여유인원의 근거를 없애버린 것이다. 이로써 조합원들은 인원감축 공격을 막아내고, 더불어 집행부를 이 싸움에 동참하도록 만들기까지 했다.
이미 몸에 익은 예전의 작업패턴을 버리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현장 관리자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집단적 단결을 실천하는 데 성공하면서 인원감축 공격을 막아냈다.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4+4, 6+8, 8+0 등과 휴업·휴가조치를 거부하지 못할 때 덕양 노동자들은 노동강도 완화를 통해 휴업·휴가를 거부하는 한편 8+8 정상근무를 지켰던 것이다. 이러한 투쟁을 통해 현대차 1공장의 TB라인 노동자들이 휴가를 갔을 때에도 덕양 노동자들은 정상근무를 지켰다.
무급휴직을 거부하고 고용보장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울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변속기3부 부성기업)
작년 11월 부성기업은 “파견 보내줄 자리가 안 난다”며 ‘2주짜리 무급휴직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지 못하고 결국 업체의 요구대로 무급휴직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파견자리가 없다는 같은 이유로 2주 무급휴직이 계속 갱신됐다. 이렇게 시작된 무급휴직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기간이 늘어 급기야 한 달짜리가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부성기업 노동자들은 무급휴직이 사실상 정리해고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직감하기 시작했다. 작년 9월부터 한시하청 노동자를 비롯해 미조직된 부분의 비정규직들이 대대적으로 해고되는 상황에서, 그리고 1/4분기 생산량 감축이 단순히 감산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사전 작업임이 분명한 상황에서 사측에 계속 끌려 다니면 결국 고용을 잃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자각했다.
부성 노동자들은 2월 15일부터 더 이상 무급휴직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하면서 투쟁에 나섰다. 조직체계를 새롭게 정비하는 한편 07년 7월 합의서 위반을 걸고 사측을 향한 투쟁을 선포했다. 노동자들은 무급휴직서에 서명하지 않을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휴업수당과 연말 성과급, 각종 미지급 임금 등에 대해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고발하면서 행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업체가 다시 “무급휴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4.23에 해고하겠다”는 해고예고 통지를 날리자 오히려 투쟁수위를 더 높이는 것으로 답했다. 부성 노동자들은 수백 명이 잘리고 있는 상황에서 해고협박에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단호하게 싸우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어떤 게 노동자 생존의 길인지를 보여주었다.
물량감소의 책임은 자본가 너희들이 져라!(길천공단 금속노조 고강알루미늄지회)
공황으로 건설부문이 직격탄을 맞자 고강 자본은 작년 10월부터 생산물량을 60% 줄였다. 그리고 이윤의 급격한 하락에 직면한 자본은 작년 연말부터 상여금과 연월차 수당을 체불하기 시작했다. 이에 고강지회는 쟁의행위 돌입을 결정하고 조합원 86%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노동자들은 원자재를 팔아서라도 체불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자본은 파업을 막기 위해 지불각서를 작성했다.
공황기를 맞아 어용들만이 아니라 민주노조 사업장에서도 노사상생을 위한 고통분담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상황에서 고강 노동자들은 자본이 만든 위기에 동참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위기에 몰린 자본이 자구책으로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 정책 등으로 도움을 받기 위해 휴가와 교육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단호히 거부하면서 정상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공장이 40%밖에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교육을 진행하거나 대기 상태로 현장을 지키면서 근무시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자본이 부른 위기에 노동자들이 동참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점을 고강 노동자들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황기에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리는 노동자들(울산 현자비정규지회 4공장 한일로지택)
경제가 공황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새롭게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리는 노동자들이 있다. 현대차 울산 4공장 2차 하청업체 한일로지택 노동자 7명은 지난 2월 비정규직지회에 가입했다. 노동자들은 원청이 지급하는 임금을 중간에서 떼먹는 업체의 횡포를 더 이상 참아줄 수 없다며 노동조합을 찾았다.
사실 최근 3년여 동안 비정규직지회는 2, 3차 하청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하지 못했다. 스스로 싸우지 못하고 정규직 대리교섭으로 임단협을 마무리하는 게 반복되면서 2, 3차 노동자들은 외면당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2, 3차 업체의 조합원들은 비록 조합원의 신분을 유지하면서도 지회에 대한 실망과 불신을 쌓지 않을 수 없었다. 한일로지택 노동자 7명은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다.
노동자가 결국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굳센 단결이라는 점을 한일로지택 노동자들이 보여주고 있다. 이미 수백 명의 비정규직이 해고되고 앞으로 더 많은 비정규직이 해고위기에 직면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노동자가 가야할 길은 분명하다. 미덥지 못한 노동조합을 탓하는 선에 머물 게 아니라 스스로 먼저 나서서 싸우는 것, 그것이 가장 빠르고 올바른 길이라는 점을 한일로지택 노동자들이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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