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기, 갈림길에 선 노조운동 - 위니아만도지회 정리해고!
CVC 투기자본은 그동안 유상감자, 고율배당, 내부유보금 유출, 부채전가 등으로 위니아만도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빼먹었다. 그것도 모자라 지난 3월 25일에는 위니아만도 노동자 50% 해당하는 220명의 정리해고 계획을 신고했다.
‘NO'라고 말해야 했던 회사안
금속노조 충남지부 위니아만도지회 집행부는 지난 4월 16일 “정리해고자 93명 중 43명을 무급휴직 후 2009년 9월에 선별복직시키고, 현금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금의 20%를 7개월 동안 받지 않고 12월에 정산한다”는 내용의 회사안을 수용했다.
집행부는 투쟁의 성과로 우선 43명의 복직을 만들어냈고 나머지 50명에 대해선 끝까지 투쟁을 통해 반드시 복직시키겠다고 말한다. 물론 이후 투쟁의 결의는 소중하다. 하지만 투쟁결의를 아무리 강조한다고 해서 “합의안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번 합의는 정리해고 대상자와 비대상자와의 분열을 낳았고, 구제받지 못한 정리해고자 50명은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
노동조합에겐 다른 길이 없었는가?
이번 수용안의 문제점은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최선을 다해 투쟁하지 않았다면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비타협적 투쟁정신을 무너뜨렸다는 점에 있다. 노동조합 집행부는 청산 압박에 밀려 회사 살리기에 동의 했고, 선별복직, 무급휴직, 임금유예 등의 양보교섭이 이루어졌다.
노동조합이 투쟁의 원칙을 사수하지 못하면서 중요한 투쟁의 고비마다 청산 협박에 투쟁의 발목이 잡혔고 그때마다 조합원들 사이의 분열은 커졌다. 특히 희망퇴직에 맞선 전선을 강하게 치지 못하면서 현장이 밀렸다. 이후에 정문 봉쇄와 현장라인 점거를 통해 생산을 막는 강력한 투쟁을 벌였으나 각각 이틀 이상을 지속하지 못했고, 결국 굴욕적인 수용에 이르렀다.
회사의 운명과 일체화 - 노동자의 요구 포기
중요한 투쟁 고비에서 “실제로 회사가 망하면 어떻케 할거냐?”, “법정관리 이후의 싸움은 너무 힘들다”라는 흐름들이 커졌다. 이것은 단호한 투쟁으로 전진하지 못하도록 위니아만도 노동조합의 발목을 붙잡은 족쇄였다.
공황이 깊어질수록 위니아만도 자본가들처럼 “구조조정을 안 받으면 법정관리 신청을 하겠다”는 자본가들의 협박은 더욱 커져갈 것이다. 위니아만도에서처럼 노동자 생존권을 회사의 흥망성쇠에 의존한다면 ‘단 한명의 정리해고도 인정할 수 없다’는 투쟁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겠는가? 그런데 양보교섭의 치명적 결과를 알고 있는 활동가들조차 조합주의를 뛰어넘는 전망의 부재 때문에 뒤로 밀리곤 한다. ‘양보교섭을 반대한다, 그런데 회사가 망한다면 이후는?’
그 이후!
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끝까지 밀고나가기 위해선 파산한 기업의 노동자 생존권을 국가가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싸워야 한다. 자본가들에게 천문학적 돈을 퍼붓는 정부에게 그 따위 짓을 중단하고 정부 재정을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해 투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얼마나 정당한 요구인가? 나아가서 그런 투입 자금을 노동자들이 스스로 통제하면서 사용하고 감독하겠다는 것은 얼마나 정당한 것인가?
경제위기가 깊어지고 길어짐에 따라 많은 사업장에서 국유화, 노동자통제는 이제 사활적인 요구가 되고 있다. 그런데 단위사업장에서 이런 요구를 내걸고 과감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로 투쟁을 중도에서 멈출 때 나타나는 결과는 무엇인가? 노동조합은 끊임없이 어중간한 양보를 거듭하다가 자신의 모든 힘을 빼앗긴다.
물론 이런 단호한 투쟁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매번의 투쟁을 통해 전진의 방향을 대중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정열적이고 꾸준히 활동만이 그런 전망을 대중화시킬 수 있다. 그 방향으로 변화를 강제할 수 있는 실질적 힘은 파산의 압력 속에서 오른쪽으로 계속 움직이는 것에 반대하여 열 보 앞으로 전진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결의 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 에너지를 만들어 후퇴의 고리를 끊어내자!
이용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