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중자본과 어용노조의 노동자죽이기에 맞서 힘차게 투쟁하자!
임금 무교섭 방침을 최초로 언급한 2월 18일 대의원 수련회부터 대대적인 언론플레이 속에 노동부 장관까지 초청한 3월 4일의 노사합동 결의대회까지 15일. 2009년 현대중공업 임협은 일사천리로 마무리되었다. 2002년 말부터 집권하기 시작한 현중 어용노조는 그간 ‘선진 복지노조’, ‘노사상생’ 등의 그럴싸한 수식어로 자신의 어용성을 은폐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편 비록 아주 형식적이지만, 임금요구와 관련한 설문조사, 요구안 확정을 위한 수련회, 발송식, 투쟁 출정식 등 민주노조들이 흔히 사용하던 절차와 방법을 연출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최후통첩을 하듯이 신입 대의원들의 워크숍 장소에서 입장을 발표했다. 100% 어용만으로 구성된 대의원들을 모아 치른 한 번의 대의원대회, 조합원들을 실내체육관으로 동원해 치른 조합원 설명회가 임금위임 전에 진행한 요식행위의 전부였다.
조합원의 냉소를 모르쇠로 일관
어용노조 집권기간이 짧지 않아서인지 현장에서 불만이 곧바로 폭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만의 분위기는 조용하지만 광범하게 흐르고 있다. 이 분위기를 오종쇄와 어용세력도 알고 있는 듯하다. 임금위임안을 통과시킨 대의원들은 자신들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집행부가 주도했다고 말하고, 집행부는 “오종쇄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고 발뺌한다.
오종쇄는 언론을 통해 노동운동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고, 작게는 조선업의 경쟁과 생존을 위해, 크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본가국가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들이 희생할 것을 온갖 기묘한 논리를 동원하여 촉구한다. 그러나 오종쇄 일당은 공장 밖에서의 활발한 움직임과는 달리 공장 안에서는 움츠려 있다. 그 이유는 현장노동자들 속에 잠재된 불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굴종과 배신의 확산이냐 저지냐!
현대중공업은 작년 영업이익이 2조2천61억 원, 보수 언론에서 밝힌 사내유보금만도 1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계대공황의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 작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현중자본은 이런 사실을 침소봉대해서 조선업이 심각한 위기국면이고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런 공세를 현중을 넘어 계열사인 미포조선으로, 삼호중공업으로 확산시키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포조선에서는 활동가들을 징계하면서 현장운동 기반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삼호에서는 어용 집행부를 통해 현중을 뒤따르게 만들려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조짐에 맞서 현장조직들이 여러 형태로 공동대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숨 가쁘게 들려온다.
이런 운동이 실패하여 자본의 승리가 확정되고, 자본이 확고한 현장통제체제를 구축한다면, 이는 조선업을 넘어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효과를 노리고 지난 3월 4일 노동부장관이 현중에 행차했다. 이는 노동자 죽이기로 공황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자본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단결투쟁으로 새로운 반격을 조직하자!
현중 노동자들도 대공황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그런데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임금동결이 불만스럽지만 투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자본가한테 굴종해 자본가를 살려야 노동자도 산다’고 믿는 어용은 세계대공황이 깊어질수록 어떤 복지나 실리도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그럴수록 현중 노동자들은 대안세력을 더욱 갈망할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자는 노동자가 아니라 주식배당금으로만 410억 원을 받은 정몽준 같은 자본가들이다. 수십 년간 노동자를 쥐어짜 쌓아올린 자본가의 돈 보따리를 공격해야 노동자가 산다’고 믿고 앞장서서 싸우는 현장 활동가들만이 그런 대안세력이 될 수 있다. 투쟁 속에서 대안세력을 확실히 형성한다면 현중 노동자들은 움츠렸던 어깨를 다시 펴고 단결투쟁의 길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자본과 어용의 의도가 더욱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죽음의 공장이냐, 아니면 단결투쟁으로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한 현중 노동자의 새로운 반격이냐? 현중은 이런 근본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자본과 노동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첫 투쟁을 물러섬 없이 당차게 펼쳐나가자!
현중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