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철 - 패배주의를 딛고 활동가들이 나서자!
도시철도 노동조합은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85%(투표자 대비 87%)의 높은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그러나 찬반투표 결과와는 어울리지 않게 당일 저녁 열린 쟁의대책위원회는 “총파업의 배수진을 치고 교섭에 임한다”라는 다소 모호한 결정을 내렸고, 이어 20일 저녁 공사와 본교섭을 진행했다.
이런 노동조합의 애매모호한 태도와는 상반되게 공사는 자신의 계획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전 직종에서 전환배치를 위한 교육을 계속 진행 중이다. 또한 13일 이사회에서 구조조정안이 통과되었다. 구조조정안의 이사회 통과는 공사가 구조조정을 위한 인사발령을 어느 때라도 낼 준비가 되었다는 말이다. 공사가 쥐고 있는 최후의 카드가 확실하게 생긴 것이다! 20일 본교섭은 이런 노동조합 대 공사의 역관계를 보여준다. 당일 16시 교섭이 예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옆 건물에서는 역장들이 교육을 받고 있었다.
현재 도시철도 노동조합의 위원장(9대)은 99년 20.6% 정원감축을 단행한 장본인이다. 흔히 말하는 노사협조주의/어용세력이다. 2007년 노동조합 선거에서 전대(8대) 김남일 집행부를 비판하고 당선 됐지만, 비판한 김남일 집행부가 바로 당선된 위원장 자신이 키워낸 노동조합 간부들이었다. 이런 위원장이 현재까지 그나마 “투쟁”을 이어온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는 공사의 구조조정안이 직접적으로 조합원의 고용을 위협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공사가 조합간부들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집행부는 기존 노사 합의의 구조조정 - 그것이 고용을 위협하더라도 - 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그 논의에서 주요한 결정권을 행사하기를 바란다.
민주파 활동가들은 현재 4개의 직능본부(위원장 바로 아래조직)의 본부장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투쟁을 진행하고 각종 노동조합 회의에서 투쟁을 이끌어온 실질적 세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결정된 이래로 위원장에 대한 통제력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일부 민주파 활동가들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게 되면 교섭을 막을 수 없고, 따라서 현재 미미하게나마 이어오는 투쟁파의 정세 주도권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20일 교섭에서 구조조정 현안과 직위해제자에 대해 교섭을 통해 해결하기로 하였다. 민주파 조합간부들의 발목이 교섭에 묶여버린 상태이다.
도시철도 조합원의 상태는 어떠한가?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다. 선거에서 협조주의/어용세력을 선택한 이유도 그 실체를 몰라서가 아니다. “투쟁”을 주장하는 민주파 활동가들이 부담스럽다고들 솔직히 말한다. 이는 투쟁에 돌입할 경우 “공기업 노조원”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탄압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조합원들이 작업을 거부할 때의 자기 파괴력을 자각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조합원의 정서가 곧 민주파 활동가들이 “노동조합의 총파업 선언과 강력한 지도력”만이 현 상황을 돌파할 유일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현재 민주파 활동가들이 모여 있는 “도시철도 민주활동가 연석회의”는 현재 나아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교섭에 묶여있는 민주파 조합간부들을 활용하는 전술이 막혀있는 상태이고, 독자적인 투쟁을 조직하여 조합원을 끌어들이기에는 내부적 역량도 문제이지만 조합원의 상태를 큰 장애물로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나마 현장에 <현장통신>을 돌리면서, 조합원들에게 현재 “교섭과 투쟁”의 병행 전술을 쓰는 공사의 이중적 모습을 폭로하는 것이 현재 활동의 최대치이다.
이는 지난 기간 도철 민주활동가들의 반복되는 모습이기도하다. 하지만 이번 싸움이 어떠한 싸움인가? 도시철도공사의 미래가, 아니 도철 노동자의 미래가 달려있는 싸움이다. 교섭에 다수의 조합간부들이 묶여 있다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대의원/활동가들이 작은 투쟁을 벌여나가자! 이럴 기회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지난 2년간 보여준 음성직 사장의 독자적인 행보를 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 게다가 자칭 이명박 측근이라고 주장하는 음성직의 도발은 더욱 심할 것이다. 현재의 구도라면 하원준 집행부는 파업투쟁 전야제까지는 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거기서 다수의 조합원을 획득하고 투쟁을 이어나가려면 지금 시기, 조합간부들이 아닌 활동가들이 스스로 투쟁의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나서자!
도시철도노조 조합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