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공단, 밑바닥 노동자들의 투쟁
[편집자 주]
올해 7월1일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차별시정제도가 적용되고 20인 이상 사업장에로 주5일제 시행이 확대됨으로 인해 계약해지와 외주화 및 임금저하를 위한 공격 등 중소영세 노동자에 대한 대대적 공격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이 첨예해지는 만큼, 자본의 밑바닥을 향한 공격에 저항하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이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정세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최근 대구 성서공단에서 벌어진 영세사업장 투쟁소식을 성서공단노조 조합원 동지가 보내주셨다. 동지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매직쉐프’라는 회사는...
대형할인매장, 홈쇼핑 등에 납품하는 냄비, 프라이팬 등을 만드는 회사로 직원은 5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것도 생산직 노동자의 구성은 연세 있는 한국인 남성노동자, 여성노동자, 젊은 이주노동자들입니다. 브랜드파워는 좀 있지만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저임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긴 세월 참아오다 결국은 노동조합을 선택
07년5월, 11명의 남성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했습니다. 20년 세월동안 연차휴가를 써보지도 수당을 받지도 못했는데, 서명하라고 내민 종이에서 눈 밝은 한 명이 명절, 4대절 등을 연차휴가로 대체한다는 문구를 보았고 ‘이건 아니다’라며 의기투합했습니다. 이것이 계기였지만 그 동안 참아온 모든 것들이 봇물 터지듯 분출되었습니다. 12년 동안 임금이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는 것, IMF를 지나며 200%이던 상여금도 없어졌다는 것, 아버지 공장이라고 와서 아르바이트 하던 아들이 이제는 사장이 되어있고, 고문이라는 원래 사장은 노동자를 마당에 개만도 못한 취급을 한다는 것 등등. “개도 주인이 밥 주면 꼬리치는데, 당신들은 내가 월급 주는데 왜 말을 안 듣느냐” 그 고문이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에게 한 말입니다.
노조가입 9개월 만에 단체협약 체결
11명의 노동자들은 처음에 노조가입을 무기로 회사와 자체협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노조를 탈퇴하지 않고 단체협약을 준비했습니다. 고문은 앞장서서 갖가지 압력을 가했고, 5명이 결국 탈퇴했습니다. 회사는 끝났다 생각했지만 남은 6명은 여기서 깨지면 우리 인생도 끝이다 생각하고 난생 처음해보는 갖가지 모험에 뛰어 들었습니다. 교섭, 파업, 직장폐쇄(조합원부서), 정년해고통보, 천막농성, 연대집회, 경찰서, 노동청...
50대 중반의 노동자 6명이 끝끝내 57개 조항의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산기를 두드리면 보잘것없습니다. 임금 총액 10만원 인상, 상여금 100% 회복, 정년 만59세 연말, 점심식대 회사부담(원래 50% 자부담) 등. 이것들은 회사 전체에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미래를 기약하며 한 타협
올해 7월1일부터 주40시간제가 20인 사업장으로 확대되는데, 노조의 투쟁과 단체협약을 통해 보장받지 못한 채로 이 제도가 그대로 적용되면 토요일 휴무시 무급이 되고 맙니다. 임금 한 푼 인상하지 않고 토요일에 일도 하지 않으면 17만원의 실질임금이 하락합니다. 인상된 임금은 그것을 온전히 보전하지도 못합니다. 토요일 유급이 안 되면, 일이 없는 경우만이라도 보전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것까지 넘지는 못했습니다. 정년연장, 노조정착을 성과로 갖고 내년 임단협과 가까운 장래에 성서공단의 수많은 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날을 기약하며 타협했습니다.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제대로 된 투쟁을 만들자
조합원들만의 임금인상, 고용보장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이주노동자, 여성노동자가 연장, 야간근로를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일거리가 줄고, 실질임금이 하락합니다. 그런데 왜 투쟁에 동참하지도 않는 그들의 이해까지 대변해야 하느냐? 내 밥그릇 지키는 것만도 힘들고 벅차다. 조합원들의 항변입니다. 내 밥그릇만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항상 따라다녔지만 그것이 노동자를 굴복시키는 자본의 논리임을 투쟁하면서 깨닫고 단결을 벼렸습니다. 건설노조, 공공노조, 금속노조, 더 힘들게 장기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의 연대는 버팀목이었습니다.
노동자의 투쟁이 보편적 선(善)이 되는 것은 정당성을 강변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에 대한 스스로의 자각과 투쟁 속에 담고자하는 진정성이 있을 때일 것입니다. 매직쉐프 노동자들이 투쟁의 방편으로 이주노동자를 이용하지 않았고, 여성노동자의 최저임금 위반을 바로잡는 요구를 한 것은 노동자로서의 자각과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투쟁이 불씨가 되어 자본의 무한 착취경쟁에 저항하는 노동자의 투쟁으로 발화되고 방향타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할 일은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투쟁을 만드는 것입니다. 투쟁!!
박찬희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