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밀릴 수는 없다!
농활을 연기하고 촛불을 사수하여야 한다!
6월 26일, 이명박 정부는 추가협상 결과를 반영한 미국산 쇠고기 새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장관 고시를 기필코 강행하고야 말았다. 당초 협상에서 30개월 미만 SRM으로 규정된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 부분)는 수입이 금지되지만, 뇌, 눈, 척수, 머리뼈 등은 민간업자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하지만 정부가 고시의 관보 게재를 강행한 것은 단순히 미국산 소고기를 들여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는 촛불 시위로 불타오른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말살해 버리려는 신호탄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 공세에 나선 자본과 정부!
대중들은 이번 촛불 시위를 계기로 대운하 건설과 의료보험을 비롯한 공공부문 사유화, 교율 자율화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권의 ‘경제 살리기’ 정책이 실상은 ‘노동자 민중 죽이기’ 정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명박 퇴진’ 구호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으며, 시위 초기에 의제를 확대하는 것을 두려워하던 ‘광우병 국민대책위’도 ‘건강 보험 및 공기업 민영화 반대’, ‘수돗물 민영화 반대’, ‘교육 자율화 반대’, ‘대운하 반대’, ‘공영방송 사수’ 등의 의제를 내걸고 촛불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 때 자세를 낮추었던 자본과 정권은 지금 다시 한 번 칼날을 빼들고 있다. 이미 정부는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에 엄격히 대처’하겠다면서 강경진압의 기조로 돌아서, 한 동안 여론에 밀려 내버려 둘 수밖에 없던 촛불집회를 공권력을 동원하여 무지막지하게 탄압하고 있다.
이미 한미FTA는 어떻게든 계속해서 추진해 나간다고 한다. 촛불을 꺼뜨린 다음 정부는 대대적인 투쟁에 나섰던 건설 기계 노동자들의 투쟁을 공권력 투입으로 분쇄해 버리고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을 깨부술 것이다. 촛불 때문에 눈치 보면서 미뤄뒀던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사유화 정책을 닥치는 대로 추진할 것이다.
기만적인 재협상을 그대로 관철시키고 촛불을 완전히 꺼뜨리기 위한 엄정한 조치에 나서는 것! 이는 더 이상 촛불이 확산되어서 자신의 ‘경제 살리기 = 노동자 민중 죽이기’ 정책을 가로막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선전 포고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농활은 연기되어야 한다! 투쟁의 집중점 바로 그 곳에서, 우리의 힘을 모아내자!
바로 이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청와대로 향하는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힘을 모아내야만 한다. 그동안 촛불의 부침에도 청와대로 향하는 촛불을 계속해서 사수하면서 물결을 이어왔던 수많은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농활이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농활에 참가하기 위하여 잠시 동안 촛불집회의 현장을 떠나게 된다면 투쟁 대오의 분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농활을 통해 더 많은 학우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생각이 없다. 그리고 그 소통이 현재의 촛불정세와 무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관보게재 강행을 천명하고, 대낮부터 경복궁에서 집회대오를 30명 넘게 연행해가는 공세를 취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청와대로 행진하여 이명박 정부를 끌어내려버리는 촛불집회를 만들어 가는 것보다 사리에 맞는 실천은 존재할 수 없다. 즉 농활에 제아무리 정치적 의미를 담아내려고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의 촛불집회만큼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6.26~7.6’의 농활일정을 무기한 연기할 것>을 주장한다. 이 시기 우리는 농활보다는 촛불정세에의 결합에 집중하여야 하며, 이를 통해 반드시 촛불을 사수해내야 한다. ‘촛불의 소멸’은 반격의 기회만 노리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 ‘서브권’을 넘겨줄 것이며 이는 우리를 다시금 민중을 외면한 정치 속에서 고통 받으며 신음하게 만들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연기된 농활의 공백을 어떠한 활동으로 채워나갈지에 대해 논하여야 한다. 대학생들은 그 동안의 소극적 참여를 넘어선 적극적 활동으로 촛불 시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1) 서울대 총학생회를 비롯하여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이외의 의제에 대한 개입을 거부한 각 대학 총학생회들이 다시금 각종 요구안들에 대한 지지의 입장을 갖고 집회에 가야 한다. 이미 민의는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만이 아닌 ‘FTA 반대’, ‘공공부문 사유화 반대’, ‘교육 자율화 반대’ ‘대운하 반대’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비운동권 총학생회들은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에 대한 지지를 꺼렸던 것처럼, 위의 의제들에 대한 지지 표명 역시 ‘의견 수렴’을 핑계로 미루고 있다. 우리는 비운동권 총학생회들의 이러한 입장에 대한 공동대응으로 현 정세에 대한 지지와 참여를 빠르게 이끌어내야 한다.
(2) 7월 2일자로 민주노총 총파업이 예정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노동자 민중 죽이기’ 정책에 총체적으로 반대하기 위해서 촛불을 유지하고 여기에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결합시켜야 한다.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참여를 조직한다. 더불어 ‘비정규직 철폐’, ‘물가인상 저지 및 생활임금 쟁취’,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사유화 저지’ 등에 대한 지지와 행동도 함께 조직해야 한다.
아울러 이랜드ㆍ뉴코아 투쟁, 재능 학습지 투쟁, 건설 기계노동자들의 투쟁 등 투쟁하는 노동자들에 집중 연대하고, 이런 투쟁들을 촛불 시위 현장에서 적극 알려내야 한다. 총파업은 바로 지금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그 투쟁들을 승리로 이끌어낼 때 조직되고 확산될 수 있다. 또한 이런 투쟁의 양상들을 대대적으로 선전하여 이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때 확산된 노동자 투쟁의 물결이 그만큼의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한 공격은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정권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맞서 노동자 투쟁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와 행동을 조직해야만 한다.
최우선 (학생사회주의정치연대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