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와 노동자파업, 그리고 학생운동의 임무
광우병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한달 넘게 진행 중이다. 투쟁은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라는 쟁점을 넘어 ‘이명박 정권 퇴진 운동’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운동의 형태 또한 24일을 기점으로 촛불집회에서 가두시위, 청와대로의 행진 등으로 발전하였다. 현재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3%가 이명박 정권을 몰아낼 때까지, 21%가 공기업 민영화 등 주요사안들이 해결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즉 현재의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소고기 재협상에 만족하지 않고 국민의 삶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는 이명박 정권과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지속적인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대중 속에 숨어버린 학생운동
그러나 현재의 학생운동은 이러한 대중운동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투쟁의 목표’에 관한 논쟁에서 학생운동은 자신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자신들이 그동안 꾸준하게 진행해온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주류언론에서조차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경제위기와 화물연대․건설노조의 파업 준비, 다가올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제대로 다루는 단위가 하나 없다. 그토록 강조되던 ‘학생운동의 선도성’은 그것이 진정 필요한 순간 ‘대중과의 괴리’라는 두려움 하에 사라진 것이다. 대중들과 함께 답을 찾아나가야 할 시점에, 일부 학생운동은 운동 내 경향의 분화와 충돌이 두려워 ‘답 찾기의 임무’를 대중에게 미루고 있다.
조직노동자 투쟁의 시작
이러한 상황 속에서 조직노동자들의 투쟁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화물연대 및 건설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것이다. 이미 화물연대의 몇몇 지부는 파업에 돌입하였으며, 13일 전면파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건설노조 역시 16일 파업에 돌입한다. 둘 다 유가 급등에 대한 대책마련이 주된 이유이다. 민주노총 역시 <광우병 쇠고기협상 전면 무효화 및 재협상 / 물, 전기, 가스, 철도, 의료, 언론 시장화․사유화 정책 폐기 / 한반도 대운하 반대 / 기름값․물가 폭등 저지>를 위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이는 모두 현재 촛불시위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사안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자투쟁의 시작으로 현재 촛불시위 운동 내 경향의 분화와 충돌은 더욱 격화될 예정이다. 어떻게든 투쟁의 내용을 ‘소고기 재협상’으로 한정시키고자 하는 이들과 ‘공기업 민영화, FTA 등 친(親)자본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 사이의 분화와 충돌은 불가피하다.
학생운동의 임무
이제 우리 학생운동은 이러한 분화와 충돌 속에서 눈치만 보고 있을 수 없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투쟁들에 대한 촛불시위 참가자들의 지지와 참여를 호소하여야 하며, 앞장서 이러한 투쟁들에 대한 연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위기 속에서 이명박 정권은 노동자투쟁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다. 그리고 대중의 행동 여하에 따라 노동자투쟁은 고립될 수도, 아니면 이명박 정권 퇴진 운동과의 결합 하에 자본에 맞선 전면적 투쟁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우리는 또다시 ‘선택의 책임’을 대중에게 떠넘길 수 없다.
화물연대 ․ 건설노조의 파업을 시위대에게 알리며 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구하자. 더불어 그동안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왔던 비정규직 투쟁과 앞으로 벌어질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투쟁에도 함께 해줄 것을 호소하자. 현재의 폭발적인 정세 속에서도 대다수 노동자들은 선뜻 투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원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등 친(親)자본 정책에 대한 저지’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때문에 촛불시위와 노동자파업의 양 국면 속에서 학생운동의 임무가 막중하다. 학생운동은 이 양 정 세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이 두 투쟁이 하나의 투쟁으로 결합 ․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제 곧 방학이다. 여름의 더위를 시원한 투쟁으로 날려버릴 수 있도록 힘찬 투쟁을 결의하자!!
주영남 (학생사회주의정치연대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