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쟁사업장 순회 집중투쟁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저지! 해고·구속노동자 원상회복을 위한
정권교체기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집중투쟁“을 함께 하고...
이랜드·뉴코아 사태의 원인이 노동조합에 있다고 부끄럼 없이 말하던 자가 대통령이 되었다. 이명박 당선에 고무 받은 자본은 지난해 연내 타결 입장을 철회하고 그나마 시간 끌기로 나오던 교섭에서도 철수해 무한탄압으로 입장을 급선회하였다. 어차피 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대통령! 누가 되건 잃을 것이라곤 쇠사슬밖에 없는 우리가 무슨 상관이 있으랴마는, 갑자기 미쳐 날뛰기 시작하는 적들에 맞서 투쟁을 선포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투쟁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두에 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번 집중투쟁은 지난해 내내 비정규직 문제로 전국을 뜨겁게 달군 이랜드·뉴코아·코스콤 등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이 쌓아온 연대의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은, 이제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보다는 정규직 조직노동자들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하는 데 익숙해져버린 산별연맹과 총연맹의 방관을 넘어 자기 자신의 힘, 투쟁하는 동지들 사이의 연대 이외에는 믿을 것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번 집중투쟁은 무엇보다도 이렇다 할 지역투쟁이 없던 서울에서 지역 노동자연대가 살아날 가능성을 보여준 데 의의가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서울에서는 사업장별로 고립된 작은 싸움들은 있었으나, 이렇다 할 지역노동운동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대규모 공단이 자취를 감추고 산별노조들이 들어서며 주요 투쟁 의제를 가져가 버린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운동이 사라진 원인은 유력한 노동조합들이 정규직 조직노동자들의 실리만을 대변하며 총자본에 맞선 투쟁기관으로서의, 노동자연대의 구심으로서의 의의를 잃어온 데 있다. 하지만, 단위사업장 노동자들의 힘만으로 따낼 실리라는 게 있을 수가 없는 비정규직 투사들은 어렵지 않게 작업장 울타리를 뛰어넘어 단결했으며, 자신의 투쟁을 전체 투쟁전선 형성을 위해 기꺼이 조율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미 주요 투쟁사업장에서 벌어지는 투쟁들이 개별 자본의 힘을 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공동투쟁은 일회적인 경험을 넘어, “사업장을 넘어 전체 자본가집단과 정부에 맞선 공동투쟁만이 개별 투쟁의 전망을 열어갈 수 있다”는 인식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사업장을 넘어선 단결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공동요구는 개별 사업장의 이해를 넘어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게 된다. 개별 투쟁들의 품앗이 연대를 넘어 전체 노동자 요구를 중심에 세운다면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 공동투쟁에 눈과 귀를 맞추기 시작할 것이다. 공동투쟁이 자본가집단과 정부를 향한 정확한 타격지점에 투쟁을 꽂아 넣는다면, 아래로부터 역동적인 투쟁의 분출과 자발적인 연대가 조직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이랜드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걸고 홈에버 월드컵몰 점거농성에 돌입했을 때 전국적 연대와 투쟁전선이 형성되었던 것이 바로 이러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이랜드투쟁과 같은 개별 투쟁이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투쟁사업장들이 개별 사업장을 넘어 단결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전국적 투쟁의 상징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어렵게 만들어낸 지역연대와 사업장을 넘어선 공동투쟁의 깃발을 더욱 강고히 움켜쥐자! 비록 작은 힘이어서, 빠르고 쉽게 해결하지 못해서, 장기화되고 있는 투쟁들이지만 우리스스로가 우리자신을 믿고 끝까지 연대할 때, 절대다수의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들도 그 속에서 희망을 보고, 우리와 함께 해 기어이 비정규직 철폐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습지산업노조 조합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