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본의 구조조정 공세에 맞서 배수진을 치고 현장을 조직하자!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03년 ‘식칼테러’에 맞서 당당히 노동조합을 결성함으로써 전국적인 사내하청노조 건설의 도화선이 되었다. 하지만 2005년 불법파견 투쟁 이후에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그런데 한동안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던 투쟁의 기운이 다시금 꿈틀거리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도장부 광진 조합원들의 업체 폐업에 맞선 현장 점거투쟁이 바로 그것이다.
이날 아침부터 현대자본은 관리자들을 대거 동원해서 도장부 입구를 철저히 봉쇄했다. 그러나 80명의 광진 조합원들과 타 사업부 조합원들 그리고 정규직 동지들이 합세하여 마침내 도장공장에 당당히 입성했다.
하지만 현대자본의 대응도 단호했다. 수백 명의 관리자들을 동원해서 소화기를 난사하고 자재부품을 집어던지는 등 투쟁대오에 무자비한 폭력을 퍼부었다. 다수의 동지들이 부상을 당하고 9명의 활동가들은 업무방해로 고소․고발이 되었다. 10일 현재 투쟁대오는 현장에서 밀려난 상태에서 소강국면을 거치고 있다.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단행된 업체 폐업
도장부 광진기업 조합원들은 2005년 하반기에 노조에 합류했다. 그리고 90% 이상의 압도적인 조직률과 단결력을 바탕으로 크고 작은 현장투쟁을 전개해왔다. 현대자본은 노조의 핵심동력인 도장부를 제압하지 못할 경우 지회 전체의 조직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본때를 보여 주겠다”는 것이 자본의 심산이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첫 번째 도발이 이루어졌다. 광진기업을 승계한 남명기업이 일방적으로 신규채용을 공고한 것이다. “근속수당은 시급으로 전환해서 임금은 보전하겠다”는 미끼도 던졌다. 하지만 이것은 자본의 간교한 술책에 불과했다. 지금은 근속의 폐지에서 멈춘다고 해도 이후에는 ‘단기계약직화’, ‘핵심활동가에 대한 해고’ 등으로 타 업체에도 확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현대자본은 12월 31일자로 폐업한 울산공장의 소림, 현일기업 등에서는 ‘6개월 단기계약’ ‘재계약시 당사자(사장)와 합의’ ‘공정의 도급기간이 종료되거나, 중도해지 되는 경우 근로관계가 자동종료 됨을 확약’ ‘3개월 수습기간 적용’ 등 사실상 노예문서나 다름없는 근로계약서를 강요했다.
“업체 폐업 시, 고용과 근속을 승계한다”는 합의사항은 2003년 식칼테러에 맞선 투쟁부터 불법파견 투쟁까지 처절한 투쟁으로 이루어 낸 결과이다. 비록 이 조항이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일상적인 해고위협을 막아낼 수 있었기에 그나마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자본은 이 합의사항을 완전히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사내하청노조를 벼랑 끝으로 밀어 넣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해외공장 설립과 생산량의 증대, 2009년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앞두고 구조조정의 검은 그림자가 현대자동차를 덮치고 있다. 현재 현대자본의 구조조정 전략은 자유로운 정규직 전환배치 그리고 비정규직의 고용유연화가 핵심이다. 특히 주간연속 2교대제와 관련해서 현대자본은 비정규직 ‘상시야간조’, ‘주말교대조’를 추진하고 있다. 결국 현대자본은 야간노동 철폐, 노동자 건강권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히려 비정규직 확대와 고용유연화, 실질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울산공장에서 점차 아산공장, 전주공장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은 현대자본의 전반적인 구조조정 음모의 일환이다.
현재 현대차 사내하청노조들은 집행부도 세워내지 못한 채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무너진 현장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활동가들을 양성하는 것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다. 하지만 도장부 광진 조합원들의 공장점거를 불사한 과감한 투쟁은 머지않아 다시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거대한 대중투쟁을 예감하게 한다. 보다 더 단호한 계급의식으로 무장하고 향후 투쟁을 치밀하게 준비하자. 그러면 위기는 곧 우리 앞에 기회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오지환 (현자 아산 사내하청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