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과 연대가 노동자의 무기다!
-울산 노동자들의 투쟁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겨울은 더욱 춥기만 하다. 꽁꽁 싸맨 천막농성장도 황소바람이 비집고 들어오고, 겹겹이 껴입은 옷 속으로도 추위는 엄습한다. 따뜻한 오뎅국물보다도 동지들의 체온이 그리운 노동자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투쟁하고 있다.
울산지역엔 현재 이랜드일반노조 홈에버 울산분회, 공공노조 중앙케이블방송지부, 울산지역연대노조 동향원(구 효정재활병원)지부, 금속노조 울산지부 하이비트 동지들을 비롯한 삼성SDI 노동자들이 오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물려줄 수 없다. 비정규직! 비정규직 철폐하자!
-이랜드 일반노조 홈에버 울산분회
지난 여름, 울산노동자들은 매일 홈에버 앞으로 모였다. 매장을 봉쇄하고 매장 앞마당에서 노동자들의 잔치를 벌였다. 비정규직악법이 몰고 온 대량해고의 쓰라린 아픔을 동지들의 단결과 연대로 쓰다듬고 보듬어 투쟁으로 일어섰다. 비정규직 투쟁의 대표선수를 자임한 조합원들은 점주를 앞세운 구사대도, 경찰의 폭력과 지도부 연행에도, 입구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내세우는 고객 앞에서도 악다구니로 눈물로 환한 웃음으로 이 투쟁을 지켜왔다. 반팔의 쟁의복을 입고 시작한 이 싸움은 어느덧 두툼한 옷을 입고도 추운 날씨가 되도록 끝나지 않았다.
변한 것은 날씨만이 아니다. 조합원이 처음 집회를 할 때와는 달리 확연히 줄었다. 연대동지들의 결합도 느슨해졌다. 집회 사회를 보던 울산본부 사무처 동지가 벌써 세 명째(조직국장 구속에 이어 문화국장도 구속)이다. 하지만 투쟁하는 조합원들도 함께 변하고 있다. 앞에 나와 얘기만 하래도 손사래를 치던 조합원들은 연대동지들이 무색할 만큼 열정적인 투쟁을 하고 있다. 포항, 대구, 부산 원정투쟁에서도 지역의 동지들에게 투쟁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외주용역화 박살내고 고용안정 쟁취하자!
-공공노조 울산중앙케이블방송지부
지역의 종합유선방송사인 울산중앙케이블방송은‘회사 경영에는 문제가 없지만, 모든 현장업무에 대해서는 자회사를 설립해 외주를 줄 계획이니 사표를 내고 자회사로 옮기라’며 구조조정을 강요했다.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회사의 어려움을 대비해 군소리 말고 외주화 되라는 것이다. 중앙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은 단호하게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을 시작했다. 전면 파업에 돌입한 조합원들에게 사측은 단 하루만에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불법대체인력 투입을 막는 조합원들을 고소하며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
사측의 탄압과 회유로 일부 조합원이 흔들리면서 아픔을 겪었고 투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와 투쟁전술 문제 등으로 내부진통을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공공노조 울산중앙케이블방송지부 조합원들은 아픔을 딛고 서로를 다독이며 외주용역화 중단과 고용안정 쟁취를 위해 굽힘 없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노조탄압 분쇄하고 시설비리 척결하자!
-지역연대노조 동향원지부
울주군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동향원. 네 개의 부설기관으로 운영되며 국비 지원만 수십억에다 사업수익도 50여 억에 이르는 이곳은 지난해 간병인력이 남는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노동조합에 가입한 간병사들을 해고했다. 심지어 중노위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지만, 간병사들을 원직복직 시키지 않았다. 오랜 투쟁과정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탄압과 회유, 생활고로 인해 지금은 소수의 조합원들만 남아 어렵지만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투쟁과정에서 사회복지시설의 추악한 내부비리를 고발한 생활교사가 간병사들의 투쟁에 결합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현재 울산과 부산의 단체들이 모여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법인을 민주화하고 시설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노조탄압에 맞선 간병사와 시설비리 척결을 외치는 생활교사가 이제는 동지가 되어 함께 투쟁하고 있다.
원직복직 쟁취하고 민주노조 건설하자!
-무노조 삼성에 맞선 노동자들(삼성SDI)
삼성SDI의 정리해고로 올해 3월 길거리에 내몰린 노동자들 중 하이비트 여성노동자들이 금속노조울산지부에 가입했고, 사내기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사내기업대책위로 뭉쳐 이전 해고자들과 함께 삼성의 구조조정과 무노조 정책에 맞서 ‘원직복직, 민주노조 설립’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우리 노동자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액수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인, 검․경을 비롯, 시민단체까지 ‘자기식구’로 만들기 위한 돈 잔치가 폭로된 삼성은 그동안 막강한 자본과 ‘자기식구’들을 이용해 노조설립을 시도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납치와 회유, 협박, 해고, 구속을 통해 무노조 정책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해고노동자들의 원직복직, 구조조정 철회, 민주노조 건설을 요구하며 삼성의 ‘무노조 신화’를 깨기 위해 노동자들은 투쟁하고 있다.
같은 시기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스스로 연대의 모범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중앙케이블방송지부 동지들은 노동조합 건설 초기부터 홈에버 매장 앞에서 하나의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연대대오가 급격히 떨어지던 때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자체적으로 중요한 일정을 마치고 혹시나 구사대가 나오지 않을까 부랴부랴 홈에버로 달려오는 동지들은 홈에버 울산분회 조합원들에게 언제나 큰 힘이요 다른 동지들에게는 감동을 주었다.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투쟁을 하나로 묶어내고, 더 큰 연대투쟁으로 확산시켜 승리를 이루고자 하는 시도가 지금 울산에서 진행되고 있다. 투쟁사업장 동지들과 울산지역해고자협의회, 지역의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울산지역 투쟁사업장 연대]를 구성해 지역의 동지들에게 함께 싸워서 함께 승리하자는 제안과 함께 지역 투쟁을 알리고 연대를 호소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화섬 3사 투쟁 이후 울산의 지역연대투쟁은 그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현실에서부터 다시 연대투쟁의 기풍들을 되살려 가야하지 않겠는가.
이랜드가 도발을 했다. 교섭을 앞두고 파업지도부들에게 해고를 날렸다. 28일 집중집회를 앞두고 27일까지 복귀하면 면책해주겠다며 조합원들을 흔들고 있다. 이랜드-뉴코아 동지들만의 힘으로 이 싸움을 이길 수 없다. 게다가 이 싸움은 일개 사업장의 문제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 노동자는 하나하나가 연결고리다. 승리의 기운은 또 다른 승리를 불러오지만 반대로 하나의 패배는 그것만으로 멈추지 않음을 우리는 여태껏 겪어왔다.
동지들, 우리에겐 스스로 열심히 했다고 자위를 할 시간도 피로감을 호소할 여유도 없다. 스스로 절박함에 주먹을 치켜드는 투쟁사업장 동지들을 보라. 바로 나 자신도 그들의 모습이었지 않은가. 최고의 연대는 ‘입장의 동일함’이라 하였다. 바로 지금 우리의 힘을 집중시킬 때이다. 뒤돌아보지 말고 거칠 것 없이 투쟁이다. 투쟁!
김주익 (현중 사내하청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