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로 발돋움하는 현장 노동자의 편지
“투쟁으로 말 하리라”
1999년까지 나는 세상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보통사람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알바생으로이곳 저곳 옮겨 다니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어디 가서든 일하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했다. 조금만 따지고 들어도 곧바로 해고였으니까. 2000년에 들어와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순탄치 않았다. 직장상사의 비리와 부당함을 목격하고 바로잡으려고 지적했다가 오히려 해고를 당했다. 임금도 못 받고 쫓겨났다.
그런 생활을 하다 2002년부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노동자로 공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열심히 하자고 마음먹었다. 어느 정도 돈을 모은 뒤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처음 공장생활에서 주야간 적응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렇다고 중도에서 포기하고 다른 직장으로 가는 것은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견뎌냈다.
2003년에서 노동조합이 생겼지만 2005년까지 난 노조엔 관심이 없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갈 뿐 이었다. 목표로 했던 돈의 금액이 어느 정도 모여가고 있었다. 미래의 나은 삶을 생각하며 현실에 닥친 고통을 감당할 수 있었다.
2005년 불파투쟁이 가열되면서 노동조합 가입 바람이 불었다. 왜? 다들 열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들 이런저런 이유에서 부당하다, 그리고 그것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모여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동료들에게 힘을 보태고자 노조에 가입했다.
2006년이 되면서 의식이 조금씩 바뀌었다. 이때 미래를 위해 조금씩 모아온 돈이며, 목표로 정한 일들에 차질이 생겼다. 집안에 걱정거리가 발생했다. 사기를 당해 급하게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된다는 생각에 막막했다. 이런 와중에 노동조합 투쟁이 일어났다. 사측의 부당한 행동, 노동자들의 인간적인 면을 악용하는 사측의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투쟁이 일어났고 사측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많은 것들을 잃었지만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노동자는 단결해야 만이 사측에게 이길 수 있다는 교훈이었다.
2007년 다시 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노동자들은 항상 투쟁하여야만 하나? 왜 사측과는 대화로는 안 되나? 2006년도 그랬지만 2007년도 마찬가지였다. 사측은 무조건 안 된다. 협력업체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므로 얘기할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처음부터 우리는 똘똘 뭉쳤다. 여기서 물러서면 그 피해가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돌아갈 것이라고 여겼다. 물러서지 않고 투쟁했다. 현대자동차 원청은 2006년에 이어 2007년에도 업체폐업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왜 우리들만 매년 희생을 당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물러서지 않고 최선을 다해 맞섰다. 그렇지만 결국 무너졌다. 우리들이 아직 투쟁중인데도 노동조합은 합의를 했다. 물론 투쟁의 힘은 약했고 밀리고 있었다. 결국 모두 같이 물러서자고 했다. 그런데 사측은 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다시 공격해 들어왔다. 노동조합 현장 활동가들을 이참에 정리하려고 달려들었다. 그런 계획된 공격이 들어왔다. 그래서 9월1일 GMS가 경남산업으로 바뀌고 나서 10일정도 지났을 무렵 부분적으로 해고가 이루어졌다. 5명이 해고됐다.
2007년 연말에 다른 공장의 노동자들에게도 폐업(업체변경)이 진행됐다. 하지만 그 동지들과 우리들에게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했다. 우리들은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고 나섰다는 것이다. 비록 해고를 당했지만 단기근로계약 체결을 막아냈다. 투쟁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결과는 분명했다.
투쟁과정에서 별별 일들이 있었다. 정규직지부의 중재, 비정규직지회의 합의, 조정기간 만료로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지자 지회장의 투쟁포기와 사퇴, 두 차례의 천막농성장 침탈, 감시미행, 조합원들의 불안감, 조합원들에 대한 협박, 조합원들에게 사돈의 팔촌까지 이용한 협박, 해고자 가정의 어려움, 정규직 대의원들의 이탈 및 무관심 그리고 사측의 기만적인 술수로 인한 해고자의 이탈, 조합원 해고설, 열성조합원 폭행사건, 그리고 사측에서 해고자들의 직장을 구해줄 것이라는 기만적인 소문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들은 원직복직쟁취 투쟁을 접을 수 없다. 2008년 새해벽두부터 세 번째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한 것이 해고의 이유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노동조합 활동을 빌미로 해고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다.
사측은 무엇이 그리 불안한지 조합원들에게 끊임없이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하고 있다. 조합원의 상당수가 사측의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노조탈퇴 입장을 사측을 통보했다. 사측의 이러한 수단 방법 안 가리는 행위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다. 우리는 분명히 말한다. 도장3부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단결을 시작한 이후로 2005년, 2006년, 2007년 매년 투쟁해 온 저력을 간과하지 마라. 지금은 잠시 주춤거리고 있지만 이는 끝이 아니라 다시 투쟁의 기운을 회복하는 과정의 하나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투쟁으로 말할 것이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