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 사태 - 자본주의 이윤체제의 탐욕이 저지른 환경학살
지난 12월 7일 삼성중공업 배가 현대오일뱅크의 유조선을 들이받아 태안 앞바다에 1만 톤의 거대한 검은 기름이 쏟아졌다. 지금은 전남 서남해안에까지 타르 덩어리가 흘러와 피해를 속출시키고 있다. 이 ‘기름지옥’은 바다생물들을 몰살시키고 가난한 어민들로부터 생계 기반을 빼앗아 피눈물을 흘리게 한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원유는 독성 물질을 아주 많이 갖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극소량으로도 상당히 치명적인 발암물질도 들어있다. 이런 독소는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인체에까지 파고들어온다. 그런데 원유가 완전히 분해되려면 100년이나 걸린다.
이런 끔찍한 재앙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정부나 보수언론은 선장의 실수에만 모든 책임을 돌린다. 그들은 ‘개인의 실수’ 배후에 있는 ‘자본가들의 탐욕스런 이윤욕’은 조금도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 기름을 쏟아낸 현대 유조선은 배의 외판이 한 겹으로 된 단일선체였다. 이런 단일선체의 유조선은 충돌 사고로 구멍이 나면 곧바로 기름이 바다로 콸콸 쏟아져 내릴 수밖에 없다. 1989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액손 발데스호 사고가 발생한 다음, 미국과 유럽은 대부분 두 겹 구조의 이중선체 유조선을 만드는 걸 의무화했다. 하지만 현대 자본은 비용절감과 이윤극대화를 위해 단일선체를 극구 고집하다가 결국 이번 사고를 냈다.
한편 정부는 현대오일뱅크와 같은 석유자본의 이익을 지켜주고자 최대 2015년까지 이중선체 의무화를 피해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래서 작년 1∼11월 국내에 들어온 유조선 627척 가운데 절반이 넘는 329척이 단일선체 유조선이었다. 4대 정유사 별로 보면 에스오일이 96퍼센트, 현대오일뱅크가 54.9퍼센트, SK에너지가 52.6퍼센트, GS칼텍스가 34.2퍼센트다. 한국은 1년에 8억 8,900만 배럴(유출된 기름의 1만 배)에 이르는 막대한 석유를 수입하고 있는데, 그토록 단일선체 사용률이 높은 상황에서 커다란 기름유출사고가 12년 동안이나 일어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
현대 유조선을 들이받은 것은 삼성중공업 배다. 사고 당시는 2~4m 높이로 파도가 치고, 초속 14~18m로 바람이 거세게 불어 풍랑주의보가 떨어진 상태였다. 이런 험한 날씨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선장이라도 사고를 낼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도 삼성자본은 배 운항을 강행시켰다. 돈벌이에 혈안이 돼 물불을 가리지 않고 쉼 없이 달리는 자본의 탐욕이 결국 사고를 부른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안일한 자세도 톡톡히 한몫했다. 정부는 1995년 씨프린스 사고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해상방제훈련도 했지만 아무 쓸모가 없었다. 날씨가 좋을 때만 해왔던 훈련은 사고 당일처럼 험한 날씨에서는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었다.
또한 그때 출동한 300톤급 규모의 소형 방제정[방제선박]은 거센 파도 앞에서 아주 무기력했다. 거센 파도에도 끄떡하지 않고 방제 작업을 재빨리 해내기 위해서는 대형 방제정을 충분히 갖춰놓고 대응훈련을 철저히 해야 했지만, 정부는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씨프린스 사고가 난 다음 10년 동안 기름제거에 필수적인 흡착포를 생산하지 않아 물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정부는 사고가 난 다음에도 자발적으로 기름 제거에 나선 사람들에게 장화, 보호의, 보호안경 같은 방제 장비를 제대로 공급하지도 않고, 안전교육도 하지 않아 지금 자원봉사자 2명 중 1명꼴로 두통과 호흡기 통증을 겪게 만들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 복지, 노동조건, 일자리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등 항상 돈에 아주 민감했던 정부는 환경재앙 예방에는 아주 둔감했던 것이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없는 일은 진짜 책임이 있는 삼성, 현대자본과 정부가 하나같이 나 몰라라 하고 있고,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는 사실이다. 사고가 난 지 한 달 만에 기름 제거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이 60만을 넘어섰다. 여기에는 노동자들의 목을 쳐 피 묻은 손을 감추고, 양의 탈을 쓰려는 이랜드 자본이나 전경련 같은 악랄한 자본가들도 있다. 하지만 자원봉사자의 절대 다수는 가난한 어민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겨 희생을 각오하고 팔을 걷어붙인 선량한 노동자민중들이다.
탐욕스런 자본가들과 그 정부는 이윤의 탑을 하늘높이 쌓기 위해 노동자를 무자비하게 쥐어짰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 ․ 민중의 삶의 터전인 환경도 참혹하게 파괴했다. 오로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생산하는 위대한 노동자들만이 자본가탐욕의 필연적 산물인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다. 노동자들이 이 사회의 조종키를 잡을 때만, 다시 말해 현대, 삼성 같은 재벌을 몰수하고 국유화해 노동자권력이 이윤이 아닌 사회적 필요를 위해 운영할 때만 끔찍한 환경학살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