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장난으로 노동자민중의 등골 빼먹는 은행들
위기를 떠넘기려고, 자본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자민중의 등골을 빼먹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은행들의 금리 장난이다.
현재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돈을 공급하면서 적용하는 기준금리는 지난 2월부터 2.00%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8월 5.25%에서 3.25%나 낮춘 것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자,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시중은행들도 자신들의 금리를 낮췄다. 그런데 은행이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예금금리는 재빨리 낮춘 반면, 은행이 이자를 받아먹는 대출금리는 낮추는 시늉만 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8월 7.35%에서 올 2월 5.73%로 1.62% 낮추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폭의 절반밖에 안 된다.
큰 폭으로 늘어나는 공짜돈
그래서 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사이의 차이, 즉 예대마진이 최근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지난 2007년 말 1.24%였던 예대마진은 금융위기가 터진 뒤인 지난해 10월 1.48%, 올 1월 1.75%, 2월 2.48%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는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은 금리인하의 혜택을 모두 자기 입속으로 집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정은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금융 소외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이른바 서민금융기관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12월과 1월 사이 상호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0.73% 떨어졌지만 대출금리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신용협동조합의 예금금리는 0.30% 내렸지만 대출금리는 0.19% 떨어지는 데 그쳤다. 상호금융 역시 예금금리는 0.74% 떨어졌지만 대출금리는 0.09%만 떨어졌다.
결국 상황은 이렇다. 국가기관인 한국은행은 돈을 찍어 아주 값싸게 은행에 공급한다. 은행은 이것을 상대적으로 아주 비싸게 서민들에게 대출한다. 그 결과 은행가들은 폭리를 취한다. 누워서 떡먹기도 이보다 쉽겠는가?
공식적인 수치에 못 미치는 실제 금리인하
게다가 공식적인 대출금리 인하폭과 피부로 느끼는 인하폭 사이에 또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춘다고 발표했는데, “은행창구 직원들에 따르면 실제 1% 정도 금리인하 혜택을 볼 수 있는 고객은 100명 중 1명도 안 된다.”(4월 8일자 <매일경제>) 그래서 노동자들의 가계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직장인 아파트 담보대출’은 사실상 금리가 거의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이것은 은행들이 대출자별로 차등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갖고 장난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출자의 신용도와 리스크 등을 고려하여 복잡한 가산금리체계를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극소수에 해당되는 가산금리는 크게 낮추는 대신 대다수 서민들에게 적용되는 가산금리는 거의 낮추지 않음으로써, 공식적인 금리인하 폭에 훨씬 못 미치도록 실제 금리인하 폭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민중은 경제위기를 맞아 소득이 줄어들어 허덕이는데, 아파트 담보대출에 높은 이자를 물리며 피를 빨아가는 은행들의 횡포, 어떻게 하면 끝장낼 수 있을까? 은행들은 가산금리 산정방식을 ‘영업비밀’이라며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은행들의 장난을 모른척 하면서 묵인하고 있다. 힘없는 노동자민중은 그저 당하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영업비밀 철폐’, ‘은행금리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향해 나아가야 할까?
양준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