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들의 배신에도 살아 숨쉬는 대중의 희망과 의지를 살려내자!
권용목의 [민주노총 충격보고서]가 던지는 질문
조중동을 비롯한 자본가 언론들은 얼마 전 사망한 뉴라이트신노동연합 상임대표 권용목이 쓴 <민주노총 충격보고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권용목은 현대엔진(현 현대중공업) 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상징적 인물이었지만, 변절과 배신을 거듭하면서 적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인물이 되었다. 자본가들은 이 책과 성폭력 사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집행부 도박사건, 인천지하철의 민주노총 탈퇴 시도 등을 한데 묶어 민주노총에 대한 사망선고를 내리고 있다. “무너지는 민주노총, 백약이 무효”, “민주노총 도덕성 사정없이 땅에 떨어졌다”, “민주노총은 비리 백화점” 등.
진정한 노림수
먼저 이 책에 나와 있는 민주노총의 각종 비리와 전투적 파업에 대한 비난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마치 충격적인 내용인 것처럼, 민주노총 전체가 부패집단인 것처럼 포장하고 왜곡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노총 지도부의 자성을 촉구하고 혁신을 바래서일까?
겉으로는 공격의 화살이 민주노총의 지도부, 각종 정파에 쏠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은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아래로부터의 저항의지를 박살내기 위해 민주노총을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왜냐하면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의 거듭된 배신과 타협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바로 현장 대중에 의해 지탱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조에 대한 대중의 갈망과 열의는 살아 있다. 이 현장대중의 마음을 민주노조운동과 완전히 분리시킬 때만이 그들은 노동자운동을 마음대로 짓밟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제위기 국면에서 노동운동이 침체와 수세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지만, 저항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자본의 공격이 확대됨에 따라 조직된 부분에서도 투쟁이 솟구쳐 오를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바야흐로 조직된 노동자들에 대한 전면 공격이 개시되고 있는 지금, 조직된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상실하게 만든다면 자본가계급의 공격은 훨씬 수월하게 먹힐 것이다. <민주노총 충격보고서>를 통한 민주노총 도덕성 흠집 내기는 이러한 공격을 위한 사전 이데올로기 작업이다.
또한 적들은 민주노조를 향한 미조직노동자들의 의지를 차단하고,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의 단결을 막기 위해선 조직노동운동의 진지를 사회적으로 철저히 고립시키는 것이 효과적임을 알고 있다.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활력이 살아나는 것을 막기 위해 400만을 넘어서고 있는 실업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를 노동운동에 쏠리게 만들고 있다.
조합주의 극복 없이 혁신은 불가능하다!
활동가들의 위기 인식조차 관성적이고, 혁신논의는 말뿐이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수많은 혁신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대중의 반응은 차갑다. 핵심적인 이유는 활동가들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진정성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과 자기 조직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말로만 비판할 뿐 실천적으로는 너무 관대하다. 비리와 도박사건이 터져도 노동자계급의 대의가 아니라 자기 정파의 시각에서, 자기 정파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대처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태도로 어떻게 노동운동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를 만들 수 있겠는가?
노동운동의 혁신은 단번에 이룰 수 없다. 노동대중의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통제력,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하는 자주성이 살아날 때에만 비로소 혁신은 가능하다. 이것은 노동자대중을 통제하는 관료주의와 철저히 싸우지 않고서는, 노동자계급 전체의 단결과 해방이 아니라 편협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노동조합주의와 싸우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노동운동의 진정한 혁신은 계급적 단결을 만들어내고, 조직된 노동자들이 미조직노동자,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의 이해를 위해 실천적으로 싸워나갈 때만이 이루어질 수 있다.
나아가 노동조합의 혁신은 노동조합 차원에서만의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다. 노동조합운동을 노동해방의 정신에 입각하여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선진적인 투사들을 만들어내어, 이들을 하나의 세력으로 결집시키는 것을 통해서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관료들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살아 숨 쉬고 있는 대중의 희망과 의지, 분노를 되살려내자! 그리하여 관료체제에 대한 본격적인 투쟁에 나서자!
이용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