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희오토, 민주노조가 다시 한번 피어나다!
11월 7일, 동희오토 의장공장 대왕기업 업체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유영애 민주파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사측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대왕기업 노동자들은 민주파 후보를 선택하기까지 어용위원장 불신임 서명을 진행하고, 성과금 결과에 대한 찬반투표를 밀어부쳐 부결을 성사시켰고 어용위원장을 실제로 사퇴시키면서 숨 가쁘게 달려왔다.
선거과정에서의 2가지 쟁점
첫 번째 쟁점은 업체 폐업이었다. 사측에서는 “민주파 후보를 선택하면 30명이 희생되고, 사측 후보를 선택하면 10명만 희생된다”고 선전하면서 노동자들의 후진적이고, 보수적인 심리를 이용, 고용불안을 조성하여 민주파 후보를 제압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미 2007년 12월 말 진양기업 폐업의 경험은 대왕기업 노동자들을 가르쳤다. 당시 어용위원장은 스스로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을 책임질 수 없다고 선언했고, 새로운 업체 사장에게 권한을 모두 넘겨주었다. 그 과정에서 7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었고, 새로운 업체로 승계된 노동자들은 퇴직금과 연차를 삭감당해 4년을 일했어도 신입사원이 되어야 했다.
진양기업의 경험은 일부의 희생(7명에 대한 해고)을 받아들여서라도 고용을 지키고자 했었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을 대왕기업 노동자들에게 보여주었다. 민주파 후보는 이 문제에서 “우리는 단한명의 희생도 받아들일 수 없다. 나가야 할 것은 우리의 몫을 도둑질해갔던 사장과 관리자 놈들이지 노동자들이 아니다.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으로 똘똘 뭉치면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만이 업체를 맡을 수 있다”고 분명히 함으로써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주었고, 조합원들은 이런 민주파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패배감을 넘어서야 한다
두 번째 쟁점은 금속노조로의 조직전환이었다. 2005년 8월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9월 금속노조로 전환하면서 절망의 공장을 희망의 공장으로 바꾸고자 했던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는 업체폐업과 계약해지, 징계, 전환배치, 노조활동 방해 등 무수한 탄압에 맞서 끈질기게 투쟁했으나 이제 극소수의 조합원만 남은 상태이다.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금속노조로 단결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알면서도 여전히 두려움을 가진 채 패배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왕기업 선거에서도 금속노조로의 조직전환은 노동자들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금속노조에 대해 두려움 반, 기대감 반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들은 민주파 후보에게 질문했다. “당선되면 금속노조로 조직 전환할 생각인가?” 민주파 후보는 피하지 않았다. “금속노조로 조직전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희오토 전체 노동자들에게 설명하고 조직하는 과정을 거쳐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금속노조로 전환할 것이다.” 만약 민주파 후보가 이 문제를 얼버무렸다면 조합원들의 선택은 달랐을 수 있다.
시작된 자본의 공격
동희오토의 민주노조 운동은 이제 단순히 어용위원장을 비판했던 것을 넘어서 자본의 탄압을 뚫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직접 입증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그리고 자본은 예정했던 대로 업체폐업을 통보했고, 동희오토 원청은 모든 것을 직간접적으로 진두지휘하고 있다. 업체는 11월 11일, 노조로 공문을 보내 ‘12월 31일자로 폐업한다’고 통보해왔다. 어차피 폐업은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현장 조합원들은 ‘올 것이 온 것뿐이다’라며 큰 혼란 없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장애물을 넘어 민주노조의 승리로!
대왕기업에서 민주파 위원장을 세움으로써 다시 한번 피어나고 있는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민주노조운동은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대왕기업 노조는 여러 업체들 중에서 유일할 정도로 고립되어 있고, 타 업체에서의 노조 민주화의 발걸음은 더디다. 대왕기업 조합원들도 4년간 어용노조 속에서 물든 수동성과 대리주의를 한꺼번에 깨뜨리는 것은 쉽지 않다. 또, 12월 31일 업체 폐업을 넘어서야 하고, 당장 11월 20일 계약해지와 4명의 해고노동자 복직 문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상황을 비관적으로 과장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우리 정말로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것인가? 지금과는 다르게 살 수 없는 것인가?”라며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다. 민주노조가 진지하고 책임감 있게 전체 노동자들의 요구를 걸고 당당하게 투쟁에 나설 때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바로 거기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하고 함께 할 것이다.
다시 한번 피어난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민주노조 건설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연대가 필요하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사무장 이청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