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운동과 당건설 토론회'를 보고
지난 18일 노동자의 힘, 사회주의노동자연합, 노동해방실천연대가 공동 주최한 사회주의 운동과 당 건설 토론회에서는 사회주의 당 건설 방향에 대한 3단체 간의 쟁점과 차이가 부각되었다. 사회주의 정당 건설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왜 사회주의 정당인가?”라는 문제보다는 당 건설 경로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다.
핵심 쟁점 중의 하나는, 노힘 발제문에 나온 표현대로라면 ‘선 강령토론 및 합의 또는 선 운동주체의 혁신 이후 당 건설 운동의 본격화냐’ 아니면 ‘당 건설 운동을 구체적 일정 속에서 이뤄내는가’냐의 차이다.
노힘은 우리가 강령토론과 이에 근거한 강령 합의, 운동전략 마련과 운동주체의 혁신이 선 전제된 가운데 당 건설 운동을 구체적 일정에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건설할 당의 성격에 대한 합의가 된다면, 당 건설 일정을 본 궤도에 올림으로써, 운동주체의 혁신과 운동전략 마련의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야 할 “당의 성격에 대한 합의”는 어떻게 마련될 수 있는가? 과연 현재 그 합의를 이끌어낼 만한 정치적, 조직적, 실천적 토대는 마련되어 있는가?
노힘은 계속 ‘사회주의 지향의 노동자계급 정당’, ‘대체권력(노동자민중권력) 수립을 목표로 하는 변혁정당’, ‘당원이 일상적으로 활동하는 당’이라는 핵심 내용 몇 가지에 대한 합의에 근거해 사회주의 정치세력이 당 추진위 건설과정에 함께 한다면, 현장의 선진활동가들이 당건설의 주체로 결합하는 동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막연한 환상일 뿐이다. 우리가 건설해야 할 당은 명확한 정치적 방향과 노선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과 그동안의 이론적 차이를 고려해 본다면, “당의 성격에 대한 합의”는 충분한 논쟁과 토론, 그리고 실천적 검증의 과정을 거쳐야만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당의 성격에 대한 일정한 합의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론적 합의에 관한 선언’에 그친다면 대다수의 선진노동자들, 전투적 현장활동가들을 당 건설의 주체로 참여시키지 못할 것이다. 전투적 조합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모범과 대안을 만들어내는 실천활동과 연결되고 성과를 내야지만 선진노동자들은 사회주의 당 건설 운동에 신뢰와 믿음을 보낼 것이다.
이와 관련된 쟁점중의 하나가 “현대자동차 민투위” 문제인데 노힘은 이 문제에서도 그동안 명확한 정치적 태도와 조직적 결단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체 운동의 한계라거나 정치적 재조직화(?)로 풀어 나가야한다는 식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이번 토론회에서 노힘 동지들이 앞으로 민투위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취하겠다고 했다. 여기서도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조합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주의 현장활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문제의 중요한 기준과 원칙은 이미 마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것은 단지 민투위 문제만은 아니다. 좌파관료에 영합하고 선거주의에 휩쓸리며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사실상 방기해왔던 전반적인 실천노선에 바로 그 뿌리가 있다. 나는 이 뿌리를 극복하지 못하면 민투위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재생산 될 것이라고 본다.
노힘 발제자 동지가 다른 사회주의 조직들이 “노힘에 대한 비판”만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했다. 이 비판은 과연 다른 사회주의 조직들이 전투적 조합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대안을 현장에서 만들어왔는가? 라는 비판이라고 본다. 이 지점에서 사노련 역시 너무나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노련의 정치와 실천이 “노힘에 대한 비판”에만 머무른다면 사노련은 깃발을 내려야 한다고 확신한다. 우리 스스로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전형을 만들어내고 계급투쟁을 진전시켜내기 위해서 온 힘을 다 바쳐 싸울 때만이 사회주의들 간의 신뢰와 단결은 커질 것이다.
해방연대 동지들이 비정규직 ․ 정규직 노동자 총단결 기구로서 공장위원회를 제기했는데 공장위원회의 상, 현재 민주노조 운동과의 관계, 공장위원회와 당 건설 운동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후에 토론할 수 있길 기대한다. 발제문과 발제 과정에서 제기하신 공장위원회 운동의 상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만병통치약’으로 제기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른 동지들이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사노련은 선진노동자들을 당 건설의 주체로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운동과 정당 건설의 필요성을 선진노동자들 속으로 더욱 열심히 날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주의 당 건설 운동 전면화를 위한 전국토론회 조직위원회> 구성과 전국 주요 지역에서의 토론회 개최는 그것을 위한 출발 계획이다.
토론회 주제는 다양할 수 있겠지만 선진노동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소통할 수 있는 주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강령이나 대중행동강령 논의도 할 수 있겠지만 ‘현 정세와 선진활동가의 임무’, ‘전투적 조합주의와 사회주의’, ‘사회주의 정당 건설의 필요성과 경로’ 등의 논의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동지들이 관심과 기대 속에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사회주의 운동의 공론화를 위해서 이와 같은 토론회가, 또는 꼭 토론회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식의 토론과 논쟁이 활발하게 펼쳐지길 기대한다.
사노련 충남지역 활동가 이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