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유지업무 제도를 승인하는 것은 사측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
철도노조가 하반기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10월29일부터 31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철도노동자들은 철도사유화 분쇄, 구조조정 저지, 해고자 복직, KTX/새마을 승무업무 환원, 임금협약 등 중요과제들을 안고 있다.
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3차 공기업 선진화방안에는 철도의 경우 상하분리(시설유지보수 업무를 시설공단으로 이관), 주식발행 등이 담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여객, 화물, 전동차, KTX 등 각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들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도 만만치 않다. 사측은 2011년까지 3000여명이 넘는 인원을 반드시 감축해야 한다며 매년 계획된 인원을 막무가내로 줄이고 있다.
26일 합법파업 예정이었던 서울지하철이 갑작스레 파업을 유보했다. 노동조합이 필수유지업무를 인정하고 명단을 직접 작성해서 사측에게 전달했으나, 사측은 이를 받지 않고 자신들이 작성한 근무자명단을 현장에 하달했다. 파업효과가 없는 걸 뻔히 알고 있는 현장은 이미 기세가 꺾였다.
또한 사측이 통보한 명단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작성한 명단도 현장을 분열시키는 역할을 했다.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인정하는 합법파업은 열차운행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측에게 시간을 벌어줄 뿐이며 반대로 현장은 분열될 수밖에 없는 전술이다.
철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미 충남지노위에서 일방적으로 필수업무 유지율을 정했다. 그리고 철도공사는 이에 맞추어 근무자 명단을 이미 작성해 놓고 있으며 이를 현장에 슬슬 흘리고 있다. 미리 현장을 압박하고 공포감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철도의 경우 현장이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노동조합이 전술로 활용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그만큼의 조직력이 없기 때문이다.
필수유지업무를 1단계 전술로 하고 안 될 경우 전면파업에 돌입하는 전술을 채택할 경우 사측은 오히려 그 기간 동안 시간을 벌고 안정적인 열차운행의 노하우를 축적할 것이다. 그리고 철도현장은 전면파업은커녕 분열될 것이 자명하다. 오히려 전면파업 일정을 잡고 그 전까지 강력한 현장투쟁을 배치하는 것이 낫다. 필수유지업무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현장투쟁을 조직하고 철도노동자의 단결을 통한 전면총파업을 조직할 방안을 고민하는 길이 철도노동자, 공공노동자가 살길이다.
철도노조 조합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