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 아파도 돈없으면 죽으라는 얘기
최근 신종플루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이 유행처럼 일반화되고 있다. 이 유행은 정부가 면피용으로 조장한 것이기도 하다. “신종플루에 걸린다면 그것은 당신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손을 씻지 않은 결과다. 그러니 정부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 건강 문제를 사회 전체가 책임지기보다는 각 가정의 재정적인 수준에 맞춰 개인이 알아서 해쳐나가도록 정부는 방치해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명도 돈에 달려 있다!
의사의 처방 없이 개인적으로 신종플루 검사를 하거나 예방백신을 접종하려면 아무런 보험혜택 없이 비싼 검사비용을 고스란히 개인이 부담해야만 한다. 비싼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경우는 너무도 흔해서 두말하면 잔소리다. 건강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으면 죽는 수밖에 다른 탈출구는 없는가?
자본가와 가진 자를 위해 온갖 정책과 제도를 끊임없이 바꾸어나가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모든 정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의료분야라고 비껴갈 리는 없다. 의료자본의 이윤을 더 높이기 위해 보험법이며 의료채권법, 제주특별자치도법 등 이른바 의료선진화방안을 계속 추진해나가고 있다. 의료민영화를 통해 의료자본은 ‘건강’을 담보로 끊임없는 이윤 창출의 통로를 개척해나간다. 산업재해를 비롯하여 자연재해로 인한 사건사고와 새로운 질병이 갈수록 늘어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료민영화는 그야말로 자본이 손쉽게 이윤을 뽑아낼 수 있는 ‘이윤의 화수분’이나 다름없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환자는 그에 대해 돈을 치르는 것이 또한 당연한 것이 이 자본주의 사회이다. 그래서 오직 이윤논리를 최상의 가치로 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삼단논법이 통용된다 ; 의사는 환자를 치료한다. 환자는 돈을 치른다. 따라서 돈 없는 환자는 치료받지 못한다.
이것은 황당무개한 삼단논법이다. 논리가 틀려서가 아니다. 그 발상법이 사람의 목숨보다 돈을 중요시하고, 의사의 역할을 돈에 탐닉하는 상인의 역할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것을 당연한 것으로 늘 받아들이고 있는가? 한 사회가 그 구성원들의 건강에 대해 책임지는 것, 사회를 유지, 지탱해나가는 노동자민중이 자신의 생존권을 주장하고 요구하는 것, 의료민영화에 맞서 무상의료를 위해 뭉쳐 싸우는 것이 당연하고 올바른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 의료민영화 저지, 의료공공성 강화와 함께 무상의료를 분명하게 우리 노동자계급의 생존권 요구로 삼는 것. ‘병들면 치료받는 것이 당연한 권리인’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동자계급이 앞장서서 집단적 힘을 발휘해나가는 것.
고려시대 천민 망이 망소이는 “임금의 씨와 백성의 씨가 따로 있느냐”고 반란의 깃발을 들었다. 그들의 주장은 지금 실현되었다. “치료받는데 부자와 빈자가 따로 있느냐? 모두의 건강과 목숨은 똑같이 소중하다. 무상의료쟁취!”의 깃발도 우리 노동자가 하고자 한다면 실현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