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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기사 : [54호]웅크렸던 몸을 이제 활짝 펴고 일어설 때!
| 2010·06·17 00:57 | HIT : 3,116

웅크렸던 몸을 이제 활짝 펴고 일어설 때!


“한나라당 참패, 민주당(야권) 압승.” 대다수 언론들이 보도한 6.2 지자체 선거 성적표다. 그러나 현실에는 여러 측면이 있으며, 수치로 나타난 결과는 단지 일면만을 드러내줄 뿐이다. 야만적인 공황과 자본가들의 공격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고 있는 선진노동자들이 지자체 선거 이후 정세를 분석하며 주목해 보아야 할 측면은 무엇일까?

지배자들의 태도는 얼마나 달라질까?

많은 언론들이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이명박 세력 독주에 대한 견제’로 평가하며, 이명박 정부가 향후 일방통행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타임오프와 4대강 사업을 비롯, 천안함 사태로 시작된 북풍 활용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내각의 일부 인적 쇄신은 ‘생색내기’에 그칠 전망이다.

야권 연대로 재미를 톡톡히 본 민주당 역시 벌써부터 공약을 축소하고 자본가들의 이윤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당선자들의 선언이 시작되며 서서히 본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령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인천경제개발자유구역을 육성하겠다’며 자본가들의 어깨를 주물러줬고, 박준영 전남지사 당선자는 4대강 사업 반대기조에서 일찌감치 물러섰다. 선거 결과가 이명박 세력에게 일격을 가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표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배자들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데에는 세계대공황의 심화라는 객관적 근거가 놓여 있다. 자본가들의 탐욕스런 이윤 추구가 불러온 공황의 책임을, 노동자계급에게 떠넘기지 않으면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발 재정위기로 2라운드에 들어선 세계대공황은 자본가정당들에게 “노동자계급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쥐어짤 것”을 지시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생존권 사수를 위해 투쟁으로 일어서지 않는 한, 지배자들은 자신의 기존 태도를 전혀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한 지도부의 낯 뜨거운 변절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라는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개량주의 정당이 노동자정치를 독점하도록 만드는 잘못된 방침이긴 하지만, 역사 속에서 긍정적 의미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적어도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같은 자본가정당과는 단절하겠다는 선언의 의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자본가정당의 후보로 나가는 것은 징계감이었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도 조합원 대중의 지탄 대상이 됐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태도는 어떠했던가? 강기갑 대표가 민주당 한명숙 후보와 함께 ‘기호 2번’을 연호했고, 전국 곳곳에서 민주당과 한 몸이 돼 선거운동을 펼치는 등 낯 뜨거운 짓을 공공연하게 벌였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지도자가 스스로 앞장서서 “자본가정당을 지지해선 안 된다”는 정치방침을 어기고 나선 것이다.

개량주의 노동자당과 민주노총의 관료적 지도부가 사실상 민주당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은, 쇠퇴기 자본주의가 최악의 위기를 맞은 공황기에 필연적 모습이기도 하다. 야만적 공황을 불러온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해야만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을 사수할 수 있는데, 개량주의, 관료주의 지도부는 그럴 용기도, 의지도 없기에 민주당의 날개 밑으로 숨으려 한다.(2면 참조) 따라서 이들이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하는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며,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MB 심판”의 명분을 내세우며 민주당과의 합작을 지속할 것이다.

자본가 정당을 지지할 수 없었던 조직노동자들

정당명부 비례대표 결과를 놓고 보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이 지난 2008년 총선에서 151만여 표를 얻은 반면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는 무려 224만여 표를 얻었다. 대전을 제외한 전국 15개 광역시도 득표율이 거의 비슷하게 상승했는데, 이는 조직노동자들이 이탈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야권 단일화로 곳곳에서 민노당 후보들이 중도 사퇴했지만, 조직노동자들은 자본가정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조직노동자들은 노동자계급 중에서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부위로서, 민주당의 정치적 실체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등 이른바 ‘민주당 정권’들을 상대해봤고 충분히 경험해본 이들이다.
즉, 조직노동자들은 다음의 사실들을 잘 알고 있다. 타임오프제 국회 강행통과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자가 누구던가? 한때 ‘추다르크’로 불리며 민주당의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추미애가 아니었던가? ‘노동귀족’이라는 말을 가장 자주 사용하며 정규직 비정규직의 분할에 앞장섰던 세력은 다름 아닌 민주당 노무현 정권이었다. 민주당의 실체와 본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조직노동자들은, 비록 지도부가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하며 원칙을 헌신짝처럼 버렸음에도, 절대 자본가정당을 지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환상으로 진출하는 미조직노동자들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에 기대를 품고 민주당에 대거 표를 몰아준 쪽은 청년층을 비롯한 미조직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은 민주당의 실체를 제대로 겪어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이명박의 독주를 막을 대안세력으로 민주당을 선택했다. 조직노동자들은 자신들이 투쟁에 나설 때 민주당 권력도 한나라당 권력과 똑같은 탄압을 자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직접 겪어봤지만, 미조직노동자 층은 그런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들의 경우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이제 우리가 진출할 때”라는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비록 그것이 ‘민주당에 대한 환상’ 때문이라 할지라도, 미조직노동자들은 이명박이 독주하던 시절보다 뭔가 자신들이 진출할 공간이 넓어졌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년 동안 비정규직 투쟁사업장의 씨가 말랐다고 할 정도로 새로운 조직화와 노동자투쟁의 진출은 구경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비록 ‘민주당에 대한 환상’에서 출발한 것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새로운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와 진출의 가능성은 더 넓게 열리게 되었다. 과거 역사와 경험으로부터 본다면, 미조직노동자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이러한 가능성이 높은 부위는 “조직노동자의 근처에 있는 미조직노동자들”, 즉 조직노동자들의 투쟁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자신의 희망과 전망을 키워온 노동자층이 될 것이다. 최근 대학의 청소용역 노동자들, 그리고 건설부문의 굴삭기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진출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분석이 그저 예측에 머무르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4면 참조)

첫 번째 결론

이러한 분석으로부터 우리가 끌어내야 할 첫 번째 결론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사기저하에 빠져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촛불투쟁, 화물연대파업, 철도파업, 쌍용차투쟁, 용산투쟁 등 중요한 투쟁들이 있었다. 이 투쟁들이 성공하지 못함에 따라 많은 노동자들이 “그렇게 싸워도 안 되는구나” 하는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노동자대중이 결코 이명박 정부에게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는 저항 의지를 투표라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

조직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절대 자본가정당의 2중대 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조직노동자들 역시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서 대중의 의지와 열망이 무엇인지 스스로, 그리고 서로 간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웅크렸던 몸을 활짝 펴고, 이 의지와 열망을 하나로 끌어 모으기 위한 선진노동자들의 도전이 필요한 때다!

오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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