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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노해연_노동자계급을 선택하는 학생들
 정책위  | 2008·02·14 12:53 | HIT : 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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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계급을 선택하는 학생들


    노동자투쟁에 연대하면서 학생들이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의 하나는 이런 것입니다. "너는 노동자도 아니면서 왜 연대하는가?" 투쟁하는 노동자로 산다는 것이 고통스럽고 힘든 길임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노동자에게 학생의 모습은 때로는 건방지게 보일 수도, 때로는 우둔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연대하는 학생들이 갖는 가능성에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그 가능성이라는 것은? "당장에는 이 사회의 어떠한 계급에도 직접 속해있지 않지만 이후 노동자계급 속으로 편입될 가능성"을 의미할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특정 계급에 편입되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해나갑니다. 대학가를 휩쓸고 있는 토플, 토익 열풍이나< 고시바람 등을 그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열망은 주로 "자본가의 지위로 도약하는 것"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자본가의 위계질서에 편입되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보장받으려는 열망이며, 곧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입니다. 이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자본가계급을 지향하는 인간으로 성장합니다. 자본가로 도약하는 것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마치 일확천금의 확신으로 로또복권을 긁는 것처럼, 그들은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자본가의 길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그 길이 힘들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그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더욱 힘겨운 몸부림 속으로 녹아들어갑니다. 그들에게 그것 이외의 길은 비참한 인생, 쓰레기 같은 삶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노동자계급을 선택하는 학생들

    하지만 자본주의사회는 학생들이 생각하는 그런 환상적인 미래를 다수에게는 결코 열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사회는 학생들에게 자본가를 위해 봉사하는 노동자가 되라고 요구합니다. 사회는 끊임없이 지속되는 불황과 실업, 고용불안, 부익부 빈익빈 등을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을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선배들 손에 이끌려 가본 노동자투쟁의 현장은 자본주의사회의 치열한 전선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 사회에서 올바르게 산다는 것이 가능한가? 이상적인 자본주의사회가 혹시 헛소리는 아닐까? 도대체 올바로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빠져나올 수 없는 착취의 구조에 대해 조금씩 눈뜨기 시작합니다. 어떤 학생들은 이런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 모순을 극복해나가야 하는가? 다른 세계는 과연 가능한가?"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고민 속에서 어려운 탈출구보다는 쉬운 도피처를 택합니다. 세상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뛰어들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언론매체에서는 시시각각 인생을 즐기라고, 쉽게 살라고, 분수에 만족하라고 떠들어대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라고 합니다.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고 느끼는 학생조차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은 오직 앞을 향해 달려가는 길뿐입니다. 물론 달려가는 와중에도 문득문득 의심이 들 때가 있을 것입니다. 하기에 그들은 가끔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에 돈을 넣기도 하고, 간혹 재활원에 봉사활동을 가기도 합니다. 화물연대노동자들의 투쟁을 동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어쨌든 착하고 성실한 인간이라는 자족감으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자기 양심에 면죄부를 씌워주기 위한 행동일 뿐입니다. 자본주의사회를 살아가는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이 사회의 모순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본의 논리를 극복함으로써 사회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진정한 탈출구를 찾는 대신, 이 사회의 모순을 비껴갈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환상적인 도피처를 찾고 있습니다.

    반면, 비록 소수이지만 일부 학생들은 환상적인 도피처로 도망가는 대신 솔직하게 탈출구를 모색합니다. 그들은 지배자들이 덧씌워놓은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이 사회를 과학적으로 파악하려 노력합니다. 사람들의 필요가 아니라 오직 이윤을 위해 굴러가는 이 사회의 작동방식 자체가 모순을 낳는 범인이며, 그러한 사회를 넘어 노동해방을 이루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진실을 확고하게 부여잡습니다. 하기에 그 학생들은 노동자투쟁의 현장으로 기꺼이 달려갑니다. 그것은 오직 미래에 가장 멀리 전진할 수 있는 계급인 노동자계급이 바로 노동해방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며, 그 노동자들은 자본가와의 투쟁 속에서만 전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 학생들은 노동자와 확고한 연대의 틀을 구축하고 노동자투쟁을 지원하며, 그것을 통해 투사로 성장하는 것을 최고의 과제로 삼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자본가들에게 굽신거리면 그럭저럭 살 수는 있으며, 소수는 자본가계급으로 편입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굴종하며 구차한 삶을 사는 배부른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핍박받더라도 당당하게 투쟁하는 노동자가 되고자 할 뿐이다!"


    노동운동의 정신으로

    일부 학생들이 노동자계급의 길에 자신의 삶을 바치고 투사의 길을 가겠다는 고귀한 결의를 밝혔지만, 아직 너무나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는 노동자투쟁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관하여 경험과 내용이 부족하고, 많이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기에 학생들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노동자투사로서의 길을 확고히 가기 위해 자본주의의 구조, 노동자투쟁의 역사, 노동해방이라는 근본목표 등에 관해 학습함과 동시에 현실에서 벌어지는 맹렬한 투쟁에 연대합니다. 학생들은 노동자투쟁에 연대하면서 "지금 당장에는 우리의 힘이 미약하지만,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계급은 오직 노동자계급뿐이다!"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노동자투쟁들이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과 자긍심을 갖게 하지는 않습니다. 노동자 정신을 명확하게 사수하고자 분투하는 투쟁들만이 우리를 고무시키며, 더 높이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 예로 세원테크 동지들의 투쟁은 "노동자가 어떻게 살고,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모범적인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동지들은 투쟁하는 곳이라면 여성, 남성, 금속, 이주노동자를 가리지 않고 업종과 지역을 뛰어넘어 헌신적으로 연대했습니다. 자본가들이 우리 노동자들에게 심어놓은 경쟁, 분열, 이기주의 심리를 극복하고 전체 노동자가 단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행동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연대세력의 힘이 미약하고 구사대, 경찰, 깡패들에게 고립된 상황에서도 적들의 힘에 굴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힘이 미약해 죽을 수는 있어도, 비굴하게 물러설 수는 없다"며 굽히지 않는 기개로 공장을 사수했습니다. 또한 파업이 장기화되어서 너무나 고통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해고자문제나 손배가압류문제 등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교섭안을 총회민주주의로 부결시키고 계속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이는 현재 민주노조운동에 만연해 있는 (직권조인 따위로 나타나는) 관료화 경향을 박살내고 총회민주주의를 통해서 "조합원들의 운명은 조합원 스스로 결정한다"는 소중한 원칙을 다시금 보여주었고, 그 과정에서 해고자 원직복직을 제1의 요구로 내세움으로써 굳건한 집단주의 정신과 동료애를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원테크 투사 이현중 동지는 가난과 암이라는 거대한 병과 싸우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노동조합과 동지들을 저버리느니, 죽더라도 당당한 노동자로 죽겠다"고 말하며 노동자의 절개와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이렇듯 세원테크투쟁은 현재 이 나라 노동운동에서 서서히 잊혀지며 말로만 남게 된 단결과 연대의 정신, 경쟁과 분열을 극복하고 타인에 대한 착취를 거부하면서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주의, 단호한 희생정신, 노동자민주주의 등 노동운동의 소중한 원칙을 온몸으로 보여준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이렇듯 철저하게 노동자 정신에 입각해 전개되는 투쟁만이 이후 노동자투쟁 승리의 길을 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러한 투사들과 함께 하면서 이것이 참된 삶이라는 확신을 느끼며 기쁜 마음으로 노동자의 길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현재 많은 노동자들이 세원테크 동지들 같은 모범을 보이고 있지는 못하지만, 세원테크처럼 철저하게 노동자투쟁의 원칙을 사수하는 싸움들이 광범하게 확산된다면, 아직 투쟁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투쟁에 나설 것이고, 더욱더 많은 학생들이 노동운동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을 갖고 노동자의 길을 갈 것입니다. 이렇게 됐을 때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연대는 더욱 풍부해지고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넘어야 할 장애물

    그런데 우리는 이처럼 모범적인 투쟁을 보면서 확신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국노동운동의 부족한 부분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한 예로 유럽과 같은 경우 몇 백만 이상이 반전투쟁에 나서서 미국 제국주의 자본가들의 더러운 전쟁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했지만, 한국에서는 5,000명도 채 안되는 노동자들만이 반전투쟁을 전개했습니다. 또 최근 벌어진 노동법개악 저지투쟁은 자본가들에 맞서서 단 한번도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고 처절하게 패배했습니다. 이것은 한국노동자들이 "한국 전체 노동자대중의 이해를 대변하고, 더 나아가 국적은 다를지라도 다른 나라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자본가들의 착취와 억압을 우리에게 가해지는 것과 동일하게 사고하고 그들의 문제도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며, 이러한 억압과 착취의 원흉인 전체 자본가계급에 맞서 투쟁을 전개하는 정신과 능력" 즉, 정치투쟁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노동운동에 임하는 동지들에게 많은 과제를 남겨주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미래를 열어갈 계급으로서 노동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며, 현재 우리 운동의 과제는 "노동해방의 정신으로 민주노조운동을 혁신하고 정치투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노동자투쟁에 연대하면서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은 학생들에 대해 갖고 있는 일부 노동자 동지들의 편견과 관료적 태도입니다. "학생들은 너무나 현실을 모르고 원칙만을 이야기한다. 어린 너희들이 안다면 얼마나 아느냐? 학생들은 실무적인 역할, 몸대주기나 해라"라는 식으로 학생들의 결의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요새 문제가 되고 있는 "김정수씨 언어성폭력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노동운동의 전진에 도움이 안되며, 오히려 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 동지들은 투쟁하는 학생들을 "함께 노동해방의 길을 가는 동지"로서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 함께 투쟁에 관해 토론하고, 학생들에게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정확하게 지적하고 올바른 것을 가르쳐주며,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보람은 무엇인지,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지에 관해 함께 이야기하면서 학생 동지들의 용기와 의지를 격려하고 자신감을 심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동시에 학생들도 투쟁에 결합하면서 현실의 상황과 맞지 않는 무미건조한 원칙만을 강변하거나, 자신의 관념으로 투쟁을 재단하는 태도를 버리고, 헌신적으로 연대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배우고 믿을만한 동지로 입증받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동지들은 학생들에게 "동지들을 배려하고 사랑하며, 험한 일이나 크고 작은 투쟁에 먼저 나서서 행동하고,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고 투사의 길을 가며, 고된 노동을 하지만 열심히 노동자사상을 학습하는 올바른 노동자의 인간상"을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에게 "이런 사람이 바로 선진노동자다!"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이 길을 따라 학생들이 자신을 더욱 투철한 투사로 단련해나갈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것이 많은 학생들이지만 노동자투쟁에 헌신적으로 연대하고, 노동자투사들의 모범을 배우며 노동자의 길을 굽힘없이 가겠다는 결의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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