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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노해연-6호] 피를 흘리지 않고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정책위  | 2008·05·19 11:23 | HIT : 2,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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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를 흘리지 않고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손자병법 이야기>


      전투에는 상대가 있다. 어떤 고지를 장악하기 위해 전투를 벌이면, 그 고지를 사수하려는 적 병력과 충돌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만약 고지 장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즉 고지에 우리 깃발을 꽂기 위해 돌격하는 한 우리 병력의 일정한 손실은 불가피하다. 전투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면, 아무런 손실도 없이 전투가 끝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파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조직적 힘을 모아 자본가들과의 싸움에 나서는 파업은 일종의 전투다. 여기에서도 만약 우리가 승리를 바란다면, 일정한 손실과 피해는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투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맹렬하게 돌진하는 부대만이 전투의 주도권을 쥐면서 가장 적은 손실로 고지를 장악할 수 있다.
      그런데 전투경험을 갖지 못한 신병이 적 병력과의 교전을 두려워하듯이, 자본과의 투쟁경험으로 단련되지 못한 노동조합들은 대담한 투쟁계획을 채택하는 데에서 주저하기 쉽다. 최초의 투쟁에 돌입한 시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전투경험 속에서 신병이 단련되듯이, 노동조합들도 실제적인 투쟁 속에서 단련된다. 중요한 것은 이때 어떤 관점으로 하나하나의 투쟁에 임할 것인가다.
      만약 어떤 병사가 손에 피를 묻히기를 두려워한다면, 빗발치는 총탄에 자신이 당할 수도 있고 포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두려워한다면, 전투는 불가능하다. 파업도 똑같다. 수배가 떨어지고 구속될 수도 있다는 것을, 폭력경찰과 충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용역깡패가 들이닥칠 수도 있다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투쟁은 불가능하다. 투쟁이 제대로 안되는데 승리를 쟁취하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위협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손실을 감수할 각오를 하며 대담하게 싸워나간다면 그 노동조합은 하루하루의 투쟁 속에서 더욱 강건한 노동조합으로 단련될 것이다. 승리를 향해 성큼 다가갈 것이다.
      그런데 어떤 동지들은 대담한 투쟁을 피하면서도 승리를 얻기를 바란다. 이 동지들은 종종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잘 이기는 것이다.”라는 손자병법의 한 구절을 제시한다. 싸우지 않고도 이긴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손자병법에는 분명히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큰 승리”라는 취지의 글이 있다. 그러나 손자병법의 지은이 자신도 이런 주장은 단지 “바람직한 이상적 목표”라는 것(최소한 거의 일어나기 힘든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떤 한 구절이 아니라 글 전체를 차분하게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만약 손자병법의 지은이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여겼다면, 그는 “어떻게 하면 안 싸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전투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주제에 대해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연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손자병법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큰 승리”라는 구절을 제외한 나머지 글의 대부분은 “싸우지 않고 이길 가능성”에 대한 환상을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손자병법의 지은이도 결국에는 확실하게 준비하여 제대로 싸우는 것만이 우리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싸우지 않고 전투를 회피한다고 해서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철도노조와 가스공사노조의 지도부는 결집된 조합원들의 거대한 힘을 과감한 투쟁으로 이끌기를 두려워했다.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부대는 후퇴했다. 그러나 철도노조에서는 위원장을 비롯한 10명이, 가스공사노조에서는 위원장과 간부 4명이 “포로”가 되었다. 철도 노동자 185명에 대한 고소고발과 함께 대규모 징계가 진행중이다.
      이제 발전노조를 보자. 발전노조 동지들은 대담한 전투를 벌이는 대신 산개를 선택했다. 집회와 시위의 현장, 투쟁의 현장에는 발전노조 조합원들이 아니라 가족대책위, 공공연맹 및 민주노총 노동자들, 교수, 신부 등등이 전면에 나서있다. 주력부대는 후방으로 빠져 있고, 지원부대가 전선을 지키고 있다. 주객이 바뀌었다. 조합원들의 전투는 인터넷이라고 하는 “가상공간”에서만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조합원들이 이런 방식을 통해 “싸우지 않고 이기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손실은 발생하고 있다. 발전소를 점거한 것도 아니고, 기계를 부순 것도 아니며, 경찰저지선을 넘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단지 몸을 숨기고 있을 뿐인데 이미 위원장을 포함한 24명에게 체포영장이 떨어졌으며, 노조간부 47명이 해임조치되었다. 이미 고소당한 250명에 더해 추가로 250여 명에 대한 고소장이 기다리고 있다. 파업참가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와 손해배상청구, 급여차압 등이 예고되었다. 이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아니다. “싸우지 않는데도 피를 흘리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자! 투쟁이 없이는 단 하나의 성과물도 쟁취할 수 없으며, 저들의 탄압을 물리칠 수 없다. 투쟁의 힘이 가장 강력할 때 가장 멀리 전진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투쟁의 힘을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려야 한다. 피해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한 투쟁만이 우리의 손실을 최소로 만들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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