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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노해연-30호] (독자로부터) 탄핵반대 촛불시위가 노동운동에 던지는 과제
 정책위  | 2008·05·14 09:58 | HIT :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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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반대 촛불시위가 노동운동에 던지는 과제



    노무현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민주노동당, 민주노총을 비롯해 여러 단체들이 앞 다투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자신의 입장을 제출했다.

    각 단체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이번 탄핵가결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탄핵을 무효화시키고 '한민당' 보수정치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가 지배분파들 사이의 주도권을 둘러싼 이전투구일 뿐이므로 이 문제에 휘둘려 현재의 투쟁을 자제해선 안 되고 그대로 이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탄핵문제에 대한 이러한 분석과 태도는 광화문 촛불시위에 대한 입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보수정치권에 대한 대중의 정치적 불만이 높아진 상황을 충분히 활용해야 하며 적극적으로 운동에 개입한다면 시민단체로부터 노동운동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기에 촛불시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과 다른 한편으로 촛불시위는 '노무현 구하기'에 불과하기에 시민단체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우리의 갈 길을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대중의 광범위한 참여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탄핵반대 촛불시위는 노동운동을 정치적으로 성장시킬 계기였는가 아니면 단지 노동운동을 노사모의 2중대로 전락시키는 무대가 되었는가? 우리는 촛불시위와 같은 대중적 행동에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가?





    촛불시위의 성격


    탄핵가결 이후 시작된 광화문 촛불시위는 날을 거듭할수록 확대되었고 10만을 훌쩍 넘는 대중적 참여가 이뤄졌다. 차떼기 정치차금 비리, 비리정치인 석방안 가결, 권력을 둘러싼 이전투구로 자본가정치에 대한 환멸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그동안 수동화되어 왔던 대중이 자신들의 불만을 스스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광화문 촛불시위는 일정한 의의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촛불시위는 참여한 대중의 의도를 제대로 담아낼 그릇이 되지 못했고, 의도와는 다르게 한나라당, 민주당과 같은 낡아빠진 자본가세력을 좀 더 세련된 형태로 대중을 지배하는 열린우리당 자본가세력으로 교체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되었다.

    촛불시위에서는 단지 시민단체와 노사모가 제기하는 열린우리당 류의 부르주아 민주주의 요구인 의회주의의 사수와 탄핵무효만이 외쳐졌다. 그리고 노무현의 복귀요구 외에 다른 주장들은 강압적으로 통제되었다. 노동자들은 투쟁조끼를 벗고서야 집회에 참석할 자격이 주어졌고, 노무현 정부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참석한 투쟁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이방인으로 배척되었다. 한마디로 노동자계급의 요구와 독립적 참여가 철저히 배척되었다.

    광화문 집회 공간에는 투쟁하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파고들 여지는 없었고, 중간계급이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훼손한 한나라당, 민주당에 대한 비난과 노무현의 복귀만이 소리 높여 외쳐질 뿐이었다. 결국 대중은 자본가정치가 쳐놓은 수동성의 벽은 형식적으로 뛰어넘었지만 결국 중간계급 세력이 쳐놓은 부르주아 민주주의라는 울타리 내에서만 행동하는 수동적 존재로 내용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다함께 의 잘못된 주장


    이처럼 촛불시위가 중간계급의 요구를 표현하는 공간에 불과했음에도 다함께 는 계속해서 촛불시위에 대한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개입을 주장했다. 다함께 의 주장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탄핵 가결은 노무현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을 겨냥한 공격이라며 탄핵반대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주장이다.

    여기서 다함께 는 과거 1917년 러시아의 코르닐로프 반란에 맞선 볼셰비키당의 대응전술을 예로 드는데, 다함께 의 이 주장은 완전히 궤변이다. 1917년 당시 러시아의 코르닐로프 반란은 러시아 노동자계급의 진정한 힘에 위협을 느껴 소비에트와 노동조합, 볼셰비키당을 물리력으로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반란을 일으킨 것인 반면, 2004년 한국의 탄핵은 한나라당, 민주당과 같은 한 편의 자본가 파벌들이 다른 하나의 자본가 파벌인 열린우리당에 대해 공격한 것이다.

    따라서 1917년 당시 코르닐로프 반동쿠데타에 맞선 투쟁은 노동자 조직들과 노동자의 집회, 시위, 결사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노동자계급적 투쟁이었음에 반해, 2004년 한국의 탄핵반대 투쟁은 자본가 정치세력 사이의 이전투구에서 한 편을 노동자가 편드는 것에 불과하다. 즉 부르주아 민주주의 세력의 왼쪽 날개를 자임하면서, 그들의 꼬리가 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결국 다함께 의 탄핵반대 참여 주장은 과학적이고도 계급적인 현실인식에 근거하지 못한 것으로, 이들의 실천은 결과적으로 탄핵무효를 통해 노무현 구하기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 의도와 무관하게 촛불시위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노무현의 2중대가 되고 말았다.

    다함께 의 또 다른 주장은 탄핵반대 촛불시위의 주도권을 시민단체로부터 빼앗기 위해서 노동운동이 총파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총파업은 주머니칼처럼 원할 때 마음대로 꺼내들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총파업이 가능하기 위한 객관적 조건에 대한 검토 없이 총파업을 실행할 것을 강변하고,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경우 노동자들의 후진성만 탓하는 것은 왕창 어긋난 짓거리다.

    게다가 '한 자본가 세력의 들러리나 하는 것'에서 노동자들이 주도권을 빼앗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예를 들자. 회사의 공동운영자인 두 사장이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운다고 치자. 여기서 어느 한 편을 지지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한 사장이 더 표독하고 악독하다고 해서, 더 온건한 외양을 취하고 더 세련되게 행동하는 다른 한 사장을 구원하기 위해, 싸워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더욱이 노무현은 지금 현재 노동자투쟁을 진압하는 당사자인 상황에서 말이다.

    도둑놈들 사이의 다툼에서는 빠지는 것이 기본이다. 어느 한 쪽을 편드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들 모두에 맞서 반대할 수 있는 완벽히 다른 행동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탄핵반대와 관련된 다함께 의 주장은 결국 노동운동의 발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환상을 불어넣거나 사기저하만을 유발할 뿐이다.

    노동자의 힘이 제안하는 '민중탄핵'도 문제가 있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대안은 '민중이 탄핵의 주체가 되어 부르주아 의회를 깨끗하게 만들자는 것 혹은 노동자를 대변하는 대통령을 세우는 것'이 결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의회가 깨끗해질 수 있고, 노동자 민중대통령을 만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민주노동당 류의 의회주의가 사실 근본적으로 동일하게 관철된 결과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대안은 '낡아빠지고 부패한 부르주아 의회의 깨끗한 수선'이 아니다. 그것은 이 부르주아 착취 의회를 해체하고 노동자 민중을 대변하는 새로운 정치기구를 건설하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정치적, 조직적 준비의 필요성


    그러나 탄핵정국에서 아무런 정치적 행동도 하지 말자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탄핵정국에서 노동자계급이 취해야 할 정치적 태도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휴식시간 혹은 술자리에서 탄핵문제와 촛불시위를 화제로 내걸고 토론하고 있고,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여기서 노동자들의 정치적 관심을 더욱 자극하고 자본가언론과 시민단체들의 관점을 대체할 노동자의 입장과 태도를 제시하지 않고, 탄핵은 지금은 노동자들과 관계없는 문제이니 경제투쟁에만 몰두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대중을 탈정치화시키는 것이다.

    기존 부르주아 정치질서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이 폭발하고 행동으로 나아가는 것은 노동운동에 유리한 지형을 제공한다. 자본가 정치인들 서로 간의 진흙탕 싸움으로 열려진 빈틈을 노동운동이 파고든다면 폭넓은 대중에게 새로운 정치질서를 건설할 가능성과 전망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의 혼란은 국민에게 사기치고 착취와 억압을 합법화하는 국회와 같은 기구를 노동대중의 이해를 대변하고 대중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 기구로 바꾸고, 국민들 위에서 명령하는 관료적 행정기구들을 노동대중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기구를 대체하며, 나아가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한 착취질서를 노동대중의 필요에 기초한 생산질서로 바꿔야 함을 밝혀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을 제시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다. 기회를 활용할 정치적, 조직적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다가오는 기회란 힘을 준비할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채찍질일 뿐이다. 이번 탄핵정국이 그렇다. 자본가 정치분파들 간의 이전투구로 대중의 불신은 극에 달했지만, 노동운동은 새로운 정치질서에 대한 전망과 이를 실현할 주체적 힘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대중은 중간계급이 제시한 탄핵무효와 열린우리당 지지, 혹은 개량주의자들이 제기하는 '깨끗한 정당 지지를 통한 의회의 새단장'(한마디로 낡은 불판 갈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수백만의 노동자들이 사회의 기생충인 자본가 정치인들을 몰아내고 부르주아 의회체제를 넘어서서 진정한 민주주의 질서를 건설하자고 외칠 만큼 정치적으로 각성되어 있고, 전국적 총파업 투쟁을 조직할 노동해방정당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촛불시위의 참가자들은 탄핵 찬성과 반대라는 좁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자본가 정치질서냐 새로운 정치질서냐를 놓고 판단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상황의 주도권의 획득 여부는 노동운동의 정치적, 조직적 준비 정도에 달려있다.

    여기서 정치적 준비란 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고용안정과 같은 요구에만 갇히는 것이 아니라 착취와 억압의 질서를 연대와 노동에 기초한 새로운 생산질서로 대체하여 노동해방 사회를 건설해야 할 역사적 과제를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조직적 준비는 노동해방이라는 과학적이고 근본적인 사상으로 무장해 노동자들을 노동해방의 길로 이끌 노동해방정당을 건설할 과제를 뜻한다.





    미래를 쟁취하자!


    촛불시위는 결과적으로 집회 참가자들을 노무현의 근위대 역할로 이용한 것으로 끝이 났다. 촛불시위 기간 동안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탄핵반대는 전국민의 80% 이상의 입장이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다함께 와 같이 허무맹랑한 상황분석으로 부화뇌동해서는 안 되며, 노동자의 힘의 '민중탄핵'처럼 사이비 구호로 노동자계급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고 허풍떨어서도 안 되며, 그렇다고 정치적 무관심으로 일관하여서도 안 된다.

    탄핵반대 촛불시위는 정치에서 수동적인 존재로만 비춰졌던 대중도 만약 기회만 주어진다면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과학적인 상황분석을 기초로 우리의 주체적인 역량을 고려하여 노동운동을 노동해방의 깃발 아래 밀어나가는 정치적 준비와 진정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인 노동해방정당 건설이라는 조직적 준비다.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단숨에 획득하는 마술은 없다.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호흡하며 노동해방의 전망을 불어넣는 치열한 실천을 통해서만 우리는 준비될 수 있다. 준비하는 자만이 미래를 쟁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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