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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노해연-36호] (독자로부터) 현실에서 요구되는 헤게모니 투쟁
 정책위  | 2008·05·13 21:14 | HIT : 2,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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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에서 요구되는 헤게모니 투쟁



    ≪노동해방≫ 35호에 실린 [계급적 노동운동과 사회적 헤게모니]라는 글을 읽으며 우리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노동자들은 자본이 월례조회나 일상 조회 등을 통해 주입하는 자본가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거나 ‘말 되게 길게 하네, 지루하다’ 등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지만, 실제 이것은 우리 노동자들의 수동성을 잘 보여준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이런 저런 생산성향상 프로그램이나 노동강도 강화 시도, 구조조정 계획 등에 대해서 우리는 어떠한 의견제시도, 항의표시도 하지 않는다. 노조는 그런 각종 회사의 일에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제2의 노무부서’로서 어용노조의 모습이 이런 것을 말하는구나 싶을 정도다. 노동자들은 방관자로, 시키는 대로 일하는 노예로 위치지어지면서 회사 내의 ‘헤게모니’는 당연하게 사측이 꽉 틀어쥐고 있다.

    회사는 워크아웃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제안제도’를 구체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어용노조 간부들과 회사 관리자들이 함께 워크샵을 갖고 있다. 또한 분임토론 활성화를 위해 분임조를 짜고 포상제도를 새롭게 만드는 등 노동자들이 오직 회사 살리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희생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아직 공표만 되고 실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곧 분임토론을 강제할 것이다. 생산성향상운동에 동참하라고 관리자들은 물론이고 노조가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어용노조는 임금협상이 끝나기 무섭게 간부수련회를 핑계로 회사 관리자들과 함께 워크샵을 갖고 회사 살리기를 위한 노력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일상적인 이데올로기 공세가 큰 역할을 담당한다.

    “자본가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광범한 노동대중에게 한국자본주의가 연결되어 있는 세계자본주의의 총체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세계 속에서, 그리고 첨예화되고 있는 세계경쟁 속에서 한국자본주의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다루며,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광범한 대중에게 사회적 해결책을 제시하려 노력한다. 그것은 해외자본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것이고, 세계경쟁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과 임금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계급적 노동운동과 사회적 헤게모니] 중에서)

    이 주장은 현장에서 피부에 와 닿고 있다. “요즘은 노자대립이 아니라 노노대립 시대다. 여러분의 적은 바로 중국노동자들이다.” 우리 회사 관리자가 월례조회에서 한 말이다. 우리 회사는 매월 첫째 날 전체 직원을 모아놓고 월례조회를 한다. 국민의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본부장(공장장과 비슷한 직책) 연설, 사가 제창 등을 하는 월례조회는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이데올로기 공세를 하는 효과적인 장치다. 관리자는 늘 전체 경제상태, 외국과의 경쟁의 어려움, 생산성향상을 위한 노사협력의 필요성, 특히 노동자들의 희생과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는 연설을 한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그들이 말하는 경쟁이데올로기, 노사협력과 고통분담의 필요성에 자연스럽게 동조하게 된다.

    자본가들은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중국노동자의 임금이 얼마나 싼지(회사에 중국인 연수생이 있어서 이런 비교는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따라서 우리가 가격경쟁에서 뒤쳐지기 때문에 얼마나 불리한지를 역설한다. 이것은 협박에 다름 아니다 : “우리가 너희를 다 자르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라, 워크아웃 상태에서 주5일제를 도입하고 임금인상을 해 주었으니 더욱 열심히 회사 살리기에 앞장서라. 이 회사는 현재 오너가 없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주인이다. 회사의 흥망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등등.

    이런 자본가의 주장은 어용노조 꼭두각시의 입을 타고 재방송되며, 이것이 노사협조주의의 기초가 되고 있다. 그런데 자본에 적대적인 관점을 가지고 계급투쟁으로서 노조활동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노사화합만이 살 길이라며 회사 살리기에 열성인 어용노조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조직된 노동운동마저 계급성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주도권을 노동자계급이, 노동운동이 움켜잡고 노동해방을 위해 전진해나가기 위한 노력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회사 상황에서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아직은 초보적인 조직화 시도조차 하고 있지 못한 처지이지만, 앞으로 노조민주화 나아가서 계급적 노동운동의 일부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작은 기초가 될 수 있도록 현장 내에서 더욱 분투하지 않는다면 나 또한 암울한 현장에서 수동성에 물들어 자본의 노예처럼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을 결의한 모든 선진노동자들이 자기 가슴에 깊이 새기고 실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특히 현장에서 견지해야 할 기본정신이 무엇인지를 ≪노동해방≫은 잘 말해 주고 있다.

    “계급타협 정신은 노동자계급의 사회적 주도권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100%의 확실성으로 자본가계급의 사회적 주도권을 향한다. 왜냐하면 여기서 가장 근본적인 전제는 자본의 이윤축적, 자본주의의 원활한 작동인데, 이 전제 하에서는 자본가계급의 논리가 상황을 주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노사가 함께 이윤을 나누고, 심지어는 일부를 중소기업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분배하더라도, 그 전제는 ‘이윤을 늘리는 것’인데 이 전제에 입각하면 자본가의 모든 논리와 주장을 노동자는 승인해야만 한다. 노동자계급의 사회적 주도권은 단호한 계급투쟁의 길을 통해서만 활짝 열릴 수 있다. 사회적 주도권을 둘러싼 전투에서 노동자계급이 승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은 자기 계급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계급적 노동운동과 사회적 헤게모니] 중에서)

    앞으로도 ≪노동해방≫이 선진노동자들에게 나아갈 길을 일러주는 든든한 지도자이자 동반자가 되리라 믿는다.[노동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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