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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노해연-56호] ≪자동차 절망 공장≫ 최악의 노동지옥, 도요타 체험기(1995년, 우리일터기획)
 정책위  | 2008·06·23 12:59 | HIT : 3,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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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자동차 절망 공장≫ 최악의 노동지옥, 도요타 체험기(1995년, 우리일터기획)


    도요타는 올해 1/4분기 판매실적에서 지난 74년 동안 1위를 고수하던 미국의 GM을 제치고 세계 1위 업체로 등극했다. 이런 바람을 타고 다시 한 번 도요타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른바 도요타만의 독특한 경영철학, 생산방식, 제안제도, 노사상생의 문화 등은 각종 경제학 교과서, 논문, 강연, 신문, 방송 등 수천 가지 수단을 통해 세계 도처로 보급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50여 년 동안 연속흑자를 기록하고 단 한 번의 파업도 없었다는 도요타의 성공신화는 이미 모든 자본가들 사이에서 하나의 복음처럼 숭배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도요타의 종신고용신화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노동자들을 ‘노사협조주의’가 대안인 것처럼 현혹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매년 도요타가 거둬들이는 천문학적 이윤의 진정한 비밀은 무엇일까? 도대체 이른바 노사상생의 실체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소개할 가마타 사토시의 ≪자동차 절망 공장≫은 이러한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은 ‘어느 계절공의 일기’라는 부제처럼 르뽀 작가인 저자가 1972년 9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도요타에서 기간제 노동자로 일한 경험을 정리한 글이다. 저자는 자신의 책에서 그가 ‘살인라인’ 이라고 저주했던 도요타의 참혹한 노동조건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도요타가 축적한 막대한 부가 사실은 노동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수탈의 결과임을 낱낱이 폭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자동차 절망 공장≫은 도요타 신화 뒤편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절망과 한숨, 분노 그리고 인간답게 살고 싶은 열망을 담고 있다.    
    이 책이 일본에서 출판된 지도 어언 34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저자가 고발한 당시 도요타의 참혹한 노동현실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3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빛을 잃지 않고 있다. 먼저 당시 상황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도요타식 생산합리화의 역사부터 살펴보자.

    도요타 생산방식의 탄생과 완성
    도요타식 생산합리화는 194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먼저 모든 작업을 세분화/단순화하는 작업표준화로 숙련노동을 타파하고 기계화/자동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후, 작업장은 낭비를 최소화하는 연속생산방식이 확립되었다. 이 방식은 이것을 고안한 오노라는 관리자의 이름을 따서 오노라인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도요타 생산방식의 모태가 되었다. 하지만 오노방식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 도요타 노동자들의 파업을 제압하고 나서다. 도요타 안의 약 300명의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했던 당시 파업에 대해서는 “공장 안은 적기가 나부끼고, 유인물이 뿌려졌으며 인터내셔널가가 울려 퍼졌다(240쪽)”고 기록되었다. 하지만 파업은 2,146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면서 패배로 막을 내린다.
    이때부터 자본가들은 현장의 주도권을 확고히 장악하기 시작했고 반대로 노동자들은 끔찍한 재앙에 직면하기 시작했다. 우선 첫 번째로 노동조합은 철저히 어용화되어 1956년에는 회사와 더불어 ‘생산성 향상운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1962년에는 “일본의 노동운동에 충격을 준 <노사선언>이 출현”했는데, 그 내용은 “①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통해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한다. ② 노사관계는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③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의 번영과 노동조건의 유지/개선을 도모한다.(248쪽)”는 것이다. 그래서 도요타의 노동조합은 이미 50년 전부터 “단지 기업의 번영을 위해 노동자들을 몰아세우고, 거기서 떨어지는 약간의 떡고물을 분배하는 기관이 되어버렸다.(249쪽)”
    (불행하게도 이곳 한국에서도 이른바 민주노조들의 상당수가 이러한 ‘충격적인 노사선언’-당시 일본에서는 어용노조 선언으로 간주되었던 바로 그러한 선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관행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회사 살리기, 회사 번영의 전제 하에서, 다만 거기서 떨어지는 떡고물을 어느 정도 받아먹을 것인지를 둘러싸고 노조 좌우파가 노선투쟁을 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곱씹어보아야 한다.)
    두 번째로 1950년 파업 이후, 자본가들은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비정규직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1956년 계약기간 2개월짜리의 임시공 제도 도입을 시작으로 양성공(실습생), 계절공(기간제)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을 확대해나갔다.  
    이렇게 도요타 자본은 1950년대~60년대를 거치면서 ‘노사협조주의 안착’과 ‘비정규직 도입/확대’를 기반으로 적기생산방식(just in time)[주1]과 자동화를 주축으로 하는 도요타 생산방식을 완성했던 것이다(적기생산방식은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에 필요한 만큼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서, “그 만큼을 해서 만약에 시간이 남게 되면 이것은 낭비라고 판단하여 그 부분을 없애는 조작을 가능하게 하여, 인원을 삭감하고, 노동자들 간의 작업과 작업 사이에 잠깐 손을 놓을 수 있는 시간을 제로로 만들어버렸다.(261쪽)”)
    그 후 도요타 생산방식은 1980년대에는 미국 MIT 석학들로부터 ‘유연(lean)생산방식’이라고 명명되면서 칭송받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서구의 학자들로부터도 혁신적인 생산방식으로 평가되었다. 그래서 도요타 생산방식은 일본 현지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의 공장으로 속속 도입되었고, 지금도 많은 자본가들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극히 합리적인 생산방식으로 추앙받고 있는 도요타 생산방식이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어떻게 관철되었을까? 다음 장에서는 이 점을 살펴볼 것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가마타 사토시를 따라 도요타 공장 안으로 들어가 보자.

    조금도 쉴 틈을 주지마라-도요타의 노동강도
    도요타에 입사한 저자는 미션부착 공정에 처음으로 투입되어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곧 엄청난 노동강도에 시달렸던 그는 당시의 끔직한 경험을 이렇게 적고 있다.
    “엄청난 피로감. 노동밀도라는 단어가 있지만, 이렇게 1초도 자유롭게 놔두지 않는 노동밀도가 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몰랐었다.(40쪽)”
    “도요타에 오면, 누구나 5, 6키로는 말라.”
    “나는 10키로 빠졌어.”
    “야근 때문에 위장이 나빠지질 않나, 잠도 못 자지, 좋은 일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어.”
    “조만간에 회사에서 장의사도 시작한대.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서 말야.(174쪽)”
    도요타의 창업자인 도요타 가이치로는 “마른수건도 지혜를 모으면 다시 짤 수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리고 이러한 무서운 창업이념에 따라 도요타 자본가들은 과거 테일러 작업관리 방식, 포드생산방식을 뛰어 넘어 더욱 더 철저하게 노동력을 쥐어짜는 도요타 생산방식, 아니 배가된 착취방식을 고안했다. 당연히 이런 생산방식은 노동자들을 인간한계의 극단에 다다를 정도로 혹사시켰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게 단 1초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극악한 노동력 착취를 ‘생산 합리화’라고 자랑스럽게 지껄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도요타가 자랑하는 공정 개선, 생산 합리화는 사실 무한대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진실한 원가절감은 인원수를 줄이고서야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그러므로 공정의 개선은 어디까지나 인원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않된다.(≪도요타식 생산시스템≫. 262쪽에서 재인용)”

    다치고 죽어가는 노동자들-도요타의 산업재해 사망자 처리법
    “도요타 직공은 얼굴만 봐도 안다. 마르고 창백하고 충혈된 눈.(148쪽)”
    “도요타에서 죽거나 다친 얘기는 자주 듣는데, 그 때문에 라인이 멈춰 섰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걸.”
    “반장, 조장 중에는 손가락이 한두 개 없는 사람이 많아.”
    “잘 아는 조장 중에 양손 손가락이 다 잘려서 얼굴도 못 씻는 자가 있어요. 물이 다 새어나가 버려.”
    “프레스에서 미끄러져서 말야. 턱이 끼어버린 사람이 있어. 그래서 얼굴이 그만 없어져버린 거야. 금형이 온통 피로 물들었어.(170쪽)”
    도요타가 이룩한 거대한 부의 성채는 이렇게 노동자의 피와 땀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도요타에서 노동자들의 과로사와 자살은 은폐되기 일쑤였다. 심지어 명백한 산재사망 사고조차도 ‘업무상 사고’로 취급될 뿐이다. 게다가 도요타에서는 “죽어야만 비로소 ‘중대재해’라고 발표되는 정도다. 잘린 손가락, 떨어져나간 한쪽 팔, 문드러진 발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는 성명도, ‘애도’의 뜻도 표하지 않는다.(142쪽)”

    노동자 분열/통제 전략-도요타의 제안제도(QC써클, 분임조 활동)
    도요타 생산방식과 더불어 대대적으로 선전되는 것이 이른바 제안제도이다. 도요타 자본가들은 제안제도에 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전원 참가형 경영’ 이라고 부른다. 실제 도요타에서는 “매년 제안건수가 60~70만 건으로 노동자 1인 당 11건 정도”(2004년 7월 19일자 ≪중앙일보≫)라고 한다.
    이런 주장만 본다면 마치 도요타 노동자들이 노동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경영에도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실은 이와 정반대에 있다. 우선 자본주의사회에서 제안제도는 기계화, 자동화, 신기술 도입 등과 마찬가지로 오직 자본가들의 이윤확대라는 목적에 철저히 종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령 노동자가 공구의 개량 혹은 작업장 구조개선 등을 제안하더라도 이것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강도 저하가 아니라 인원감축과 노동강도 강화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이것은 기계화, 자동화, 신기술 도입이 오히려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의 원인으로 둔갑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다. 그래서 죽었다 깨어나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제안제도에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해서 창의력을 모아내는 것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업무시간 외에 이루어지는 제안제도에 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이야기다. 그렇다면 도요타에서 제안제도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휴식시간이 온전히 이용된다는 것은 이 회사에서는 당연지사가 되었다. 내가 일하는 현장에서는 오늘 10분 정도 주임이 모두를 모아놓고, 창의연구 제안이 적다고 심하게 채근. 조장에게 30건, 한 사람 당 두건의 제안용지를 강제로 떠넘겼다. 제안건수는 보험실적처럼, 혹은 캬바레의 지명건수처럼 개인별 막대그래프가 되어 대기소에 붙여진다.(97쪽)”
    그렇다. 결국 도요타의 제안제도 역시 노동자들의 자율성의 자자도 찾아 볼 수도 없으며 철저히 관리자들의 주도하에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따라서 제안제도가 처음부터 활성화될 수는 없었다. 그러자 교활한 자본가들은 제안을 유도하기 위해 임금, 인사고과에 혜택을 부여하는 등 미끼를 내놓았다. 그래서 제안건수에 따라 직원들 사이의 경쟁심을 유발해서 노동자의 분열을 획책했던 것이다.
    결국 제안제도는 자본의 노무관리 도구에 불과했다. 게다가 도요타의 제안제도란 노동자들의 공짜노동(휴식시간)을 갈취해서 품질관리, 원가절감 등 자본가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이것은 노동자의 자주적 조직과 단결투쟁력이 와해된 상태에서, 완전히 무장해제된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될 수 있었다. 일본노동운동의 궤멸적 상황이 그것을 가능케 했던 토대였다.

    종신고용 신화-도요타에서는 1950년 이후 단 한 번의 해고도 없었다?
    도요타를 언급할 때 빈번하게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종신고용 신화다. 가령 창업주의 경영철학이 “어떠한 경우에도 종업원의 해고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마치 도요타 경영진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자한 자본가라도 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가들의 고용보장 노력 덕분에 도요타에서 노사갈등은 전혀 없으며 노사상생의 분위기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4년 연속 사상최대의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노동자 임금을 동결한 것을 언론은 마치 훈훈한 미담처럼 전하고 있다. 결국 자본가언론이 전파하고자 하는 주장은 파업이란 노사 공멸의 길이며 노사화합만이 노동자의 생존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는 매년 임단투 때마다 도요타 사례가 언급되면서 한국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도요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종신고용의 실체는 무엇일까?
    “1950년의 레드퍼지를 중심으로 한 대량해고 후, 도요타는 노동자의 신규채용을 자제했다. 증대하는 생산량에 대해서도 노동강화로 대처해 왔다. 그리고 노동강화 만으로는 미처 해결할 수 없게 되어서야, 56년부터 임시공 제도를 두었다. 그 후의 생산증대 과정은 신분에 대한 보장이 없는 임시공의 증대과정이기도 했다.(249쪽)”
    도요타에서 지난 50여 년간 해고가 없었다는 것은 오직 정규직 노동자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이다. 대신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30%에서 많게는 50%까지 확대되었으며 이들이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전판’ 역할을 했을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는 일상적으로 자행되었다. 결국 도요타의 종신고용 신화는 완전 허구였고, 자본에 의해 저임금과 일상적인 해고에 시달리는 희생양-비정규직 노동자-을 고려하지 않을 때만 성립되는 얘기에 지나지 않았다.
    30~50%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마음대로 해고되는 공장이 종신고용의 신화를 쓴 공장으로 묘사되다니 이 얼마나 가증스런 거짓말이란 말인가? 이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배제한 채 자본과 정규직 노조 간의 ‘고용안정협약서’를 만든 뒤, 심지어는 이것을 위해 ‘비정규직을 안전판으로 도입하도록 명문화한 뒤’ 이를 고용안정의 성과로 포장하는 한국 노조관료들의 위선만큼이나 역겨운 것이다. 그런데 그 따위 작자가 바로 금속산별 초대 위원장인 현자 정갑득인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한국 노동조합운동이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한국 노동조합운동은 일본처럼 전락할 위험 지경에 있는가, 아니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볼 때 이미 일본만큼이나 추락해버린 상황인지, 곰곰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도요타의 강점은 비정규직을 활용한 생산조정과 기업부담 억제에 있다. 그런 부담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떠넘긴 것이다. 도요타 종신고용제 뒷면엔 ‘비정규직이 전체직원의 30%’ ···”(2006년 5월 10일자 ≪한겨레≫)
    그런데 도요타는 나아가서 사내 비정규직만이 아니라 하청업체 비정규직(이주노동자들)마저 무자비하게 쥐어짜서 막대한 이윤을 거두고 있다
    “도요타시 호미단지에는 3,500여명의 일본계 중남미인들이 살고 있다. 대다수가 도요타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 도요타는 ‘세계 최저보다 10% 더 비용을 삭감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도요타 쥐어짜기의 부담은 하청업체로 고스란히 넘어가, 의료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의 초장기 저임 노동을 낳고 있다.”(2006년 5월 10일자 ≪한겨레≫)

    절망 공장에서 벗어나는 길
    지금까지 독자들은 도요타의 실상을 접하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끔찍할 것이라는 상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도요타의 생산방식은 대부분 현대차, 기아차 등에서 적용되고 있다. 다만 일본과 달리 한국의 노동조합들은 아직 완전히 무력화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도요타 생산방식이 완전히 정착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제안제도와 같은 현장통제수단도 아직은 소수 관리자들을 중심으로 유지될 뿐 현장노동자들 속으로까지 쉽게 관철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것은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전후로 하는 노동자투쟁의 강렬한 전통과 기억을 아직 완전히 상실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자동차산업에서 고참 조합원들로 버티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자본가들은 경쟁력 강화 등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치며 더욱 더 빈번하게 도요타 사례를 현장에 보급하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자본가들의 공세에 노동조합주의 지도자들은 아직까지 개량적이고 조합주의적인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 아니 사실상 일본 어용노조 관료들의 전철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가령 금속노조 중앙부터 단사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유지와 고용보장을 위해 국내자동차 산업 보호, 경쟁력 강화 따위를 외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조합주의자들의 주장은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등의 저 악명 높은 도요타 노사선언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정규직 조합원들의 생존권 보호라는 가장 선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개량적이고 조합주의적인 전망은 결국 경쟁력 강화 따위의 자본가들의 논리에 포섭될 수밖에 없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전락시키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인 단결투쟁력과 노동자의 날카로운 계급의식, 전국적인 노동자 단결의식을 해체함으로써 노동자들을 절망으로 내몬다. 자본주의 이윤경쟁체제를 뛰어넘는 변혁적 전망에 입각한 현장 투사들을 양성하고 조직하며, 바로 이들을 기반으로 한 현장 노동운동이 자리 잡을 때만 희망을 열 수 있다.
    일본 도요타의 경우에도, 수백의 공산당 투사들이 현장에서 뿌리 뽑히고, 공산당이 노조관료층과 결탁하고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는 개량주의 조직으로 변질함으로써 노동자투쟁과 의식의 구심이 사라졌다는 점을 빼놓고는 그 절망적 상황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전노협 운동을 일구고, 현대중공업 골리앗투쟁을 일군 수천의 선진적 노동자투사들은 더 이상 지금 한국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민주노조의 깃발이 올라갔던 모든 대공장, 대기업들이 지금 하나같이 절망 공장으로 추락하고 있는 가장 본질적 이유이다. 오직 자본주의 체제에 대담하게 맞설 수 있고, 노동해방 의식으로 무장한 선진적 투사들이 현장에서 다시 탄생하고 세력화되며 노동대중의 지도자로 우뚝 설 때만 나날이 강화되는 자본가들의 공격과 온갖 이데올로기 공세를 차단하고 현장을 살맛나는 일터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자동차 절망 공장은 비단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한국의 수많은 중소기업들에서, 자동차 하청공장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속에서 자동차 절망 공장들은 널리 퍼져 있다. 또한 자동차 대공장 정규직의 경우에도 점점 더 빠르게 자동차 절망 공장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늪에 완전히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은 과거 자주적 현장투쟁의 기억을 갖고 있는 고참 평조합원 세대가 아직 현장에 남아 있기 때문일 뿐이다. 그러나 이 세대는 급속하게 노쇠화하고 있고, 오래 지나지 않아 계급투쟁의 경험이 없는 새로운 조합원들로 현장은 재구성될 수밖에 없다. 그 때 일본 도요타의 절망 공장이 한국에서도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등장할 가능성은 누구도 배제할 수 없다.
    ‘절망스럽고 고통스런 현장 상황’, 이것으로는 무엇도 바꿀 수 없음을 일본 도요타는 명확히 보여준다. 노동자들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뒤에서야 투쟁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망가질 것도 없을 정도로 절망 상태에 빠진 노동자들이 이곳 한국에서도 이미 흘러넘치고 있지 않은가?
    더 늦기 전에 대안을 조직해나가야 한다. 노동자의 혁명적 계급의식으로 무장한 선진 노동자 투사들을 양성하고 조직화하며 현장의 지도자로 차분히 키워나가는 오랜 분투만이 대안을 보여줄 수 있다. 개량주의 의식으로 똘똘 뭉친 노조 관료층은 절망 공장을 양성하는 공범에 불과하다. 기업의 번영과 생존을 위해 협조하고 심지어는 회사발전계획을 내놓으라고 주문하면서, 이렇게 해서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된 자본가들에게서 떨어지는 약간의 떡고물을 더 많이 받아내는 데만 집착하는 조합주의 활동가들을 통해서는 절대 그런 대안을 창조할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자동차 절망 공장≫을 통해서 얻어야할 진정한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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