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0일의 시위대열 - 누적된 불만의 폭발이 시작되고 있다]
노동자의 요구를 내걸고 정치총파업에 나서자!
[2008년 6월 10일 총파업 특보]
도저히 못 살겠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물가폭등 해결하고 생활임금 보장하라!
공공부문 사유화와 구조조정 중단하라!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확대하라!
최저임금 · 최저생계비 대폭 인상으로 기본생활 보장하라!
비정규직 철폐하라! 정리해고 폐지하라!
노동자 민중 다 죽이는 이명박은 퇴진하라!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촛불집회/거리시위는, 노동자 민중들에게 단지 광우병 쇠고기 반대만이 아니라 빠르게 심화되는 자본주의 위기로 인한 전반적인 불만과 분노를 드러내는 하나의 출구가 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탄생시킨 힘도 바로 그것이었다. 노동자 민중의 고통은 신자유주의 집행자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분노로 집약되었다. 올바른 대안을 찾지 못한 노동자 민중은 ‘경제 살리기’를 내건 이명박에게 희망을 걸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명박에 대한 ‘묻지 마’ 기대는 거대한 실망으로, 그리고 분노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명박의 모든 정책이 의심받게 되었고, 경찰을 비롯한 모든 정부기관들이 불신받기 시작했으며, 노동자투쟁의 자신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물가폭등으로 피부에 다가온 세계 자본주의 위기 심화
노동자 민중의 불만과 분노의 밑바닥에는 유가폭등·물가폭등으로 대표되는 세계자본주의 위기 심화가 놓여 있다. 생산 부문에서 이윤이 안 나오자 각종 투기를 일삼던 세계 자본가들이, 달러화와 부동산 거품이 푹 꺼져버리자 새로운 투기대상을 찾아 헤매다가 원자재 시장으로 몰려들었는데, 그로부터 석유·곡물 가격이 폭등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하루에 50원씩 오르는 기름값! 전기·가스·대중교통요금 인상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노동자들의 삶은 암담하기만 하다. 이른바 ‘MB 물가지수'로 불리는 52개 생활필수품목의 5월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 상승했다. 5월의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9%에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에게 속았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이명박 지지율과 임금만 빼고 모든 것이 다 오르고 있다.”
이제 막 표출되기 시작한 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
이로부터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쪽은 당연히 노동자들이었다. 치솟는 경유가로 당장 생활고에 빠지게 된 화물운송·건설운송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조직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먼저 화물연대가 경유가 인하, 운반비 인상을 내걸고 6월9일 파업찬반투표에서 90.8%의 압도적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하였다.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덤프·레미콘)가 대의원회 만장일치로 6월16일부터 전면파업 돌입을 결의했다.
지난 몇 년 사이 거대한 투쟁을 경험하고 상당수 노동자를 조직해본 경험이 있는 화물운송·건설운송의 조직노동자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조직노동자들이 결단하고 나서자 미조직 노동자들도 화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화물연대가 5월10일 총파업을 선포하자 지금까지 1~2천명의 노동자들이 화물연대로 가입원서를 냈다. 영종도 하늘도시 공사장에서 건설노조 조합원 17명이 시작한 파업에, 삽시간만에 2백여 명의 비조합원이 결합하여 공사장 전체를 스톱시켰다. 밑바닥 노동자들의 역동적 진출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생존권 요구를 전면에 내걸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쇠고기 재협상 ▲시장화·사유화 정책 폐기 ▲대운하 반대 ▲기름값·물가폭등 저지를 내걸고 6월 10~14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가진 후, 15일 총파업 세부일정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이 지금이라도 총파업에 나서기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4대 요구는 이제 막 표출되기 시작한 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를 분출시킬 출구로서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를 전면에 담은 것이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 이명박의 가장 인기 없는 정책 1위에서 4위까지를 옮겨 온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4대 요구가 통합민주당의 현재 입장과 무엇이 다른지 헷갈릴 정도이다.
쇠고기 사태로 인한 촛불시위는 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가 표출되는 하나의 통로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시위에 나선 노동자들의 심리는 이런 것이다. “광우병 아니라도 노동자들 죽을 일 쌔고 쌨다. 하루에 7명씩 산재로 죽어가고, 장시간 노동 죽어라 뺑이 치며 과로로 죽어가고, 비정규직과 실업으로 굶어 죽어간다! 그런데 여기에다 광우병 소까지 쳐 먹으라고?”
따라서 총파업의 요구는 다음과 같이 노동자 생존권 요구를 전면에 내걸어야 한다. “도저히 못 살겠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물가폭등 해결하고 생활임금 보장하라!”, “공공부문 사유화와 구조조정 중단하라!”,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확대하라!”, “최저임금·최저생계비 대폭 인상으로 기본생활 보장하라!”, “비정규직 철폐하라!”, “정리해고 폐지하라!”, “노동자 민중 다 죽이는 이명박은 퇴진하라!”
끝장을 보는 실질적인 정치총파업으로 발전시키자!
물론 화물·건설의 총파업 결의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현장에서 노동자 생존권을 전면에 내건 총파업의 열기가 충분히 달궈지고 있지는 않다. 촛불시위로 인한 이명박의 추락이 현장 노동자들의 자신감 회복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 10년 동안 쌓여 온 관료화와 패배주의가 조직노동자의 분출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힌 곳을 제대로 뚫어줄 수 있는 길은 아래로부터 현장 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를 전면적인 총파업에 대한 결의와 열망으로 승화시켜내는 길 뿐이다.
5월10일에 선언된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덤프·레미콘 노동자들의 역동적 진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아래로부터 전면파업의 요구가 쏟아지며 지도부를 강제해 6.16 전면파업 결의가 이뤄졌다. 역으로 덤프·레미콘의 총파업 결정은 다시 화물연대의 투쟁기운에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압도적 찬성으로 총파업을 가결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화물과 건설이 상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에게도 분명히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똑같이 경유를 넣는 버스노동자들의 가슴도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가스 값 급등으로 호주머니가 텅텅 비어가는 택시 노동자들에게도 참을 수 없는 임계점이 가까워오고 있다. 운수노조라는 산별노조를 함께 만든 철도 노동자들의 마음 또한 “뭔가 한판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덤프·레미콘과 친숙한 건설플랜트 노동자들 또한 6월 하순 총파업 결의로 뒤따를 예정이다.
이렇게 각각의 투쟁이 다른 부문 노동자들에게 영향력과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올라가고 있기에, 우리의 시야를 전체 노동자들로 넓히고 개별 투쟁으로부터 실질적인 정치총파업의 동력을 만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굳건한 확신을 갖고 현장에서 이를 밀어붙일 동지들의 헌신과 결단만 있다면!
다가올 대회전 : 노동자 살리기 VS 자본가 살리기
이명박과 자본가들 역시 노동자들의 불만이 어느 지점에서 분출될 것인지를 정확히 예측하며 전열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명박은 지난 4일 독립유공자 초청 오찬에서 “세계경제 불가항력적 상황 … 그렇다고 이런 위기 상황에 대해 준비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자본가들은 “촛불집회가 노동자들의 하투(夏鬪)로 연결될까 무섭다”며 고백하고 있다. 이명박과 자본가들 또한 촛불시위로 시작된 국면은, 최종적으로 노동자와 자본가의 싸움으로 귀결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자본주의 경제를 주물러 온 자본가들이 급격한 자본주의 위기 심화의 책임을 지고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위기 심화로 인한 고통을 전담하며 희생당할 것인가?”
노동자 생존권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노동자 살리기 정치총파업’을 조직하자!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노를 모아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노동자 죽이기’에 맞선 ‘노동자 살리기’ 대투쟁을 만들어내는 것! 이병렬 열사를 가슴에 묻고 바로 지금부터 시작하자! 오늘부터 시작되는 파업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인 가결로 총파업으로 나아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