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주의 당 건설운동 전면화를 위한 전국공동토론회> 2차 울산지역 토론 장면
[전국공동토론회] ‘ 변혁전략 ’ 토론에서 제기된 쟁점과 토론회 경과
<가자! 노동해방> 25호 기사(2009년 3월 19일자)
[서울] 변혁전략 - 계급투쟁 관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3월 6일 열린 2차 전국공동토론회는 변혁전략을 주제로 했다. 주제 자체가 포괄적인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논점들이 제기됐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21세기 사회주의론’이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21세기 사회주의
사노련 발제자로 나선 양준석 동지는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 사상을 전제로, 계급투쟁의 발전과 노동자평의회를 기반으로 한 노동자권력 쟁취를 핵심 과제로 내놓았다.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준비모임(이하 사노준) 발제자인 장혜경 동지 역시 “자본주의 재구조화인가, 자본주의의 종말인가는 오직 계급투쟁이 결정할 것”이라며, 계급투쟁이 전략의 핵심이라는 점을 옳게 지적했다. 이 관점은 반드시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 점에서 사노준의 ‘21세기 사회주의’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발제문의 표현을 빌리자면, “20세기 사회주의운동이 미처 착목하지 못하거나 부분적으로 포괄한 여성, 환경, 소수자 등 계급모순으로 단순 환원될 수 없는 모순들을 포괄하고 해결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21세기 사회주의다.” 그것은 단지 “의제의 확대나 종합이 아니라, 사회주의 이념과 운동, 주체의 재구성과 확장이다.”
하지만 발제자의 강조에 비해,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의 실제 내용이 어떻게 되는가는 다소 모호해보였다. 만약 계급투쟁의 관점을 철저하게 견지하고자 한다면, 사노준 동지들이 강조하는 여성, 환경, 소수자 등의 문제 역시 계급투쟁의 방법으로 일관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계급투쟁
전략의 핵심은 노동자계급의 권력 장악을 위해 계급투쟁을 조직하고 발전시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 시기부터 권력 장악 의지를 고취시켜 나가야 한다.
그것은 곧 투쟁의 표적을 분명히 하고, 이 투쟁을 위한 세력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운동을 쪼개는 것이 아니라 결집시켜야 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노동자가 권력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합당하게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노동자권력을 향한 투쟁에 함께 나서자.”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여성, 환경, 소수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함으로써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이윤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자본가들의 지배를 끝장내야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따라서 투쟁의 표적을 명확히 하는 것은 계급투쟁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 모든 문제의 표적을 자본가들의 지배체제가 아니라 남성의 가부장성, 환경에 대한 무관심, 성적 취향의 다양성에 대한 무시 등으로 분산시키면, 의도와 달리 ‘사회주의의 재구성’이 아니라 ‘사회주의의 핵심인 계급투쟁의 해체’로 귀결될 것이다.
여성, 환경, 소수자 문제는 당연히 함께 풀어가야 한다. 하지만 “계급모순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노동자투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투쟁의 표적을 흐리고 계급투쟁의 역할을 끌어내린다면 오히려 문제 해결의 길에서 벗어날 우려가 있다. 우리는 사노준을 포함한 모든 동지들에게, 오직 계급투쟁의 관점으로 사회주의와 변혁전략을 모색하자고 제안한다. 그 관점이 명확할 때 비로소 개량주의 당과는 다른 혁명적 노동자당의 깃발이 곧게 세워질 수 있을 것이다.
오연홍
[울산] 열띤 토론을 거치며 노동자투사들이 혁명사상을 받아들이고 있다
인원은 지난번보다 약간 적었지만, 토론은 더욱 체계적이고 치열했다. 얼핏 보면 비슷한 듯하지만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토론이었다.
가령 사노련 동지들이 과거 혁명의 실패를 평가하면서 혁명정당의 지도력과 노동자평의회 권력의 결합을 강조하자, 준비모임 동지들은 그건 ‘사전’에 나옴직한 ‘원론’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그런 원칙이 혁명의 성공과 패배를 가르는 핵심열쇠임을 정확히 이해하고 인정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을 강조하며 현장을 놓치는 건 아닌가?
사노련 동지들은 혁명의 중심은 노동자이며, 이를 위해서는 ‘현장 중심’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준비모임 동지들은 “현장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며 ‘지역’으로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몇몇 동지들이 “그렇다면 준비모임은 현장에서 어떻게 정치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를 질문하기도 했는데 ‘구체적 답변’을 듣지 못해 아쉬워하기도 했다.
양준석 동지는 “준비모임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노힘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울산에서 최상의 현장 활동가들과 같이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1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모범적으로 전진하는 대신 많은 오류와 한계를 드러냈다.
그것은 정치적 명확성을 갖고 노조나 현장조직으로부터 독립적인 사회주의 현장분회를 만들어 사회주의 현장신문 등을 통해 사회주의 현장 정치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계급적 단결투쟁에서 불철저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이런 약점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 ‘지역’을 강조하는 것은 ‘현장’ 조직화라는 핵심 임무로부터 비껴서는 것이 아닌가?”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토론회, 맴돌고 있나 전진하고 있나
어느 무소속 동지는 “이런 토론회를 만들어줘서 대단히 고맙다. 사노련과 준비모임의 정치적 입장을 있는 그대로 비교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스스로도 입장을 정확히 세우도록 강제 받아서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준비모임은 여성, 환경, 장애인 등 여러 부문의 문제를 계급 문제로 환원하지 말라고 하는데, 계급적 관점에서 정확히 보는 게 중요하다”며 준비모임의 모호함을 비판하기도 했다. 다른 무소속 활동가나 다른 정치조직 활동가들한테도 비슷한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뒷풀이에도 많은 동지들이 참석해 2시간 가량 이루어졌는데, 본 토론회 못지않게 곳곳에서 뜨겁게 토론했다. 뒷풀이에서 준비모임의 한 동지는 “사노련이 현대차 등에서 현장신문을 발간해왔다는 사실을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얘기를 들어 보니, 어떻게 현장을 기초로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할 것인지 상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토론회는 지금 전진하고 있다. 물론 일부 동지들이 바라듯이 ‘단결’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을 날카롭게 벼려내고, 그에 입각해 단결하기 위해 많은 동지들이 분투하고 있다. 소수일지라도 의식적인 노동자투사들은 혁명적 사회주의에 본능적으로 호감을 느끼며 받아들이고 있다.
토론회가 ‘정치적 검증을 거쳐 통일을 추구’하며 ‘사회주의 당 건설운동을 전면화한다’는 애초 기치에 걸맞게 얼마나 결실을 거둘지는 앞으로 토론회 전후 과정에서 얼마나 계속 분투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형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