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동자, 다시 자본가정부와 정면으로 마주서다
지난 1월 21일 서울시와 공사는 2010년까지 총 정원의 20%인 2,088명을 감원하겠다는 선언을 하였다. 07년 도시철도에서 시작된 “창의조직만들기”라는 이름의 구조조정을 통해 2,500여명을 ‘퇴출’, ‘전환배치’하겠다는 공세가 서울지하철로 넘어왔다. 2월 1일 새벽 도철의 파업철회는 공세를 서울지하철로 확대․집중하는 징검다리가 되었다. 시시각각으로 들려오는 도철에서의 암울한 소식들이 지하철 노동자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작살내겠다는 이명박 정권을 등에 업은 서울시․공사의 감원계획은 현실이 되었다.
불가피한 전투 속에 등장한 민주파 집행부
굴종만을 요구하는 정부와 서울시, 공사의 강경한 태도로 더 이상 노사상생을 외치는 어용노사협조주의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확인되었다.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에게 투쟁 이외에 다른 대안이 존재할 수 없었다. 지난 3월 초 선거에서 노동자들은 민주파 집행부를 “선택”(!) 했다.
제거되지 않은 잔뿌리들
선거의 외형적 결과는 전투파 집행부의 등장이다. 위원장과 4명의 지부장은 민주파로 구성되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투쟁지도부 역할을 하는 43명 지회장 중 절반에 가까운 19명은 확고한 어용 노사협조주의자들이다. 현실화된 위기에도 불구하고 어용들은 44% 대중들의 지지를 받았다. 여전히 문제는 확고한 전투파로서의 민주파 지회장은 몇 명인지 확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깨지지 않은 환상
전면적 투쟁 없이도 현재의 고용만 보장되면 정년퇴직 등으로 인한 “자연감원”으로 강제퇴출(감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환상이 선거 결과에 반영되어 있다. 지하철은 향후 10년 내에 정년퇴직 예정자가 현 인원의 절반가량인 4천여 명이다. 하지만 서울시․공사의 직접적 목표는 단 한명을 감원하더라도 그 결과는 지하철에서 노동자운동의 완전한 궤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 한명의 감원도, 단 한명의 비정규직 증가도 용납할 수 없다는 계급적인 노동자 단결의 요구와 기치로 건설되는 투쟁 없이 제기되는 입막음용 “고용보장”이 휴지조각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전진을 위하여-현장투쟁의 물꼬를 터라
서울시․공사는 모든 타협의 여지를 봉쇄해버렸다. 4월 10일 도철의 퇴출명단 발표에 이어 14일 서울지하철에서 분사계획(847명 감원)이 발표되었고, 퇴출명단 작성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돌고 있다. 위기는 하루 단위에서 매 시간 단위로 고조되고 있다. 거꾸로 위기는 모든 노동자들을 불가피하게 단결시키고 있다. 선거 시기 반영된 민주 대 어용(54%:44%)이라는 구도는 대중들 속에서는 이미 낡은 것이 되었다. 공사의 공세는 어용세력의 토대까지 파괴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본사 단식이나 시청 농성과 시민선전전 등 현장과 동떨어져 외곽으로만 돌면서 지부, 지회단위 현장투쟁을 자제시키고 있다. 여전히 노동조합은 대중들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퇴출명단 작성, 분사, 감원 계획은 현장의 사무소 단위, 즉 노동조합차원에서는 지회단위에서 모든 기초들이 준비되고 있다. 대중들은 여기서부터 투쟁이 시작되어야 함을 직감적이지만 대단히 올바르게 제기하고 있다. 대중들의 투쟁 자신감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투쟁을 파괴하기로 작심하고 있는 어용 지회장들을 폭로하고 통제하기 위해서도 전면적인 현장투쟁의 물꼬를 터야한다. 전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과 공동투쟁의 당위는 이미 정부, 서울시, 공사가 던져주었다. 현장투쟁은 그것을 확신과 결의로 끌어올리는 유일한 길이다.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