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7월 투쟁에 대한 보고 - 노동자 의식으로 투쟁을 밀어올려야
그동안 선진노동자들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주간2교대제는 자동차업종 전체를 아우르는 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완성차노조가 부품사,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선두에서 끌어나가는 공동투쟁을 거부한 탓에 ‘심야노동철폐, 노동시간 단축투쟁’은 단사적 차원으로 떨어졌다.
부품사 하청업체 노동자들과의 공동투쟁에 소극적이었던 현대자동차노조의 윤해모 집행부가 주간2교대제 시행과 관련해 자본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하차함으로써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동안 현대차노조만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고 있었던 기아차노동조합은 엉겁결에 바통을 넘겨받아야 했다.
뜻밖에도 김종석 지부장은 2009년 9월 1일을 주간2교대제 시행의 첫날로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와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런데 김종석 지부장의 자신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임금을 보전해준다면 생산량을 보전해주겠다.” 김종석지부장은 임금과 노동강도를 맞바꿀 생각이 있다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현장의 요구 - 노동유연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기아현대자본은 그 정도의 맞바꾸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기아현대자본은 생산량보전뿐 아니라 시장상황에 맞추어 UPH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하자고 요구했다. 이에 덧붙여 강제적 전환배치, 편성율의 지속적인 상승 등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한마디로 노동 유연화를 최대한 실현함으로써 낭비되는 노동력이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종석지부장의 타협제안도, 기아현대자본의 계획도 현장의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현장노동자들은 생산량보전 때문에 노동강도가 강화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특히 현장노동자들은 시장상황에 따른 잦은 UPH조정과 이에 따른 강제적 전환배치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김종석지부장이 성실교섭기간이라고 상정했던 시기가 다 지나가도 기아현대자본은 별다른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파업을 약속했던 15일이 되었지만 김종석지부장이 애태우며 기다렸단 타협안은 나오지 않았다. 파업이 불가피해졌다. 기어코 2009년 9월 1일 시행하도록 하겠다는 지부장의 약속이 이제는 기아집행부를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현장노동자들의 기대감도 충천했다. 파업의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타협하지 말고 원칙을 갖고 투쟁으로 밀어붙여야
기아현대자본이 어떤 수를 준비하고 있는 정확히 짐작하기 힘들다. 그러나 휴가(8월 1일 시작)전 타결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아 다음 주 중으로 최종안을 던질 가능성이 있다. 김종석 집행부도 휴가전 타결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다음 주가 고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그것은 현장노동자들이다. 현장노동자들이 지부집행부와 기아현대자본의 절충안을 거부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그러면 투쟁은 휴가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다. 이는 공권력 침탈 상황 앞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투쟁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현장노동자들의 투쟁동력이 형성되지 못하고, 무엇보다 부품사 하청업체 노동자들과의 공동투쟁의 전망이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주간2교대제가 “자동차 산업에서 완전한 월급제쟁취, 심야노동철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건강권의 확보”라는 본연의 의의를 다하는 것으로 나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기아차의 현장노동자들이 자본의 생산량보전을 통한 회사살리기 논리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건강권과 생존의 권리를 우선시할 수 있다면, 그리고 부품사 하청업체 노동자들, 쌍용차 노동자들을 비롯한 전체 자동차산업 노동자들과의 연대라는 책임의식을 갖추어갈 수 있다면, 결과가 무엇이든 계급적 전망을 열어가는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그 토대는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 김종석 집행부를 파업투쟁으로 밀어가고 있는 이 힘을 꾸준히 강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아차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