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과 공포를 강요당하는 노동자의 삶
- 자본주의 체제에 정면 도전해야 진짜 희망이 열린다!
어떤 노동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나 대책 없이 길거리로 내몰린다. 또 어떤 노동자들은 언제 쫓겨날지 몰라 하루하루 눈치보고 산다. 물가는 오르는 데 임금은 잘해 봐야 제자리다. 위에서 쪼임 당하는 관리자들의 서슬 때문에 현장 분위기는 점점 더 삭막해진다. 학교를 마친 젊은 노동자들은 일하고 싶어도 갈 데가 없고, 퇴직한 노동자들이 차린 작은 가게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줄줄이 문을 닫는다.
그렇다. 노동자의 삶은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점점 더 고통스럽게 펼쳐지고 있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 체념과 공포를 강요당하며, 동시에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
억울해서 분통이 터진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이렇듯 피눈물로 공황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니 너무 억울한 일이다. 모든 영업비밀과 경영권을 쥐고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자본가들이 벌여놓은 일인데, 국가권력을 장악하여 입법·행정·사법을 다 틀어쥐고 나라를 운영한다는 자본가들이 저질러 놓은 일인데, 마땅히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세계대공황의 대가를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치르고 있다. 그런데 공황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이런 식으로 3년이 갈지, 5년이 갈지, 10년이 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노동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런데 노동자들에겐 정녕 ‘책임’이 없을까? 자본가들이 모든 부와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자기들 멋대로 세상을 농락하는데도, 그리고 이제 와서 공황의 대가를 우리더러 치르라고 뻔뻔스럽게 내지르는데도, 빳빳이 고개 쳐들고 대들지도 못하는 노동자들에게 정녕 책임이 없을까? 바보처럼 한숨만 쉬고 한탄만 하는 우리의 못난 모습이 정말 문제인 것은 아닐까?
노동자들은 이 세상 모든 것을 만들고 굴리는 힘을 갖고 있다. 자본가들의 뻔뻔스런 적반하장은 노동자들이 그것을 허용해 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뿐이다. 단결하여 투쟁하는 노동자에겐 무한한 힘이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말 노동자로서 가장 큰 잘못이다.
노동절의 투혼으로!
지금으로부터 123년 전이란다. 1886년 12시간에서 16시간까지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던 미국 시카고 노동자 5만 명이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떨쳐나섰다. 용역깡패들이 집회장에 폭탄까지 던지는 상황에서도 어린이와 여성과 노인까지 모든 노동자민중이 며칠 동안 용감하게 맞서 싸웠다. 그들의 불꽃같은 투쟁은 이후 몇 십 년 동안 전 세계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제 투쟁으로 불타올랐다.
선배 노동자들처럼 영웅적으로 진격하자. 이 세상에서 해고라는 단어를 없애 버리자. 일하고 싶은 자 모두에게 일자리를 나눠 노동시간을 대폭 줄이고, 모든 노동자가 충분히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임금을 받아내자. 영업비밀을 철폐하고 노동자들이 생산과정과 기업경영을 통제하자. 노동자와 민중을 위하는 정부를 세우자.
노동절, 가슴을 활짝 펴고 노동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을 당당히 꿈꾸고 당당히 외치자. 자본주의가 그것을 가로막는다면, 두들겨 패든 치워 버리든 그냥 성큼성큼 나아가자. 노동자에겐 그럴 권리도 있고, 힘도 있다.
양준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