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정부들의 전쟁 도박판을 엎어버리자
천안함 사태를 기점으로 반동적인 이명박 정부는 전쟁기념관을 찾아가 ‘단호한 대응’을 운운하고, 자본가 언론들은 ‘전쟁불사’를 외치며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 이면에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심화와, 그 속에서 제국주의적 패권다툼을 벌이는 열강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그들 모두가 하나로 뒤엉켜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추악한 정치적 도박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전쟁 책동에 맞서
따라서 노동자의 국제적 단결과 투쟁 없이는 이 위기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없다. 한국과 북한,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의 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로 “한반도에서 전쟁도박을 벌이며 이익을 챙겨가려는 자본가정부들의 책동에 반대한다”고 규탄하며, 자국 정부에 맞선 투쟁에 나서야만 저들의 전쟁 위협을 무력화할 수 있다.
평화를 향한 노동자대중의 열망은 당연히 소중하고, 지지해야 한다. 이것은 미국의 오바마, 한국의 이명박과 같은 지배자들이 내뱉는 평화와는 전혀 다른 진정성과 정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평화를 향한 열망만으로는 안 된다. 간디식의 평화주의적 대응에 지배자들은 꼼짝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감히 전쟁도박을 하지 못하도록 제압하려면 노동자들이 대중적인 투쟁의 힘을 동원해야만 한다.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힘을 행사하라! 더 나아가 권력을 전쟁광으로부터 빼앗아 우리가 행사해야만 전쟁위협을 추방할 수 있다! 그러려면 단호한 투쟁이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의 구호다.
정치적 무장해제
이명박 정부는 최근의 정세를 이용해 ‘국민통합’을 주문하고 애국주의를 부추기며 노동자들 속에서 자본가들에 맞선 투쟁의지를 무너뜨리려 한다. 사회적 불안감을 조장하면서 군사력 강화와 대중에 대한 감시, 통제, 억압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려 한다. 개인의 소지품을 뒤지는 등 경찰의 불심검문 권한 강화조치를 도입한 것,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무더기 징계공격을 가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불행하게도 기존 노동운동 지도부들은 이런 상황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천안함 사태를 이유로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파업 방침을 미뤘고, 투쟁의 기로에 서 있던 철도노조 집행부 역시 같은 근거로 투쟁을 철회했다.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며 투쟁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는 자본가들 앞에서, 똑같이 “지금은 투쟁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기존 노동운동 지도부들의 태도는 결국 자본가들의 지배력을 강화시켜줄 뿐이다.
이렇게 스스로 투쟁을 포기하는 것은 지배자들의 힘을 키워주면서 전쟁위협을 현실화시키는 최악의 대응이다. 자본가들에게, 정치적으로 무장해제된 노동자란 손쉬운 먹잇감일 뿐이다. 지배자들 간의 대립 속에서 노동자들은 총알받이가 될 수밖에 없다.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자본가정부들이 벌이는 전쟁도박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전쟁위협을 가하며 모든 권리를 박탈하려는 자본가들의 노동자 사냥에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유보 없는 투쟁’ 기조를 지키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를 빌미로 자행되는 애국주의 캠페인과 억압강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투쟁을 중단 없이 밀어가는 것만큼 저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은 없다.
이와 같은 노동자투쟁의 전면화는 지배자들 사이의 다툼에 현혹되지 않고 노동자는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본능적 선언이다. 또한 이것을 통해 모든 전쟁위험에 맞설 수 있는 자신감과 의지, 그리고 전쟁위험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는 자각이 노동자계급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군사적 긴장을 이유로 노동자투쟁을 더 강하게 탄압할 것이 분명한 자본가정부 앞에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이 선택할 방향이란 “전쟁위기 조장하는 자본가정부 반대, 모든 나라 노동자의 평화를 향한 단결”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지배자들의 전쟁흐름에 맞설 수 있는 진정 강력한 세력이 탄생하는 것 아니겠는가?
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