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 - 흙탕물을 일으키며 자본가들에게는 특혜를!
자본가들은 분열되어 있다. 그들은 시장과 이윤을 독점하기 위해 서로 죽일 듯 싸운다. 그런데 세상은 지배하는 계급의 모습을 따라 그림이 그려진다. 사장들 사이의 경쟁은 만약 노동자가 계급적으로 단결하지 못하면,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으로 비화된다. 이 경쟁 앞에서 사장들은 노동자들에게 저항을 멈추고 협조하며 굴복하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타 기업, 타 국가의 노동자 자매, 형제들과 으르렁대며 경쟁하도록 강요당한다.
이러한 모습은 정치적 영역에서도 사회를 분열시킨다. 자본가의 생리를 그대로 답습하는 자본가 정치세력들은 지역 갈등과 국가간 갈등을 부추긴다. 이 갈등 앞에서 노동자들은 지역별로, 국가별로 갈가리 찢겨 특정 자본가 정치세력의 도구가 되라고 강요당한다.
낭비
이것은 거대한 사회적 낭비를 부추긴다. 사장들 사이의 경쟁 속에서 엄청난 중복투자, 그리고 생산능력과 생산물의 엄청난 파괴가 일어난다. 가령 만약 협동해서 공유한다면, 단 몇 조원으로 끝날 반도체 기술개발비용이 기업별, 국가별 중복투자를 통해서 수십, 수백조원의 개발비용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과잉생산에 따른 낭비도 천문학적이다.
이것은 정치적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국가별 갈등은 전쟁과 군사비로 엄청난 낭비를 불러온다. 지역별 갈등은 사회의 분열을 조장해 사회적 추진력을 약화시킨다. 세종시 문제는 그 단적인 사례다.
자본가 정치세력의 집권욕과 그것이 부추긴 선거공약 등에 의해 세종시는 정치적 이슈가 되었다. 충청권에서 정치적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한 자본가 정치세력들 사이의 정쟁은 한편으론 세종시와 충청권에 대한 개발론, 다른 한편으론 여타 지역의 소외감을 고려한 적절한 거리두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또한 여타 지역에서는 소속과 관계없이 제 자본가 정치세력들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면서 전국을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
이것은 낭비인가? 그렇다. 사회적 단결과 이에 의한 추진력을 해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열의 뒤 편에서 열심히 챙기고 있는 자본가계급
진정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세종시 논란 속에서 자본가계급이 거두고 있는 이익들을 꿰뚫는 것이다. 우선 세종시 논란은 경제위기 앞에서 생존의 문제, 특히 일자리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고통해결을 위한 염원을 ‘지역개발의 문제’로 치환해버리고 있다. 그리하여 저항의 잠재력이 자본가계급을 향하는 대신 지역대립 속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 난리법석의 과정에서 자본가들은 엄청난 특혜를 맛보고 있다. 국민의 재산을 자신의 호주머니로 옮기고 있다. 세종시 특별법 개정안은 삼성, 롯데, 한화 등 대기업들, 그리고 중소기업들이 세종시에 진출하면서 엄청난 부동산이득을 취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세종시의 평당 227만원인 분양가격을 수십만원의 헐값에 분양한다는 것은 대기업에 수조원의 특혜를 퍼주고 국민혈세를 쏟아 붓는 격이다. 함께 입법예고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세종시 입주기업에 대해 법인·소득세를 3년간 100% 면제해주는 등의 세제 지원 내용을 담았다.
게다가 ‘역차별론’ 진화를 위해 전국의 혁신도시·산업단지·기업도시 등에도 같은 특혜를 주는 내용을 특별법 개정안은 포함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본가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상황은 자본가들이 하는 짓과 똑같다. 서로 죽일 듯이 경쟁하면서도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데서는 완전히 한통속인 것이 자본가들이다. 자본가 정치세력들은 서로 죽일 듯이 다투면서도 결국 자본가들을 위해 봉사하고 노동자 민중을 쥐어짜는 데서는 완벽히 일치한다.
지역갈등을 없애 사회를 하나로 통합시키고, 협력을 통한 사회적 추진력을 해방시키는 것은 온전히 단결하지 않고서는 해방될 길이 없는 노동자계급의 몫이다. 노동자계급이 사회의 주인공이 되어야만, 모든 지역의 지혜와 요구를 하나로 모아내 전국적이고 전세계적인 관점에서 지역을 운영하고 재배치할 수 있다.
최영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