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투쟁을 돌아보며
개발이윤, 경찰폭력, 용산철거민열사 장례식
지난 1월 9일, 사건 발생 355일만에 5천여 명의 애도와 분노 속에 용산철거민열사 다섯 분의 장례식이 열렸다. 작년 1월 20일 경찰특공대의 강경진압으로 발생한 용산철거민 살인진압으로 차가운 냉동고에 모셔진 열사들은 이제야 땅에 묻히게 됐다. 하지만 투쟁과 협상을 주관한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용산범대위)에서도 “용산참사의 진실이 은폐돼 있다”고 밝혔듯이,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여전히 처벌되지 않은 살인의 배후세력 - 건설회사들과 자본가정부
살인진압이 벌어진 용산4구역은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 굴지의 건설회사가 개발에 참여했다. 용산 역세권 개발에서 삼성물산이 가져갈 이윤만 1조4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천문학적인 이윤은 용산4구역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용역깡패의 상주와 폭력, 이를 비호하는 경찰, 결국 철거민들은 망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최근 10년간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19.2%로 OECD 국가 중 1위인 한국, 건설자본의 이윤에 복무해야 하는 자본가정부, 이명박 정부는 만 하루 만에 경찰특공대를 전격 투입했다. 어떤 안전장치도 없고 철거민들의 요구에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은 채 강행된 폭력진압은 결국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관의 목숨을 앗아갔다.
멈추지 않는 진압과 폭력
살인진압에 대항해, 이명박 정부에 맞선 투쟁이 벌어졌다. 용산으로 집결한 노동자, 빈민, 민중은 첫 투쟁이 벌어진 그날 저녁 바로 용산범대위를 구성하고 매일 추모제를 개최하는 등 투쟁에 돌입했다. 투쟁의 초점은 바로 살인진압 이명박 정부의 퇴진이었다.
하지만 이 투쟁은 불과 2~3개월 후 이명박 정부와 정면대결할 수 있는 투쟁동력의 부족이라는 한계에 봉착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과 같은 촛불시위의 재연을 막기 위해 연일 수천의 경찰을 동원하여 추모제 개최장소를 봉쇄했다. ‘용산’이라는 글자만 들어가도 모든 추모제는 불법집회로 간주되었고, 1인시위, 3보1배마저 불허와 봉쇄의 대상이 되었다. 경찰의 폭력은 살인진압작전 때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용산투쟁을 확대함으로써 이 폭력에 재갈을 물리지 못하자 경찰폭력, 살인적인 진압은 동심원처럼 퍼져갔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며 투쟁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컨테이너에 몸을 실은 경찰특공대는 용산에서처럼 투입됐다. 테이저건이 발사되고 스티로폼을 녹이는 최루액은 사람의 머리위에 쏟아 부어졌다. 용산철거민열사 유가족들이 “쌍용차 노동자들도 죽이려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사람의 목숨보다 자본가들의 이윤이 우선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장례와 남은 것
협상은 타결됐다. 결과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총리의 유감표명, 유가족과 철거민에 대한 보상과 생계대책, 장례비용 및 부상자 치료비 등으로 압축될 수 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경찰의 살인적인 진압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용산철거민 살인진압으로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였던 김석기는 사퇴했지만, 쌍용차에서 살인적인 진압을 진두지휘한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장으로 취임했다. 무자비한 진압을 멈추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용산범대위는 “장례 이후에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뉴타운·재개발 정책의 개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진상규명 투쟁에 함께 했던 모든 동지들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경제위기 앞에서 생존권 사수투쟁을 힘차게 진행하는 것과 함께 생존권 투쟁을 탄압하는 자본가정부인 이명박 정부에 맞선 투쟁전선을 확대해내는 것이다.
박준선
